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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Apr 19. 2016

나의 사소하지만은 않은 일탈

Day trip to New York

그건 모두 위챗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학교 프로그램으로 겨울방학 동안 잠시 뉴욕에 와 있던 친구가 나 이번 주에 다시 한국 가ㅠㅜㅜ라고 단톡방에 올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 하나에 갑자기 그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쳐 오른 나는 갈까??하고 톡을 보냈고 그날로 메가버스 왕복표를 끊어버렸다.


워털루에서 뉴욕을 버스를 타고 간다는 건

토론토까지 두 시간+토론토에서 뉴욕까지 12시간+국경 검문 한 시간

도합 왕복 약 서른 시간의미한다.

그리고 문제는 내가 친구가 출국하기 전날 가기로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실제로 뉴욕에 있는 시간은 채 12시간이 안 된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뉴욕 여행이 시작되었다.


난 개인적으로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예전에 뉴욕에 갔을 때 관광객이 찍어야 할 명소는 엥간한 건 다 찍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충동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 물론 엄마한텐 친구가 근처에 와서 보러 간다고만 했다.... 울 엄만 내 친구가 아마 토론토에 온 줄 알 거야...


12시간 뒤에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깐 왜 그런 짓을 하냐며 마약 하는 사람  쳐다보는 수상한 눈초리로 날 쳐다보던 국경 검문을 통과해 뉴욕에 도착해서 버스에 내리자마자 우린 서로를 끌어안고 난리를 쳤다.

친구가 나중에 페이스북에서 이 영상을 보고 나를 태그 했을 정도였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단 건 정말 눈물 나는 경험이었다.


여자들이 노는 건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닌지라 배고프니깐 밥부터 먹자는 말과 함께 점심을 흡입했다. 소호와 월스트리트를  쏘다니며 사진을 찍던 우리는 야경을 보러 브루클린 다리로 향했고 그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또다시 흡입했다.


먹방과 함께 빠질 수 없는 건 인증샷 찍기고 딱 그때 노을이 지면서 너무 예뻤기 때문에 미친 듯이 사진을 찍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둘 다 사진은 예쁘게!!라는 마인드로 강바람이 미친 듯이 부는데도 외투를 벗고 사진을 찍는 미친 짓을 감행했다. 무슨 모델도 아니고 외투 벗고 사진 찍고 달려와서 외투 걸치고 다시 벗고 사진 찍고..... 주변 사람들이 다 지나가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하지만 우리는 너희는 쳐다봐라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는 정신으로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고 친구의 아이폰 덕에 꽤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며 보는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천루와 노을이 어우러져 이루는 장관은 내가 살면서 본 야경 top 3 안에 들어갈 것이다. 폰 카메라가 눈이 보는 광경을 모두 담아내지 못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하루의 마무리는 타임 스퀘어에서 쉑쉑 버거 + 치즈 케이크 콤보로 단짠단짠하게!! 뉴욕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타임스퀘어를 꼽는 나를 배려해준 친구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친구 하나 12시간 보겠다고 왕복 30시간을 소요하는 건. 그것도 여자애 혼자서. 겁도 없이.

 하지만 메가버스에서 내려서 서로를 격하게 환영한 그 순간부터 강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놓지 않았던 순간, 디즈니 스토어에서 푸 인형을 안고 사진을 찍던 모든 순간순간들이 너무나도 행복했고 그건 그 친구와 함께였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지금도 나는 그때의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아직도 그 12시간은 교환 학생으로 보낸 나날들 중 최고의 시간들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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