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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Sep 28. 2020

설마, 당신이 샤이 (Shy)트럼프인가?

자, 샤이 트럼프라고 했는데 샤이(shy)의 뜻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봐야 되겠다. 영어 공부를 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니 오해하진 말길 바라며..




미국에 와서 거의 처음으로 들은 말이 Shy였다. 미국에 처음 도착하고 아이를 데이케어, 즉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거의 6개월 동안 영어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선생님은 나에게 물었다.


당신 딸이 내 말을 알아듣는 거는 같은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원래 성격이 샤이 한 건지 아니면, 미안하지만 말을 못 하는 거 아니냐?


영어로 말을 하기는커녕 듣는 것도 완전 꽝인 시절이었으니 내가 전혀 못 알아들은 거로 착각을 하고 싶을 만큼 슬픈 날이었다. 집에서는 한국말로 재잘재잘 말도 잘하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과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혼자 놀았겠구나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집에 오자마자 영어사전을 뒤져보았다.


Shy는 형용사, 동사, 명사 모두 쓰이는데 수줍다거나, 조심성 있고, 심하게 말하면 살짝 모자라는 사람을 일컬을 때도 쓰이는 말이다. 사람한테 샤이를 쓰는 건 보통 수줍어하는 성격을 말할 때 많이 쓰인다.


영 바보 같은 느낌으로 선생님이 내 아이에 대해 말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설마 말을 아예 못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는 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에 태어난 막내는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ShyBoy'라는 말을 종종 들어서인지 남자에게 샤이라는 말도 미국에선 종종 쓰인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들었던 샤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안쓰럽고 보듬고 싶은 약한 느낌의 단어다. 적어도 나에겐..


그러한 샤이가 이번엔 엉뚱하게 트럼프를 말없이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샤이 트럼프'라는 말로 가져다 붙여졌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결속력으로 무장하고 버팀목이 되어줄 '콘크리트 부대'도 모자라 이제는 다른 사람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숨은 조력자가 되어 트럼프를 지지하는 부대가 있다니 이를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대선까지 트럼프를 비방하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 마음을 심하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대선이 이제 겨우 38일 남겨둔 시점에서 나온 이러한 단어가 나를 왜 분노케 하는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하필 너무도 건강하게 잘 버티고 있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여사가 갑자기 타계하시면서 더 심하게 대선을 흔들고 있다.


미국 연방 대법관은 총 9명으로 보수와 진보성향의 법관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는 5대 4로 보수가 한 명 많은 상황으로 어느 정도 견제가 될 수 있었지만 진보 성향중의 한명인 긴즈버그가 없는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가 자기편 즉 보수세력의 후보를 임명한다면 6 3으로 영향력 행사에 커다란 변수로 남을 수 있기에 지금이 아주 중대 시기라 할 수 있다.


미국 대법관은 9명으로 구성되어있고 오른쪽 맨 끝에 앉아있는 분이 긴즈버그이다


특히 긴즈버그는 대표적 페미니스트로 진보진영의 아이콘이 되어 젊은 층의 지지세력이 많았을뿐더러 진보 성향을 가진 많은 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인물이다. 성소수자의 편에서 판결을 내렸고 이민자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한층 격상시켰을뿐더러 그녀 자신이 유태인임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관대함과 그에 앞선 인간존중의 사랑이 밑바탕에 깔린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었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 많은 미국인들이 대법원 앞에서 추모를 가졌고 유명인사의 행렬이 줄을 지었다며 내 딸이 그곳에서 공부하는 입장에서 요즘 같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인파로 지하통로를 이용해 들어가 수업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가장 크게 감동적으로 와 닿은 추모객은 단연 그녀의 20년 지기 헬스 트레이너다.


트레이너 덕분에 그녀의 건강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측근으로 그녀를 극진히 보살펴 왔다는데 그녀 앞에서 묵념을 하고 양복을 입은 채로 바닥에 손을 대고  굽혀 펴기 3번을 마치고 천천히 일어나 옷을 가다듬고 다시 묵념을 하고 돌아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나는 이 모습을 보고 코로나로 인해 미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보인 이 시점에 미국에 산다는 자체에 심한 우울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더욱 놀라운 모습으로 내 머리에 각인되었다. 모든 미국인들의 시선이 집중되어있고 특히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과의 거리에 그는 너무도 자유스러운 모습으로 너무도 당연한 그만의 방식으로 추모를 당당히 했다는 거.. 얼마나 엄숙한 자리인가?


죽음의 뒷자리가 얼마나 무섭고, 침울하고, 너무 고요해서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아야 할 그런 장소에서 자칫 웃음거리가 될 행동을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그녀와의 기억을 나누는 행동에 대해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다는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아직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이런 행동은 긴즈버그의 열린 사고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는 이라 말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의 대통령 장례식장에서 운동 트레이너가 갑자기 팔 굽혀 펴기를 했다면 뉴스 토픽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회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  뚜껑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트럼프는 그새 자기 사람을 내세우고 있다.


에이미 코니 베럿이라는 미국 여자인데 1973년 생으로 법관 중 가장 어린 여자를 콕 찍어 지명했다.

당연히 보수성향이 강한 여자이다. 특히 그녀 자신의 아이가 5명이고 2명을 입양해서 7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다둥이 엄마답게 낙태 금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총기 소지에 관한 법해석을 보수 쪽으로 손을 들어 일반 시민들에게 반하는 입장을 내세우는가 하면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도 옹호하는 성명을 내놓았기에 긴즈버그와 완전히 상반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 시점부터 그래 왔던 일이니 할 말은 없지만, 대통령의 많은 권리 중에 평생 종신직인 대법관을 자신의 견해만을 가지고 단독으로 임명한다는 건 어쩌면 큰 죄악 인지도 모른다. 작은 예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고등학생이 한 번의 판단으로 대학과 과를 선택해서 평생을 그 공부로 살아가야 하는 결정을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린 청소년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을 어떻게 아는가?


그뿐인가? 결혼도 한번 결정으로 백년해로해야 함을 강조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 얼마나 많은 상처로 서로를 힘들게 하는가? 하물며 한 번의 임명으로 죽을 때까지 한나라의 법을 책임지고 그 법을 따라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인데 대통령 한 사람이 지명을 한다? 어쩐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하필 트럼프 때라니....


물론 트럼프가 재선이 된다면 우리 이민자들이 설 자리는 제일 변방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로 생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도 이민자들을 철저히 막을 것이다. 많은 한인들이 그나마 중국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불도저 같은 트럼프밖에 없어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왜 중국이나 다른 여러 나라들과 싸우는 나라가 되었었는가? 왜 미국을 대국이라 말하고 천조국이라 말하고 미국의 대통령을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렸는가? 미국의 대통령은  나라의 리더가 아니다. 세계질서를 바로 잡고 도태되는 나라 없이 아우르며 세계의 안전을 수호해야 할 책임 있는 대통령이었기에 세계 모두가 영어를 공통어로 채택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질서 있게 서로를 배려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을 보라.


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라 대놓고 말해 중국사람들을 분노케 만들고 코로나 19의 확산을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WHO의 잘못으로 넘기며 탈퇴해 버리고 공동으로 백신을 만들어 세계사람들 누구에게나 맞게 해야 할 제일 강대국이 독자노선을 걷는다며 합류하지도 않았다. 영국으로부터 이민을  온갖 만행으로 원주민을 학살하고서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면서  뒤로 들어온 이민자들을 몰아내려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인종차별은 어떤가?

흑인을 노예로 데리고 와서 지금도 흑인을 백인의 하인쯤으로 생각하고 경찰들의 총과 무력으로 그들의 무릎에 무릎 꿇게 만드는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 모두가 개선되려는 그동안의 노력을 트럼프가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이런데도 트럼프를 재선에 승리하게 한다면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고 지금의 이민자들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질뿐더러 우리의 손에 힘없이 끌려온 이민 2,3세들이 살아남을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도 없지만 세계의 리더로서의 자질은 아예 없는 그냥 부유한 비즈니스맨이다. 지금도 자신의 부를 늘리기 위해 세법도 바꾸며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고 여자를 자기의 놀잇감으로 간주하여 미성년에게도 함부로 말하고 여자와의 스캔들은 이제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도덕적으로도 저급 인생이다. 이민자들을 미국의 동맹이 아닌 적으로 간주하는 사고가 불균형된 사람을 어찌 하나의 나라도 아닌 이 세계의 리더로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 긴박한 상황에 콘크리트 부대도 모자라 이제는 샤이 트럼프 부대까지 있다는 말에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이민자들이 샤이하게 뒤에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긴즈버그의 유언마저 조작되었을 가망성이 있다는 과대망상 증상까지 보이고 있는 트럼프다.

 

긴즈버그의 유언은 이렇다.


"대선이 끝나고 차기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자를 뽑길 바란다" 그녀가 얼마나 불안했으면 이런 유언을 했을까? 라디오 방송에서도 밝혔고 손녀에게도 유언을 남겼다는데 트럼프는 이런 말도 조작이라고 하니 그의 어떤 말을 우리도 진실로 들어야 하는 걸까? 하나 덧붙여, 만약 트럼프 자신이 대선에 진다면 불복한다는 말을 벌써부터 대놓고 하는 사람이다. 샤이 트럼프라고 하는데 샤이를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수줍고 어리숙하고 말없고 조용한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할리가 없다. 샤이가 아닌 Brash Trump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https://youtu.be/4FHBcZgmehg


https://youtu.be/lPepwQE5X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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