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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21. 2024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오늘의 목표는 절대 무리하지 말고 완주하기다. 두 번째 도전이다. 무려 두 달 전에 뛰었던 5km다. 그땐 무리한 거 맞다. 처음치고 기록은 좋았으나 꽤나 충격이 큰 경험이었다. 완주 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뒤로 3km만 뛰어도 충분했지만 무슨 미련이 남아서인지 스멀스멀 자꾸 생각이 났다. 다시 시도하기에 전혀 문제없는 휴무일 오전이었다.





'난나나나 난나나 나나나나' 가수 코요테와 함께 뛴다. 선곡이 중요하다. 박자감도 얼추 맞다. 달릴 때는 신나는 곡을 주로 듣는데 빠른 템포에 맞춰 두 다리도 쉴 틈이 없다.



오르막이다. 이 길 때문에 일부러 평지만을 돌고 돌았다. 오늘의 목표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했으니 제자리 뛰기로 보일지언정 걷지만은 않는다. 뛰는 반동만을 유지한다. 호흡도 빠르지 않게 조절한다. 전보다 훨씬 안정감 있다. 무사히 오르막도 통과했다. 기록에 욕심내지 않고 한 발짝 내딛는 것에 집중하니 오르막도 숨이 벅차지 않았다. 오를 때 에너지를 전력소모하지 않으니 내려올 때도 부담이 적었다. 히려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두 달 전에는 내리막 길조차 호흡조절이 안되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듯한 느낌도 없다. 훗, 이제 런린이딱지는 떼는 건가라며 이내 으쓱해진다. 이럴 때 자칫 방심하면 안 된다.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한다. 완주 후 지난번처럼 주저앉는 일은 없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내가 뛰었던 장소 그대로 공원 한 바퀴를 더 걸었다. 지나간 내 발자취를 더듬거리며 보지 못한 풍경도 다시 한번 바라본다. 가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쉬어가라고 길 사이마다 의자가 보인다. 저마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달리기든 글쓰기든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질 때가 있다. 기록에 연연하고 조회수에 마음 쓰인다. 잘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앞서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게 된다. 달테기도 글테기도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번아웃도 결국은 움직여야 하고 씀으로 이어가는 방법 밖엔 없다.


내 페이스는 나만 조 수 있다. 맘처럼 되지 않는 , 일 년 뒤 바라보지 않고 지금 뛰기로 한 5km와 현재 쓰고 있는 글에 집중하며 한 걸음 한 문장 나아가야겠다.



집에 오니 이불은 널브러져 있고 설거지는 쌓여있다. 통돌이에 갇힌 빨래들이 꺼내주길 기다리고 있다. 괜찮다. 오전에 끌어모은 에너지로 금방 해치워낼 수 있다. 집안일은 어차피 해야 되는 일이지만 운동은 마음먹었을 때 움직여야 한다. 이 또한 오늘 내로 완주하길. 곧이어 다시 기분이 좋아질 예정이다. 나에겐 샐러드와 라테가 있다. 그리고 이 글을 마무리할 테니까.


집에 있는 과일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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