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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Jun 28. 2021

미국에서 온, 빨간 스티커 원숭이

생애 두 번째 자가격리 중입니다

2020년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국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어찌어찌했더랬다. 자가격리라는걸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건너 건너 어렴풋이 들어본 간접경험들이 파도를 타고 누가 그랬더라는 소문으로만 들었을 가능성이 아주 많다.


그런 백만분의 일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할 줄 나 또한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해는 한국의 영주권인 거소증 만기일이 되어 연장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행을 추진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6월 20일자로 비행기 티켓팅을 했다.


2주 자가격리를 감안하고 거소증을 위한 한국 출입국관리국에 예약 한 날짜까지를 고려해서 며칠의 여유시간을 남긴 아주 세세한 날짜 계산으로 잡은 날이 그날이었다. 가기 전까지의 스케줄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 차에 한국에서 중대 발표가 났다.


7월 1일부터 '한국 입국 자가격리 면제' 라는 기사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다. 된다된다했던 소문이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격리를 면제해달라는 청원이 들어간 상태라 기대했던 일이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즉시 6월에 가기로 발권한 비행기 좌석표를 거의 일제히 취소에 들어갔고 그에 따른 위약금을 아주 상당히 기쁜 마음으로 물었다. 왜냐하면 $300(한화 약 350,000)이라는 위약금에 비해 2주 자가격리의 면제는 그만큼 엄청난 시간적 정신적, 보상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혼란이 시작되었다.


자, 7월 1일부터 한국 입국 자가격리 면제라는 타이틀에 무슨 이견이 있을 수 있을까? 일단 7월 1일부터 면제가 아니라 면제를 위한 신청서를 낼 수 있는 날이라는 게 중요하다. 신청서를 내고 승인까지 1-2주가 걸린다는 단서도 달렸다. 7월 1일부터 면제라는 발표에 6월 31일에 비행기를 타는 사람부터 면제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던 한인들에게는 커다란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비행기 표를 취소한 한인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을 보고 실망을 넘어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발표만 그렇게 했지 실제로는 7월 1일부터 신청서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럼 어떻게 신청을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는데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신청을 어떻게 하는 건지, 신청을 하면 언제 승인이 나는 건지, 신청을 위한 자격요건이 어찌 되는 건지, 어디에 신청서를 내야 하는 건지, 등등 오직 신청서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정확한 지침없이 전체적인 아웃 라인만을 발표해버리고 그 뒷면의 혼란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의 영사관 업무가 거의 마비가 될 정도로 혼란스러운 일이되었다.


일단 방문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데 이는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으로 규정하고 여기에는 형제자매가 포함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분명히 달았다. 그 외에는 사업상의 국위와 학술에 참여하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증명을 위한 절차가 만만치 않다. 물론 각국에서 백신 1차와 2차를 마친 후 2주가 지난 시점이 되어야 하고 당연히 PCR 검사를 72시간 내에 받고 그 결과지를 동봉해야 한다.


먼저 직계존속은 무엇이고 직계비속은 어떻게 해석되나?


직계존속은 나를 기준으로 수직 혈통 즉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를 말하고 직계비속은 나를 중심으로 아래로 내려가 나의 아들, 딸을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직계존비속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평행으로 혈통 즉 형제, 자매가 그 안에 포함되지 않고 고모나 삼촌 등도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나의 배우자나 배우자의 혈통 또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계존비속이 된다 해도 가족증명서나 호적 증명서로 증명을 해야하는데 이 또한 외국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한국에 내 부모를 만나러 오는 목적이 아니고선 일반 사람들의 출입을 막겠다는 의도임에 틀림이 없다. 외국에 살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이 살아계신 가정이 얼마나 있을 것이며 부모가 안 계시지만 친척이나 형제자매를 방문하는 한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사이다. 잘 들어보지도 못한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 같은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한국 방문을 비비 꼬아 한국 사람들에게 마치 외국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처럼 발표하고 실제로는 이러한 어려운 내용을 담아 입국을 막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직계존비속은 또 그런다치고 사업상의 목적이나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까다로운 규정을 시사했다. 공정하고 정당한 기관이라는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말로 어느 기관에 승인을 거쳐야 면제가 된다는 기준이 없어서 사실상 면제가 된다는 실례를 찾기가 어렵다는 영사관의 답변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다 보니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던 많은 사람들은 자가격리 면제를 포기하고 다시 예정대로 예약을 하려고 하는데 이제는 비행기 티켓값이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있다. 모든 사람들이 7월 이후에 가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울상을 짓고 있는 많은 한인들을 뒤로하고 나는 예정대로 6월 20일 출발했다.


72시간 안에만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 증폭 검사PCR을 위해 그렇게나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떠나기 이틀 전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24시간 후에 음성 결과가 나온 결과를 이메일로 받고 집에서 출력한 검사지와 백신 접종 카드를 준비했다.


PCR 검사를 어렵게 받았지만 그 결과를 한국에 가는동안까지 받지 못했다 해서 한국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본국으로 되돌려 보냈다는 기사를 본터라 백신 접종 카드와 PCR검사지를 무슨 나의 생명줄처럼 고이 모시고 입국했다. 작년에 비해 입국 수속은 조금 간소해진 느낌이었다. 작년엔 처음 있는 코로나 시기라 모든 게 허술했고 이번엔 다소 빠른 시스템을 도입한듯 보였다.


하지만 더욱 강화된 건 거소증이 없는 사람들에겐 절대 자기 스스로 구한 집이나 호텔, 친척집에 갈 수 없다는 일이다. 무조건 정부에서 정한 격리시설로 가야 하고 들어가기 전에 결재를 완료해야 한다. 내 앞에 줄서 있던 모녀는 당장 시설격리 경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꽤나 당황스러워 보였다. 가족이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도 못하고 각각 1,600,000원을 내야 하는데 당장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발만 동동거리고 있어 안타까웠다. 더구나 입국전 개인의 보호자와 그 자리에서 연락이 되지 않으면 거소증이 있다해도 밖으로 나올수 없었다.


암튼 나는 거소증 소지로 인해 한시름 놓인 상태에서 짐을 찾고 급히 입국장을 향해 나오는데 이번엔 나의 행선지가 중요했다. 어디로 갈 것인지 입구에서 물었다. 서울인가? 서울이다. 누가 기다리고 있나? 보호자가 있다. 자차인가? 택시인가? 방역 택시라고 들었다. 그럼 여기에서 기다려라. 보호자와 방역 택시 기사님이 동시에 나와 있어야 나갈 수 있다. 자 여기에서 대기해라. 손을 흔들어 보아라....


다른 곳을 얼핏 보니 자차로 가는 사람은 자차를 운행하는 운전자의 인적 사항을 적고 행여나 그냥 통과할지 모르니 주차장 티켓을 확인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지방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줄을 서서 열차까지 이동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방역팀과 나란히 줄을 서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한마디로 개미새끼 한 마리도 그냥은 통과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다행히 내 보호자와 방역 택시 운전자가 함께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고 확인이 되자 입구에서 내옷에 빨간 스티커를 붙였다. 마치 접근금지용 스티커같은 느낌이라 마음도 빨갛게 달아올라 얼굴이 화끈했다. 바로 택시에 올랐고 뒷좌석에 두꺼운 비닐이 쳐진 상태라 말한마디 하지않고 집까지 왔다. 택시에서 내려 올라오는 길에 행여 나의 존재를 이웃이 알까 조심스럽게 트렁크를 끌었고 주민과 마주치치 않게 주의를 살피며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마치 바이러스 덩어리라 생각되어 007 작전으로 오지 않아야 할 곳을 오게 된 듯한 아주 기분 나쁜 원숭이가 된 듯 상당히 불쾌한 한국 입성이었음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방역을 완료한 택시 내부의 모습이다.


집에 도착을 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날 근처의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이때도 방역 택시를 타고 보건소에 가야 하고 다시 타고 집에 와야 하는 과정에서 돈이 없으면 코로나 검사를 어떻게 받을지 심히 걱정스러워 물으니 그럼 걸어서라도 와야 한다는 말에 다시 한번 으악!!


작년에 비해 검사소의 빠른 절차는 많이 개선이 되어 다행이었다. 내 핸드폰이 아직 개통되지 않은 점을 알고 노트북을 이용한 접수라든지 이제는 부스가 정해져 있었어 대기시간 없이 바로바로 들어가게끔 되어있어 그나마 편리했다. 방역 택시를 다시 타고 집에 오니 보건소 직원이 방문을 했다.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집안을 둘러보더니 마스크며 종량제 봉투며 손 소독재를 건네주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내가 또다시 바이러스 덩어리처럼 생각된 장면이다.


 

강남 보건소 코로나 검사장


그다음 날 코로나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제야 안심인 상황이 되었다. 이로써 미국에서 화이자 2차 접종 완료, 2주 지난 후, 입국 72시간 내 PCR 검사, 검사지 제출, 입국 후 코로나 재 검사, 음성결과 완료가 되었다.


그런데, 왜 또 2주 격리를 해야 하는가?


한국에 사는 사람은 아직 집단면역도 되지 않아 입국자보다 더 위험한 상황인데 왜 완벽에 완벽을 요구한 입국자에게는 자가격리를 2주씩이나 요구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더 이상한 건 한국에서 백신을 맞고 외국을 나갔다가 오면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맞은 백신은 괜찮고 미국이나 외국에서 맞은 백신은 믿지 못한다는 말인가? 하물며 백신은 외국것인데? 또 희안한건 누구 하나 그렇게나 고이 모셔온 백신 접종 카드를 확인하는 사람이 없었다. 백신을 맞아 이미 몸에 항체가 생긴 일은 무시하고 자국에서 코로나를 검사하는 일에만 전념하는 지금의 상황을 같은 한국인이지만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미국 거리에서 누구나 백신을 맞고 있고 뉴욕에서는 백신 관광이라는 말로 경제를 살리려 애쓰는 상황에서 그 누가 백신을 맞지 않고 이 나라를 올 것이며 설사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코로나 검사를 72시간 안에 두 번이나 했고 음성이 나왔다면 굳이 2주씩이나 격리를 하며 아깝게 시간과 돈을 허비해야 하는 이유를 솔직히 납득하지 못하겠다. 말이 2주지 시간으로 따지면 336시간이다.


시간이 돈이고 돈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한 명당 336시간이고 이를 관광객이나 경제인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그 경제적 이득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코로나로 세계가 얼어붙어버린 지금 이렇게까지 한국이 외국사람들을 밀어낸다면 경제적인 면에서 이득이 될 수 없고 보이기 위한 정책으로 7월 1일부터 면제라는 극약처방인 것처럼 발표해 놓고 직접적으로 당하는 사람들은 바뀌는 건 하나도 없는 사실에 분통만 터지는 일임을 한국 정부는 알아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처사다.


미국의 상황을 보자. 코로나 대응에 완전 실패로 어마어마한 사상자와 확진자를 내어 전 세계적인 망신을 톡톡히 당했고 나 또한 맹렬히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에 반해 한국의 방역은 세계적인 호평을 받으며 K방역이 모범이 되어 세계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다. 세월이 흐르고 미국에서 백신이 나오고 그나마 구겨졌던 체면이 조금 올라가면서 이제는 집단면역이 되어 NO마스크의 시대가 열렸다. 나 또한 일찌감치 화이자 1차, 2차를 맞았고 실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염려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이제는 거리에 백신 버스가 있어서 백신을 원하는 누구나 버스에 올라 맞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나라 간 상호 믿을 수 있는 백신 창구가 없어 그를 증명하기 어려워 백신 카드가 무용지물이라고 해서 한국의 입국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지만, 굳이 백신을 맞지 않았는데 맞았다고 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 한국처럼 나이에 맞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특별히 백신을 맞아야만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말은 말도 되지 않다는 걸 한국 정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지금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는 인도의 델타 변이로 다시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한국이 북한이나 중국처럼 공산국가도 아니고 국경을 완전 봉쇄한다는 것도 아닌 이상 입국자들을 완벽히 봉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뽕이라는 말을 들었던 나다.


이번 일로 한순간에 국뽕에서 변질자로 되어버리는 일은 없겠지만 한국 정부에 실망을 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보이기 위한 정책이라는 건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실외에선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먹고 마시고 대화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 당시 식당의 문을 닫고 단지 테이크아웃으로만 연명했었고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었다. 정작 중요한 바이러스 대응에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의 면적과 같은 메릴랜드는 코로나 확진자가 50명 미만이고 미국의 전체 주의 평균을 보더라도 200명 내외다. 그럼에도 2주 격리는커녕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정작 인원수를 제한하고 매일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고 있는 한국의 확진자수는 600명대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가?


정답은 없다. 개인사가 아니기에 과정보다는 수치에 판단의 기준이 되는 일이 억울한 정부겠지만, 쓸데없는 일에 기운을 빼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기에   있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으니 앞으로 일주일을  버티며  억울함을 글로 전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미국에서  빨간 스티커 원숭이가 자유로운 파랑새가 되는 그날을 위해 화이팅하자.


 https://brunch.co.kr/@jinanamoo/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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