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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Sep 27. 2024

내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대에 서있었다. 늘따라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눈을 크게 다. "잘하고 있다! 파이팅!"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마중 나온 앞니를 내세워 활짝 웃어도 보았다. 비비크림을 스펀지에 눈물 한 방울만큼 짤아 흩어진 주근깨에 톡톡 두드렸다.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이상하게 예뻐 보인다. 활기차 보였다. 이런 날이 손꼽힌다.



눈가에 빗금처럼 새겨진 잔주름과 여기저기 정돈되지 않은 주근깨, 아무리 밝은 표정을 지어도 어색한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나만 세월을 정면으로 부딪힌 것 같았다. 셀카를 찍어도 이내 지웠다. 나를 마주 하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나를 마주하는 순간은 만날 수 있다. 글쓰기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내면의 나를 만난다. 거울보다 하얀 창을 더 자주 마주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쓰기를 이어온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작가라고 불러주는 호칭이 아직도 낯설다. 기분 좋은 낯 섬이다. 굳이 작가라고 세뇌시키기보다 오늘 한 줄 끄적이며 뭉근하게 스며든다. 누가 뭐라고 부르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뛰고 있으면 러너, 쓰고 있으면 작가,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엄마가 된다. 그때의 역할마다 나는 달라진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에 집중하려 한다. 글쓰기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세시, 출판사에 3차 보완 메일을 보냈다. 어제는 소개글을 썼다.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게 익숙지가 않다. 꾸준한 걷기로 일상을 이어가던 중 뒤늦게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이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출간의 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힘내자. 나는 내가 다독인다. 겉모습으로 나를 다 표현할 수 없다. 내 안에서 하는 말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무언가 해내려는 그 마음이 오늘 아침 나의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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