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Apr 03. 2024

어머니 쑥국 해주세요


점심으로 쑥국이 나왔다.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실장님이 주말에 직접 쑥을 캐어 만들어주신 거다. 쑥이 여자에게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절로 생각났다. 학교점심에 쑥국이 나오려나. 궁금한 마음과 달리 선 듯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네이버에 쑥국 효능을 찾아보았더니 잃어버린 입맛을 살리는데도 좋고 춘곤증 예방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입맛을 잃어버린 적은 없다. 안 그래도 좋은 입맛 쑥국으로 더 당기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춘곤증 예방도 실패다. 점심을 먹어도 입이 심심해 과자를 흡입했다. 그리고 엉덩이만 붙였다 하면 절로 눈이 감기는 오후를 보내었다. 나만 역주행인가.




이날 저녁을 먹다가 남편에게 점심에 먹은 쑥국과 다른 이유로 쑥떡 이야기가 오갔다.  3동안 어머니는 며느리 직장에 직접 캔 쑥으로 그것도 근처에 있지도 않은 떡집을 통해 쑥떡을 해다 주셨다. 색도 진하고 쑥향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쫄깃하다. 콩고물에 묻혀 먹으면 구수하다. 몸도 마음까지 든든하다. 마침 오늘 점심시간에 올해도 시어머님이 쑥떡을 해오시냐는 직장 실장님의 질문이 은근 기대하는 눈치다.


똥인 나는 미리 겁부터 먹는다. 아니다. 사실은 귀찮은 거다. 쑥국을 직접 끓이기에도 번거(?)롭고 이번엔 내가 먼저 쑥떡 주문도 할 겸  먹다가 대뜸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사랑하는 며느리~~~~" (실화입니다)

자주 전화하지 않는 며느리지만 예상대로 반갑게 받아주신다.(이틀  우리 집에 오셨음)

지금 저녁 드라마를 보고 있고 며칠 전 다친 무릎에 이모가 준 중국연고를 발라 더 아팠다는 내용 등을  다 얘기하신 후 그제야 전화 한 이유를 물으셨다.


"어머니 쑥국 해주세요" 옆에서 아이들이 기겁을 한다. 먹이는 입장에선 좋은 음식 두 번 세 번도 주고 싶다. 한번 냉장고에 들어간 음식을 다시 주면 입이 피노키오 코만큼 튀어나온다. 

"어머니 작은 냄비에 딱 한번 먹을 만큼만 해주세" 부탁하는 와중에   다 시킨다. 그리고 며칠 전에 주신 파김치의 맛을 물어본다. 이번엔 이모가 가르쳐준 양념대로 만들었단다. 

"어머니가 해주신 파김치가 훨씬 맛있어요"

옆에 있던 남편과 딸의 손과 입은 파김치에 집중하는 동시에 내 말에 긍정의 끄덕임을 표했다.


며칠 전 동서네도 쑥국을 끓여주었다고 한다. 전화만 하면 얼마든지 만들어준다는 늘 듣던 말이 있었기에 고민도 없이 시어머니 찬스를 쓸 수 있었다.




매년 며느리 직장에 쑥떡 해오시는 게 죄송하기도 했지만 이미 그 맛을 본 이상 끊을 수가 없다. 이번엔 내가 먼저 주문하고 쑥떡은 어머니가 해온 걸로 하자고 했다. 혹시나 올해 할 마음이 없을 수도 있는데 괜히 경 쓰이게 해 드린 건 아닌지 염려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쑥떡은 맛있으니까. 이왕 하는 김에 친정 쑥떡도 주문하기로 한다.


볼 수 있을 때 봐야 하는 벚꽃과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건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젊었을 때 먹는 음식은 그냥 다 맛있는 것이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 살씩 먹을수록 특정 시기나 음식을 보면 누군가 생각이 난다. 글을 씀으로 더 진해진다. 쑥과 시어머니는 떼려야 땔 수 없을 것 같다. 매년 전화해야지. 쑥국은 안부인사며 쑥떡은 사랑임을.


다음 날 저녁 아홉 시 반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시어머니다.






작가의 이전글 벚꽃구경 두 번 했다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