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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pr 15. 2023

나눔의 참뜻

따뜻한 후기가 도착했어요


휴무일만되면  어디 버릴 것이 없나 이방 저 방 먹잇감을 찾듯 어슬렁 다니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아직도 소소한 집정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큰아이 수납장에  어린이집 때부터 받은 색연필과 조카가 쓰던 크레용 같은 제품이 2개 이상은 되었다. 하나씩만 놔두고 비우기로 결정한다. 1, 2천 원 받기도 머 한 그냥 필요한 사람 있으면 얼른 가져갔으면 했다. 당장 비우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이  어디서 자꾸 나타나는지 보물상자도 아닌 것이  정말 보물이었으면 이렇게 선 듯 나눔까지 생각했을까.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더 이상  보물이 아니다. 현재 필요하고 오늘도 사용되고 있는 물건이 소중한 보물이다.






나눔은 그 어떤 대가를 받지 않는다. 나에겐 쓸모가 없고 앞으로도 쓰지 않을 물건을 더 필요로 하며 잘 사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눔을 한다.



그런 나눔의 참뜻을 저버리고  약간의 가시가 돋았다.

두 번의 나눔을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나눔 종료를 해야기에  먼저  따뜻한 후기를 보내준다. 이게 은근히 기다리게 만든다. 처음 약속 잡은  한 명은 답장후기가 오지 않았다. 헛웃음이 났다. 이걸 바라고 나눔 한 게 아닌데 지금 무엇 때문에 언짢은 건지.  그에 비해 다른 한 명은 보낼 수 있는 최대 한의 따뜻한 후기를 보내주었다. 이게 뭐라고 잠깐의 기대감에 보답하듯 꽁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허비하는 것도 아닌데  좋아요 후기하나 보내지 못하나 하는 혼자만의 옹졸한 마음이 들었다. 못났다 못났어. 우리 집 비우려고 시작한 나눔이 이런  못난 마음이 스며들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넘기자. 오히려 얼른 가져가주어  더 감사하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본연의 의미를 거듭 되새긴다.



그건 그거고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으니 여유로운 공간은 약간의 스크래치  마음에 마데카솔보다 더 강력한 치료제가 되었다.  나눔으로 인한 따뜻한 후기는  생각보다 더 뿌듯했다. 참 별거 아닌 거 같으면서도  사소한 후기하나에  마음의 온도가 깃털처럼 가볍게 두둥실 떠다닌다. 당근에도 거래온도가 있다.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는 조금씩  온도를 높여준다.  비용을 내든 나눔을 하든 1도의 온도와 한켠의 텅 빈 공간을 위해  오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당근마켓에 내놓을  물건을 찾는다.








사진출처: 당근마켓,햇님이반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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