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알람이 왔다.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두 달 넘게 구독자에 목이 말라있던 참이라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 런. 데. 어디서 많이 보던 이름이다. 설마. 아니나 다를까. 나를 구독한 이는 중학교 친구였다. 으헉!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나의 과거를 아는 사람의 구독은 처음이다. 2년 가까이 꽁꽁 잘도 숨기고 써왔는데 SNS를 타고 들어올 줄이야.
42살에 할머니가 되었다 글이 다음메인에 픽이 되면서 손이 근질해졌다. 잘한 거는 알리고 싶고 부끄러운 글은 숨기고 싶다. 방심했다. 친구는 평소 SNS를 하지 않다가 우연찮게 내가 올린 피드의 마지막사진을 보고 말았다. 보통 첫 사진만 보고 휙휙 지나갈 수도 있는데 굳이 맨 뒤에 있는 사진을 보고 브런치앱까지 들어오는 수고로움을 들였다. 딱 걸렸다. 전에도 글 쓴다는 귀띔은 주었지만 어디서 쓰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민낯(?)이 모조리 드러나고 말았다.
친구는 일 년 넘게 쓰고 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며 어떤 글은 재밌고 감동적인 부분까지 문장 하나하나를 콕 집어서 말해주었다. 오래전부터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친구가 해주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부끄럽고 고마웠다. 심판대에 오르는 기분이었지만 이 또한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아닌 척 모른 척 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는 모든 일상이 글쓰기와 연결되어 있다. 무얼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금주를 하는 이유에 대해 부담 없이 말할 수 있었다.
보지 마라 할 땐 언제고 이왕 들킨 거(?) 이제는 대놓고 같이 쓰자 했지만 각자 좋아하는 분야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의식하기보다 나에 대해 알아가기도 모자란 시간이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니 내 글을 읽으면서 서서히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좋겠다. 글 쓰는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껴보고 싶다.
자존심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언제까지 누군가를 의식하며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기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해 주며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 글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서지 못하는 마음이 부끄러운 거였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일이 내 발목을 잡지 않도록 훈련은 계속된다. 긴장을 설렘으로 바꾸면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