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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Sep 25. 2024

역행자가 되었다


초6 딸이 1박으로 야영을 가는 날이다. 일곱 시에 집에서 나간단다. 아침밥을 주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다른 날 같으면 아침을 주고 빛과 같은 속도로 이부자리와 한 몸이 되고도 남았다. 밤 아홉 시에 글쓰기 수업이 있어 퇴근 후 운동할 시간이 빠듯하다.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라도 뛰기로 마음먹었다. 근처 교운동장으로 향했다.




얼마만의 상쾌한 공기인지,  막힐듯한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거짓말같이 가을이 왔다. 이뭐라고, 아침 공기를 마셨을 뿐인데 세상 마음이  뚫렸다.

이미 운동장을 걷고 뛰는 사람들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봄, 가을로 등교시간최신음악을 틀어준다. 집에서도 들린다. 며칠 전부터 음악소리가 다시 들렸다. 현장에서 들어보니 더 경쾌하다. 걷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학생들은 등교와 동시에 운동장을 돌고 교실로 들어갔다. 규칙인 듯했다.

운동장 한쪽에 일곱 개의 스크린진열대 있었다. 진열대마다 다른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기 계발에 관심을 가지면 훨씬 빠른 역행자의 삶을 살게 될 텐데, 학생들은 매일 보는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나 싶다. 다음에 올 일이 있으면 진열대마다 사진을 찍어 두고 싶다.

95퍼센트의 인간은
타고난 운명 그대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이들을 순리자라 한다.
5퍼센트의 인간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능력으로 인생의 자유를 얻고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정해진 운명을 거역하는 자,
나는 이를 역행자라 부른다.

<역행자>


등교시간과 맞물려 몇 바퀴만 고 가까운 공원으로 갔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 물결 안이다. 그 속에서 뛰고 있으니 한층 더 발걸음이 가벼웠다. 여유롭게 출근하기 위해 4킬로미터만 뛰고 돌아왔다. 처음 설정한 5킬로미터를 마저 채우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미 땀범벅이었다. 내일도 이른 아침에 나올 수 있기를 속으로 다짐했(과연). 집에 오자마자 3일 전부터 시작한 플랭크도 1분 채웠다. 샤워를 하고 요거트에 블루베리를 먹었다. 여유롭게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출근 길이 산뜻했다.




생각만 하출근 전 운동을 실행했다. 대단한 일을 해낸 기분이다. 아침 운동을 나가려고 했던 작은 마음은 순리자가 아니었다. 운명을 거슬러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오늘만큼은 역행자가 되었다. 출근 전 고작 30분이다. 이 시간이 매일 쌓이면 뭐라도 될 것 같은데 아침잠은 왜 그리도 많은지. 순리대로 살지 않기 위해 글쓰기만은 놓지 말아야겠다.




P.S: 역행자 논란이 있다며 조카에게 전화를 받았다. 논란은 논란이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은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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