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이탈리아의 수를 확실히 따돌리고 부동의 1위를 굳건히 지킬 기세다. 전체 확진자의 반절 수준의 5만여 명이 뉴욕에서 나오고 있어 며칠 사이로 뉴욕이 폐쇄의 셧다운에 이어 봉쇄의 럭다운이 되지 싶다. 그렇게 되면 뉴욕과 연계된 도로가 봉쇄되어 중국의 우한 도시가 될듯한데, 문제는 뉴욕은 미국의 중심 중의 중심인 주이고 특히 미국 경제의 중심이라 봉쇄에 따른 주가나 경제제재의 늪으로 빠지게 되어 미국의 모든 주가 흔들이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하지만 거기까지의 시뮬레이션을 전문가가 포물선으로 그리지 않더라도 그냥 나 같은 사람에게도 보이니 그것이 무서운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미국의 확진자 대비 사망자가 유럽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데 있다. 유럽의 특히 이탈리아나 스페인, 지금은 독일이나 영국의 상황 거의 모든 유럽의 사망자 비율은 확진자 대비 10%대를 기록하고 있는 데에 반해 미국은 1.6% 인걸 보면 그래도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비교해 의료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다. 그게 아니면 정말 유럽의 의료의 질이 현저히 낮은 건지는 코로나의 상황이 끝나면 결과치가 나오겠지만, 한국의 사망률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고 그다음은 미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반드시 방역해야 하는 방역복도 절대 부족이라 검정 쓰레기 비닐을 옷으로 만들어 입고 진료를 하는 모습은 내가 미국에 살고 있지만 보는 이가 창피할 정도이다. 내 큰딸이 공부하고 있는 마이애미 병원 의사들도 마스크가 없다고 해서 미리 중국 지인에게서 받아 놓은 마스크 일부를 도네이션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보다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라 보내기로 했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정말이지 한탄스럽다.
아무리 목이 터져라 글로 외쳐대면 뭐할까 싶으니 기운이 빠진다. 이전 글의 '미국의 의료, 바꿔야 산다'고 말하고 마스크를 왜 쓰지 않는지에 대해 아무리 언급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마스크가 없었던 한 달 전에는 중국사람들이 싹쓸이해 중국에 보냈다는 말에 신빙성이 실려 그러려나 했다. 그다음엔 미국인들은 마스크에 대한 불신이 많아 그런다고 해서 또 그러려나 했다. 하지만 난 그때도 이렇게 반문하고 싶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갖가지 알레르기를 달고 사는 미국인들이 왜 마스크에 대한 귀중함은 모르는 걸까?
마스크는 환자가 아닌 서로의
예방 차원에서 누구나 써야 한다
한국의 미세먼지나 베트남의 오토바이 공해로 마스크를 꼭 쓰는 이유를 굳이 설명 안 해도 알 텐데 왜 굳이 미국인들은 마스크처럼 간단한 행위로 방지하지 못하는 걸까 의문이다. 그 뒤로도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마스크가 없어서 사람들이 안 쓴다거나 문화의 차이로 안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누구는 그런다.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쓰는 건 소용이 없다고.. 그럼 미국의 확진자는 반드시 쓴다는 보장이 있는가? 나 자신이 확진자 인지도 모르는 무증상 환자라면? 마스크는 예방 차원에서 누구나 반드시 써야 한다. '소 귀에 경 읽기'라는 것이 이런 것이리라.
그러면서 한마디 하는 거지 '마스크만이 우리가 다 같이 살길이다'라고... 트럼프는 한국의 대통령처럼 이것저것 살피고 대화하지 않는다. 인공호흡기도 GM을 까가며 만들라고 명령하면 뚝딱이다. 인공호흡기에 비해 단순한 절차인 마스크의 수급은 왜 그리 어려운 일인지 나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대통령이 안하무인이라면 왜 미국 사람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마스크가 세계적으로 꼭 써야 하는 이유를 그렇게 많이 설명하고 선전하는데 집에서 천으로라도 만들어 써야 하지 않을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야 하거늘... 아직도 코로나19의 실체를, 코로나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밖에 서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고 우리 전 세계인의 중대한 문제이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선진국의 서열도 아무 소용없다는 걸 이번 코로나가 일깨워준 중요한 교훈이다.
마트에 갔다.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까지 대동하고 들어갔다. 딱히 살 거는 없지만 이상하게 지금의 상황을 글로 전해야 한다는 약간의 의무감이,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에 생겼다.
마트의 풍경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휴지와 락스, 손세정제 섹션은 텅 비어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마스크를 쓴 우리 부부를 곁눈으로 보는 것도 여전하고 간간히 일회용 장갑을 낀 사람들이 물건을 카트에 담았다. 한가하다. 6피트 즉 1.8미터 거리 두기도 그리 정확히 지키는 건 아니고 오히려 차에서 잘 내리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부축해 겨우 내려 손을 붙잡고 마트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것도 마스크도 쓰지 않고 나를 쳐다보는데 나는 쓴웃음을 날려야 했다.
3월 13일 트럼프가 국가비상 선포를 하고 마트에서 휴지와 손세정제 등을 사재기하고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우왕좌왕하다가 3월 16일 오후 5시를 기해 메릴랜드 주지사는 폐쇄령을 내렸다. 폐쇄령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끼리는 6피트 거리두기를 어길 시 $400(한화 5십만 원)의 티켓이 발부되고 교회 모임에도 갈 수 없고 어길 시 똑같은 금액의 티켓이라고 한다. 소규모 상점에서부터 공원까지도 폐쇄가 되었다. 식당 같은 먹거리를 파는 곳은 제한적인 시간으로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지만, 집에서 나가는 거 자체를 꺼리기에 오히려 닫는 게 식당 입장에서는 이익이라고 한다.
미국 사람들은 순진한 사람들이 맞나 보다. 정말 다들 잘 지킨다. 그러니 마스크도 꼭 쓰라고 말하면 어떡해서든 쓸 텐데 안 써도 무방하다고 지금도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속이 터진다. 암튼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고 일부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마트에만 가는 듯한데 마스크는 쓰지 않는다. 내가 불안하다. 누가 확진자인지 모르는데 어찌 저렇게 태연히 다니고 있는지 그러니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그 외의 질서는 너무도 안정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다. 폭력도 없고 어떠한 폭동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정폭력이나 범죄율은 유렵이나 미국도 급감했다고 하니 손뼉 칠만하다.
내일이면 폐쇄명령이 나고 꼭 일주일이 된다. 며칠 되었다고 그새 아이들과의 뒹글임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한국처럼 한층에 모든 가족이 있는 게 아니니 집에서도 아이들과의 거리두기를 실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중2인 사춘기 아들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침부터 한 푸닥거리를 하고 나니 아들이나 나나 스트레스 해소를 푼 듯하다. 폭풍전야가 무서운 거지 막상 폭풍이 오면 그리고 그 폭풍의 시기가 오래가면 그러려니 하고 참는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차례 신경전이 지나갔으니 앞으로 한 일주일은 잠잠한 모드로 조심히 동거 동락할 것이다.
전업주부는 무급휴가와 밥순이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가 힘든 폐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매업을 하는 사람들은 렌트비와 인건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것이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여야 하기에 온 가족의 걱정 덩이가 될 것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대처해야 하는 학교 관계자들은 새로운 시스템 구축으로 머리를 써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전업주부로 전환된 나 같은 직장인은 무급휴가를 받는 경제적인 힘듦과 동시에 매끼를 책임져야 하는 밥순이의 역할도 착실히 수행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직업군은 하루와 주급으로 생활하는 모든 경제인들로 그들의 경제력 상실로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 트럼프가 그나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일인당 $1,200을 푼다 하고 실업수당도 전체 금액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금액을 4달 동안 커버한다 해서 정말이지 다행이다.
얼마 전에 올린 코로나로 '전 세계인 모두가 일도 하지 말고, 돈도 벌지 말고, 딱 2주간의 휴가를 갔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다. 말이 씨가 되었다. 세계의 모든 이들이 2주가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휴가를 받았는데 너무 긴 휴가를 받았다. 집에만 있으면 그래도 바이러스가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고 모두가 돈을 못 벌고 모두가 같은 상황이니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있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찾아보자. 난 하루에 한 공간을 착실히 비우기로 했다. 희한한 건 공간을 비우는 일은 내 마음을 비우는 일이 된다. 마음도 비우고 누구나 맑음을 가지다 보면 언젠가는 깨끗한 지구가 되어, 하나님이 창조한 그 찬란한 첫날이 되지 않을까 상상하며 혼자 빙그레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