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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pr 13. 2023

미나리 맛있지 않아?

제철음식 먹기


3월이 되면 미나리가 봇물 터진 듯이 쏟아져 나온다.(이때 미나리에 꽂혀 적다가 서랍 안에서 나오질 못했다) 미나리를 내돈내산 해본지가 언이 아니라 없다.  한창 미나리가 쏟아져 나올 때  먼저 먹어야지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아 지금이 철이구나 하며  절로 알게 된다.


특히나 어르신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인 만큼 제철이 되면 직접 뽑아서도 들고 오시고 한 번이라도 더 나눠 먹으시려는 정을 밀어낼 수가 없다.  한꺼번에 들어올 때는 점심시간에만 먹어도 넘쳐나기에  각자의 할당량으로도 나눠주신다.


사실 내가 요리하지 않는 건 다 맛있다고 할 만큼 자신도 없고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간혹 큰맘 먹고 시작하면 작은 요리일지언정 혼자 감탄하며 자뻑에 빠질 때도 있긴 하지만 그 마음먹기까지가 천리길이다.






삼겹살에 미나리(안 봐도 척 안 먹어봐도 딱)

참기름과 다진 마늘에 적당히 간이 된 미나리

새콤달콤 양념에 총총 썰어 잘 버무려진 미나리무침

그리고 노릇노릇 적당히 바삭한 미나리 전까지

하나의 재료로 다양한 요리까지 맛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유용한 음식인가.


이 중에  내가 한 요리는 없다.

점심시간에도   울어머니와 시엄니표 음식들

손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향긋하고 풍미 가득한 미나리를 눈앞에 영접하다니 그저 해주시면 감사히 먹고 그 맛을 충분히 느끼기만 하면 되니 입속 호강이 따로 없다.






직접 하나 누가 만들어주나 해주는 건 다 잘 먹어야지. 어떻게 만든 음식인데  왜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건지.

아이들의 입맛엔 영 아닌가 보다.

못 먹는 거 주는 거 아니니  이런 맛도 있다며 어른들만 알 수 있는 먹기만 하면 건강해질 것 같은 그 느낌 그대로 코앞에 들이밀어 본다.

(라떼말이야) 옛날을 생각해 보면  없어서 못 먹는다. 일부러 건강한 음식 들이밀어줘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요즘  맛있는 음식이 차고 넘치기에 나물은 순위에서 자꾸 밀려난다.  없던 입맛도 돌아오게 한다며  미나리찬양을  읊조린다. 세상 억울한 눈썹을 내지으며  달갑지 않은 입술이 마중을 나온다. 그래 그거지. 맛은 봐야지. 일단 맛은 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더는 권하지 않는다며 먹고 더 먹고 싶어도 없다며 관심도 없는 으름장을 놓는다.






누가 누구한테 먹으라는 건지. 그런 나는 어릴 적에 먹었었. 미나리를 알고 먹은 건지 모르고 먹은 건지조차도 기억회로 속에 저장되지 않았다. 그럼 언제부터 미나리를 먹기 시작한 건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결혼 후부터인 것 같다. 이때부터 나 혼자 아닌 누군가의 식사를 챙겨야 된다는 의무감만은 있었으니까. 마음만큼 요리실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문제지만. 남편보다는 나름 어른 입맛이라고 자부한다. 나물 채소를 챙겨 먹으려고는 하니까. 두릅하나조차도 남편밥그릇 위에 올려두어야 겨우 먹을까 말까 고민한다.



그런데 아직도 친해지기 어려운 나물이 있으니 바로 가죽나물이다. 점심시간만 되면 이름도 생소하고 다양한 나물들이 줄지어 나온다. 데쳐놓으면 솔직히 그 아이가 그 아이 같다. 조금이라도 친해보려 손은 가지만 두 번 이상은 잘 가지지 않는다. 어른 입맛 따라가기 아직 멀었나 보다. 

지금 만나야 더 효능이 좋고 매력적인 음식들

먹을 수 있을 때 먹는 게 제철음식이고 보약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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