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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30. 2023

루틴으로 두려움 극복하기


이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물건들은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되찾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뭔가 뒤숭숭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이 느낌은 뭐지. 알 수 없는 마음이 붕떠있다.  내 자리인 듯 내 자리가 아닌 느낌.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아이들이 등교한 후 출근 전까지 30분의 여유시간이 있지만 독서마저 하지 못했다. 이 시간마저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마음이 불편하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하지 못했다.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은 그런 찝찝한 기분으로 알 수 없는 일주일이 흘렀다.



예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생활패턴으로 돌아갔다. 새벽기상은 커녕 아이들 등교시간에 맞춰 겨우 일어난다. 아침 주고 출근하고 퇴근 후 겨우 걸었다.(이거마저도 안 하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서)



사실 요 근래 퇴근 후 음주가 늘었다. 하루 일정이 끝난 후의 칼칼한 맥주 맛과, 쓰디쓴 이슬의 맛은 그 순간만큼은 제일 위로해 주는 듯한 착각에 빠져있었다.  예전 버릇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방심했다.  한 달 넘게 지켜진 금주기간이 무색하리만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즐기고 있었다. 그 찰나의 달콤함으로 유인해 어제의 나를 후회하게 만들었다.



나를 돌보는 시간을 내지 못했다. 잠시 글을 쓰고자 앉기라도 하면 이내 정리하지 못한 곳이 생각나 벌떡 일어나 그곳을 향한다.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장소에 적응할 수는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한 번은 모든 게 나의 손을 거쳐가야 할 것이다. 적응하고 있는 중이야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내심 불안한 마음은 또 다른 불안을 끌어안고 온다.







이사 후 두 번째 휴무

둘째 등교시간에 맞춰 같이 나갔다. 학교 앞까지 바래다주며 바로 공원으로 향했다. 나오기 전까지 살짝 고민을 했지만 역시 나오길 잘했다. 걸으면서 완연한 봄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바로 도서관으로 향한다. 이사 후 도서관이랑 멀어진 게 좀 아쉽지만 그렇다고 안 올 순 없지.  이주동안 읽을 책이기에 조금 더 신중을 요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영혼의 단짝 커피와 함께한다. 아침의 분주했던 현장을 정리하고 모처럼의 여유시간을 가져본다. 책을 편다. 책내용을 정리할 겸 노트북도 같이 켠다. 블로그에 다시 보고 싶은 내용을 저장해 둔다. 폰의 진동이 울린다. 카톡 한번 확인하고 책 내용 읽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세탁기는 자기 할 일을 다했다며 흥겨운 멜로디로 눌러앉아보려던 엉덩이를 가볍게 만든다. 그래 넌 할 일 다 해서 좋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아무도 모르는 할 일들이 가득하다.




이 글을 적기까지 몇 시간을 돌고 돌아서 마무리를 짓는 건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적을 내용이 없다고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만 아는 마감날이 다 되어 혼자 조급하다. 생각안나도 무작정 애굿은 타자만 쳐댄다.  일주일을 넘기면 안 된다는 압박감으로 뭐라도 적어보려 억지로 이 무거운 깜빡이를 안간힘을 다해 밀어내본다. 오늘따라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검은 깜빡이를 겨우 밀어내다 보면 마무리라는 것이 있겠지. 커서가 무서운 건지 내 마음이 무거운 건지. 용을 썼더니 이내 또 배가 고파진다.  의식의 흐름은 강하다. 아이들 없을 때 얼른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글 마무리가 되지않아 일어설수가 없다.

결국  없었던 일로.






오늘의 할 일은 어제  저녁 흐지부지 해진 다이어리를 다시 꺼내 하나씩 해야 할 목록들을 적은 결과이다.  다음 날 아침부터 무얼 할지 방황하는 시간을 줄여보려는 작은 의지다. 둘째 등교 보내면서 만보 걷기. 도서대출. 필요 없는 물건 나눔 올리기. 블로그 1포, 글 발행하기등 해야 할 일들을 글로 옮겨 정리하다 보니 분명해지고 순서가 보인다.

장소는 옮겨졌지만 해야 할 일은 그대로다. 원래 하던 루틴들을 믿고 하나씩 하다 보면 공간도 나도 어느새 스며들며 익숙해지겠지. 방황할 때는 하던걸 해보기로. 선명해지도록 적는다.



어젯밤 예전에 자주 즐겨 듣던 김유라작가님의 유튜브라이브를 들었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멘털 부여잡게 해주는 멘트들.

그리고 지금 듣고 싶었던 말들을 콕 집어 들려준다.



두려움은 행동하지 않은 것과 연결되어 있다.

행동을 하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쓰지 않아 더 두려웠던 거 같다. 생각나지 않는다고 시간없다고 외면했다. 일단 앉아서 검은 깜빡이부터 밀어내야함을.  발행이 주는 설렘과 짜릿함이 고팠는가보다.  일주일 만이라서 더 반갑다. 루틴의 목록에 꼭 들어가야 할 일 발행하기. 다시 생기 있는 하루를 보내게 해주는 힘이다. 두려움은 행동으로  루틴으로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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