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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y 07. 2023

주름의 무게

너를 보고 있자니 자꾸 웃음이 난다.

태어날 때부터 주름을 가지고 태어난 자.

주름이 매력적인 아이. 강아지의 주름은 귀엽기라도 하지. 더 자글 할수록 그 아이의 매력은 배로 발산한다. 주름 많아 예쁨 받는 네가 부럽구나. 하나둘씩 늘어나는 눈가의 선들이 달갑지가 않으니 별게 다 부럽다. 어느새 자대 배치라도 한 듯 일렬종대로 지정석을 만들어놓았다. 한번 정해놓은 자리는 내어놓을 줄 모른다.

 



이제 겨우 마흔둘.. 

어떻게 보면 적고 많으면 많은 반평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니 적은 나이는 아닌 게 분명하다. 인생 반 산거치고는 그렇게 철이 든 것 같지도 다. 어떨 때 보면 아무 생각 없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여기지만 아직까지 세상만사 귀차니즘이 내 머릿속을 더 많이 지배한다.


 몸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든 요즘. 아이들도 어느 정도 키워놨으니 일일이 따라다니며 시중드는 일은 많이 줄었다. 다들 알아서 잘하겠거니.(공부이야기만 빼면 평화롭지요) 우리집에선 나만 잘하면 된다. 이제 두 다리  좀 뻗어 볼까 싶었더니  이 세상  나 혼자 다 짊어지고 사는 것 마냥 주름이 짙어져 간다. 남편도 요즘 들어 한 줄씩 늘어가는 것 보니 짠하기도 하다. 건조하다고 핑계 대고 싶지만 그건 찰나의 이유밖에 되지 않는다.




'앗 따가'  

뒷자리에 앉은 친구가 삐져나온 흰머리카락을 뽑았다. 새치는 중등 때부터 있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우리 아빠는 지금 백발머리다. 어느 순간부터는 염색도 하지 않으신다. 유전의 힘이 이렇게 강하구나. 나도 언젠가 백발의 머리 휘날리려나.


남편이 또 새치염색을 해준다. 2,30대 때도 미용실에 오래 앉아있거나 싸한 눈이 싫어 멋내기용 갈색염색조차 몇 년에 걸쳐 한번 할까 말까였는데 이제는 최대한 미루고 미뤄도 반년에 한 번은 꼭 치염색작업을 해야 한다. 내버려 두자니 머리를 못 묶겠다. 귀 뒤로부터 대각선으로 타고 올라가는 흰색선들이 마치 눈썰매장 길을 닦아 놓은 것만 같다. 




주름과 새치는 환상의 콤비인가. 왜 쌍으로 난리야. 그 깊이가 깊어질수록 연륜이라는 게 쌓여야 할 것만 같다.  주름의 깊이만큼 마음의 무게도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다. 철이 들어야 될 것 같다. 대한 늦게 마주하고 싶은 노화는 늘 외면하고 싶다. 더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마음은커녕 그 나이로 보게 유지라도 하면 다행인가. 여자 나이를 알아맞히는 건 대략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제 나이로 알아봐 줘도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날수록 어깨가 무거워진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혼자만 나이 먹는 건 아니지만 노화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70대가 넘어서도 꾸준히 운동하시는 분들은 건강미가 넘친다. 새치는 염색으로 몇 달간 위로가 된다지만 한번 생긴 주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꽃들은 알록달록 봄이 옴을 알린다. 부슬부슬 오는 비로 반짝이는 더위를 식히고 있는 와중 언제부터 급 더워질지 모르는 여름을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보톡스가 고민되는 시점..

요즘은 의술의 힘도 많이 빌린다는지금부터 맞으면 도대체 몇 년 동안이나 퉁퉁 부어있으란 말인가.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지 못하겠지. 다림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말도 안 되는 상상 그만하고 얼굴에 팩 하나 더 올리고 이나 한 줄이라도 더 써야겠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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