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May 20. 2024

술과 글쓰기의 공통점을 찾았다

금주 222일 차


과거 한때 술 없이는 못 살았다. 지금은 글 없으면 못 산다라고 적고 싶다. 두 가지 경우 다 흠뻑 빠져본 경험이 있다. 헤어 나오기 힘든 이유를 알았다. 술과 글쓰기의 공통점을 찾았다.

 



첫째, 시간이 잘 간다. 술을 마시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된다. 술이 술을 부르는 지경에 이른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 가까워 온다.

글쓰기 창을 뚫어지게 본다.  편의 글이 완성될 때까지 수시로 들여다보는 날 하루가 훌쩍 지나버린다.

 

둘째,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진다. 술을 마시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들어주는 이만 있다면 했던 얘기 또 하게 된다. 상대방도 같이 취하면 모른다. 

글을 쓰면 당장은 들어주는 이가 없더라도 일단 쏟아낸다. 쓰지 않아서 보는 이가 없지 써내기만 하면 단 몇 명이라도 내어놓은 글을 읽게 된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면 생판 모르는 사람도 공감을 해준다. 글이 어딘가를 떠돌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이에게 와닿는다.


셋째,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혼술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 생각났다. 이제는 술에 취하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글도 혼자 써야 한다. 생각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글에 취하는 시간을 늘려가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공통점은 쾌락이다. 지금을 만끽하는 순간이 즐거웠다. 매일 즐거우려면 매일 마셔야 했다.

글을 쓸 때 머리를 싸매게 된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몰입하게 되면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술병 아닌 글을 쌓아간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는 과정이다.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음주를 하면 다음 날 후회를 했다. 뭐든 적당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 글을 쓰기 전의 나는 알코올중독 수준이었다. 마시지 않는 날이 손꼽혔다. 이걸 알면서도 단번에 금주하기가 힘들었다. 슷한 면이 많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성장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지금은 하나만 팬다. 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아서 영원히 마시지 않는다고는 하지 못한다.


내 마음과 밀당 중이다. 다시 마시고 싶어? 아니 지금 말고 나중에. 일단 글 먼저 쓰고 생각해보려 한다. 글이랑 멀어지게 되는 날 다시 술을 찾을지도 모른다. 다른 의미로 마실 날을 기약한다.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살얼음 둘러싼 생맥 한 잔 쉴 틈 없이 들이켜줄 테다. 


작가의 이전글 화장실에 폰을 안 들고 갔더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