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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pr 06. 2023

휴무일로 충전하는 시간

당연한 건 없다


 기다려진다.  

소중한 휴무일이.

가족들이 다 함께하는 쉬는 날도 물론 즐겁지만

오로지 혼자 만끽하는 평일 휴무일이 더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아침부터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아차 하는 순간 오전이 날아가버릴 수도 있기에 한시가 아깝다. 마음을 요동치는 새벽알람이 속절없이 울리지만 고장 난 몸은 움직이질 않는다.


신기하다. 엄마 맞는가 보다. 아이들 아침주는 시간에 자동으로 일어나는 거 보면. 평소 출근시간보다 두 시간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 


둘째가 나간다. 서두른다.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푹 눌러쓴 모자에 대략 앞이 보일 정도로 시선을 확보한다. 이제 외출 시 마스크는 벗어던져버려도 되지만 이미 나의 보호막이 되어버린지 오렌지다.  나가야 한다. 지금 나가야 우리 딸 친구들도 한번 더 보고 (사실 관심 없었다) 이번 전학생과 절친이 되어 함께 등교를 한다기에 궁금하다. 워킹맘은 평소 관심 없는척하다가 순간을 공략한다.



서두른 이유는 따로 있다. 아침에 걷는 공원 길은 또 다른 상쾌함을 안겨준다. 싱그러움 그 자체다. 이런 길을 걷고 있자니 어떻게 안 나올 수가 있을까. 계절별로 네 가지의 선물을 안겨주는 풍경에 나올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보고만 있어도 좋지만 걸으면 더 좋은 길.

그 자리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이 느낌 이 순간과  웅장함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꽃들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는 봄. 세상 푸르름과 화사함에 매료되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 길을 혼자 걷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냥 마구마구 걷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복잡한 걸 싫어한다. 단순한 것이 좋다.

몸을 움직여 생각을 단순화시킨다.

그냥 보고 있으면 좋은 거

하고 싶은 거 그냥 하기

생각나는 대로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다.

단순한 거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쓰고 수정을 반복하는 글을 쓸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오전은 오로지 나를 위한 생각정리로 가득하다.

그리고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여 왜 쓰는지도 되물어야 다시 쓸 수 있는 마음을 다잡는다.




휴무일만큼은 먹고 싶은 거 듣고 싶은 거  하고 싶은 일로 가득한 편안한 휴일이 되고 싶다. 러기엔 엄마의 할 일이 남아있다. 둘째 치과도 가야 되고 첫째 교복 맞추러도 가야 한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오전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니 오후는 엄마의 역할로 돌아간다.



평소 소홀했던 일이 있었다면 쉬는 날에나마 약간의 충족을 요한다. 그렇다고 큰 일을 하는 건 없다. 그저 이야기 한번 더 들어주고 하교 후 과일 한번 더 챙겨주는 일이 다다. 엄마로서 해야 할 너무나도 당연한 일임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나란 사람.



당연한 일 같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일은 없는 것 같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으로 빠르게 함을 느끼기에. 오늘의 당연한 일이 내일도 당연한 일로 여겨질까.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음에 너무나도 감사함을 느낀다. 



나에게 칭찬한다. 엄마역할하느라 고생했어. 누가 이렇게 말해줄까. 셀프칭찬도 잊지 말아야 함을. 푹 쉬고 충전한 시간만큼 오후엔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며 애틋한 사랑을 표해야겠다. 이 글을 쓰고 있음으로 인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띡 띡 띡 띡'

현관문 비번 누르는 소리가 난다.

분명 우리 아이 들어오는 소린데 왜 긴장이 될까

휴식시간 끝임을 알린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쉴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지만 휴무일은  언제나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늘 아쉬움만 남는다. 오늘이 있어  또 내일을 살아가고 다음 휴무일을 기약한다.  다음 주엔  어떤 설레임이 기다릴까.






사진출처 : 햇님이반짝,두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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