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슬초브런치워크샵]에 다녀왔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 선생님이 주최하는 모임이다.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 만남. 오늘만을 위해 기다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설레는 자리였다.
브런치 2기 매니저님이 진행을 맡아주었다. 이제 막 브런치에 봇물 터지듯 합격 소식을 알려주는 3기 작가들이 1기 2기 작가들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순서였다. 글을 잘 쓰는 방법도 궁금하겠지만(이건 모든 기수가 다 같은 마음일 테다) 어떻게 1,2년 동안 글쓰기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할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매니저님이 1기분들 중에 대답해 주세요라고 했지만 절대 손들지 못한다. 극 I의 성향이 충실히 제 역할을 해낸다. 들지 못한 손으로 얼른 종이에 써 내려가기 분주하다. 뭐라고 대답할까? 종이에 끄적인 내용에 살을 덧붙여고민해 보았다. 지금이라도 그에 대한 답변을 꺼내본다.
1. 어떻게 계속 쓰세요?
작가 도전 여섯 번만에 승인을 받았다. 22년 12월 17일 첫 글이 발행되고 일주일에 한 편은 꼭 쓰려고 했다. 처음부터 발행일은 지정하지 않았다. 의무가 되면 부담이 될 것 같아서. 그것보다 내 마음속 발행일을 만들어두었다. 자주. 매일.
매일 글을 발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계속 쓰려는 마음하나로 일주일에 한편 쓰던 글은 일주일에 두 세편 혹은 1일 1 글도 써내고 있었다. 부끄러워도 발행, 뻔뻔하게도 발행했다. 그렇게 썼다. 그래야 하고.
2. 슬럼프 위기 극복 방법?
다음 달이면 글 쓴 지 2년이다. 이은경 선생님이 수시로 찾아오는 글테기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오신 1,2기 작가님들이라고 말해주실 때 그 마음 누구보다 알아주셔서 뭉클했다. 흰 창만 보아도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가 있나. 써야 하니까. 다른 생각하지 않는다. 써야 하는 이유만 생각한다. 그렇게 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어떻게 쓰지. 무엇을 쓸 것인지만 생각한다. 힘들다. 안 써진다. 이런 생각만 하면안 써지는 방법만 떠오른다. 쓰지 못하는 이유의 늪은 깊다.아직까지 브런치 독촉 알림을 받아본 적은 없다.
3. 일주일 몇 편 써야 하나요?
일주일에 한 편? 두 편? 그런 거 없다. 일단 무조건 매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목표로 잡으면 매일 글쓰기만 생각난다. 하루 한편 써놓고 나면 마음이 놓인다. 그 마음도 잠시 다음은 뭐 쓰지가 자동으로 나온다. 다음 날은 좀 쉬어도 되지라는 생각도 한다.매일 발행이라고 해도 쓰지 못할 때가 많다.일주일에 한 편 쓰려니 마음이 느슨해졌다. 이은경 선생님은 글 숫자에 집착하라고 했다. 많이 쓰려고 애써보지만 집안일도 직장도 글만 붙들고 있을 수는없었다. 정해진 건 없지만 얼마만큼 써야 하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5. 언제 쓰나요? 나만의 루틴?
아침잠이 많다. 6시에 일어나서 글쓰기를 희망(?)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새벽기상은 나의 간헐적 루틴이다. 대신 미라클나잇이다. 2시까지 쓰고 잘 때도 있다(그러니 못 일어나지)
시간을 정해놓고 쓰면 좋다. 습관이 먼저다. 스쳐가는 글감을 수시로 잡는다. 생각날 때 메모장에 써 둔다. 화장실에서, 양치할 때, 빨래 널 때, 출근길에, 일하면서 생각나면 몇문장, 점심시간,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4. 퇴고하기 힘들 때?
초고도 겨우 써냈는데 퇴고까지 계속 붙들고 있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가 있다. 역시나 마감시간도 정해보고 오늘 안으로 발행하기를 해본다. 현재 작가의 서랍에 지금까지 써낸 글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제목만 있는 글,퇴고하다 기간이 지나버려 타이밍이 애매해진 글. 쓰다만 글이 무수하다. 퇴고하다 잘 안풀리면 그냥 새 글을 발행하기도 한다. 완벽한 글은 없고 완성된 글은 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완성되면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발행도 눌러본다.
5. 책이 나오면 기분이 어때요?
잘 쓰든 못 쓰든 일단 좋다. 믿기지도 않고. 얼떨떨하고. 실물을 만나기 전 예약 판매 순간이 최고조였다. 쓰고 달리면서 상상하던 때가 더 떨리고 울컥한 날이 많았다. 오히려 내 손에 쥐어진 날 덤덤했다.
초고를 쓰고 퇴고하고 투고한다. 출판사와 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제목과 표지, 책 크기를 결정할 때 모든 순간이 다 설렌다.
6. 나만 제자리인 거 같아요.
슬초워크샵 질문에는 없었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이기에 남겨본다. 6수 만에 작가가 되었다. 시작부터 제자리였다. 비교하는 마음은 시키지 않아도 언제든지 나타난다. 상대방이 만드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괴롭히는 허상이다.비교하는 마음은 들 수 있으나 얽매이지 말고 지금 글 한편 쓰는데 집중한다. 쓰는 과정을 즐기며 발행하는 맛을 보았다. 오늘 쓰면 나아가는 거다.
7. 글 쓰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퇴근하면 찾았던 맥주를 끊었다. 글때문에 금주하고 글 때문에 10km를 달렸다. 왜 금주를 해야 하고 달리기를 하는지 알게 되었다.쓰면서 나를 알아간다. 하고 싶은 걸 써 내려간다. 써지지 않을 땐 걷고 뛴다.
글을 쓸 때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지금 쓰는 데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 감동한다. 매일이 소중하여 다 남기고 싶다. 남기지 못할 시 일기라도 쓴다.걷고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간다.
8. 브런치는 oo이다
브런치는 일상이다. 숨 쉬듯 밥 먹듯 직장 나가듯. 아침에 눈뜨자마자 보고 화장실 갈 때 보고, 쉴 때 댓글 달고 자기 전까지. 나의 하루다.
9. 앞으로의 계획은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만 나오기를 바랐다. 꿈을 이루었다. 쓰는 과정,결과물 모든 게 소중하다. 이걸로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스멀 올라온다.
무엇을 쓸지 매일 고민한다. 쓰기로 했으니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나면 잊힌다.오늘을 꼭 붙잡고 싶다.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내가 나를 알아주기에 더 의미가 있다. 오늘의 애씀이 또 다른 성취감을 안겨 줄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대수롭지 않은 도전을 시작해 볼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