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 Marczewski을 처음 알게 된 건 2021 작년 그녀가 30세가 된 해 미국 티브이에서다. 한국의 '미스 트롯'이나 '미스터 트롯' 아니면 예전의 '스타킹' 같이 노래나 특이한 예술로 경연을 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유명한 ‘America’s Got Talent(AGT)’라는 쇼 프로그램에서 Jane을 보았다.
아주 마른 체격에 작은 얼굴 그리고 짧은 헤어컷인데도 여성스럽고 매력적이면서 귀티가 나는 한마디로 범접할 수 없는 포스로 무대 위를 걸어 나오는 모습부터 내 이목을 끌었다. 심사위원은 그녀에게 어디에서 왔고 몇 살인지부터 호구조사를 하는데 대답하며 웃는 입 모양이며 작고 마른 몸짓이 누구에게나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보통 미국인들은 10대에 극에 찬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이다 20대가 되면서 서서히 기운다. 30대가 되면 급격히 노화가 진행되어 우리의 50대 아줌마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유전적인 요소가 많기도 하고 대륙적인 기질도 한몫하고 아시안 특히 한국인들처럼 가꾸는 문화가 아니어서인지 내 또래 아줌마들은 정말 70대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 미국에서 서른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외모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미소녀의 때 묻지 않은 고등학생 때쯤이나 봄 직한 그런 순수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하얀 이가 가지런하고 목은 기다랗고 옷은 꾸미지 않은 듯 검정 기본 티에 살짝 찢어진 하얀 보이진을 입었고 거기에 단정한 검정 앵글 부츠를 신었다.
특히 편안하고 좋았던 모습은 깡마른 왼손을 흰 바지 포켓에 넣고 살짝 쑥스러운 듯 몸을 기울며 심사위원과 대화를 하는데, 그렇게나 크고 화려한 무대에서 홀로 서 있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말하는 조그만 여자가 너무 멋져 보였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남이 했을 때의 그 만족감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리라. 그 자체에서 아우라가 보인다고 해야겠다.
첫 등장이 주는 그녀의 카리스마와 동시에 가냘픈 여성미는 관객과 심사위원 그리고 나를 단박에 사로잡았다. 심사위원이 물었다. "몇 살이냐"고 그녀는 당당하면서 수줍게 "30"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제목이 뭐냐고 물었다. 그녀는 "It's OK"라고 답하면서 몇 년 전에 유방암에 걸렸고 지금은 위 폐 등등 전이가 되었다고 답했다. 심사위원들은 놀라며 말을 잊지 못하면서 그럼 "Your not OK"라고 했고 제인은 "No, I’m OK"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를 보는 눈이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매료당했고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설사 아주 못하는 노래 실력을 가졌다 해도 그녀의 외모와 그녀의 미소로 이미 그녀의 매력에 빠져버렸는데 그녀가 말하고 있는 아무렇지 않을 거 같은 병명은 100점을 이미 가져다주고 듣는다고 생각하면 딱 맞을 말이다.
허스키하면서 맑은 목소리는 지상에서 듣지 못할 거 같은 하늘에서 내려주신 신의 목소리였고 가사 또한 모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내 영어 실력이 완벽하지 못한 탓으로 모두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는 내용이었다.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It's OK'라고 조용히 말하지만, 힘있게 그러면서 밝은 눈빛으로 노래를 하는 그녀의 얼굴은 천사의 웃음과 미소였고 그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로 들렸다. 그녀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을 가지고 들으니 그녀가 아프게 걸어왔을 지난 삶에 깊이 공감이 되면서 그녀의 밝지만 연약한 이미지와 '괜찮다'고 대뇌이는 노래 가사가 겹치면서 더욱 큰 슬픔으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누구라도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며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되었을 것이다. 겨우 2, 3분 남짓 걸렸던 노래 속으로 녹아 들어가 헤맸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한 심사위원이 골드 버즈 키를 힘차게 누르자 하늘에서 골드색 장식이 휘날리며 클라이맥스가 올라갔고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의 무대는 포기하면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나의 시야에서도 서서히 잊혀 갔다. 그랬는데... 며칠 전에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영원히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뉴스가 떠들썩했다.
"그 어두운 길을 가는 것은 무섭지만, 알다시피, 그 감정은 당신을 떠나지 않습니다. 느껴야 합니다. 당신은 느껴야 합니다, 당신은 나쁜 일이 없는 것처럼 남은 인생을 속일 수 없으며 하루 종일 행복한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영상 속 제인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슬픔의 공간을 제공하는 이야기를 하며 침대에 누운 모습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한 전혜린과 잠시 오버랩되었다. 천재 작가이고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그녀지만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던졌다는 의미에서 나는 그녀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았다. 그녀의 천재성과 그녀의 개척하는 삶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그녀에게는 최선이었겠지만,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서 자신을 놓아버린 결과에 대해 나는 그 안타까움에 미움마저 생겼다.
자신의 고통이 설사 죽음으로밖에 치유될 수 없었다 해도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좌지우지했던 것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칭송받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남은 가족이 살아가야 할 그 세월을 이기적으로 생각했다는 것 하나로 나는 그녀를 존경하지 않는다. 조금만 당신의 아픔을 이겨내 주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하는 나의 이기심이다.
난 그녀의 인생을 전혜린처럼 잘 알지 못한다. 한국 사람도 아닐뿐더러 세상에 크게 업적을 낼 만큼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그녀의 학식이 대단해서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만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가족이 아예 없어서 불쌍한 사람도 아니고 부모님이 안 계셔서 고아가 된 외로움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평범한 사람이기에 더욱 나는 그녀를 존경한다. 예수 그리스도나 성철스님 같은 큰 인물도 막상 죽음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유유히 웃으며 남은 세상 사람들과 인사할 수 있었을까? 당장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내 가족을 보지 못하고, 내일의 찬란하고도 밝은 해를 보지 못하고, 내 앞의 꽃과 나무, 뛰어다니는 사슴과 청설모도 보지 못하고, 내가 숨 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시점이 정말 지금이라면 당신은 평소처럼 웃으며 사람들과 마지막을 공유할 수 있을까? 당장 이 세상과 이별이라는데?
난 자신이 없다. 몇 해 전에 내 몸에 종양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주 잠깐 죽음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내가 죽음에 초연해서였을까? 잘 모르겠지만, 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제인처럼 3~4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단지 2%의 생존 가망이 있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2%의 확률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에 대해 말했다.
겨우 31살이었다. 40세 불혹 아니고 50세 지천명도 되지 않은 아직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31세에 세상을 떠났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여자로서는 황금기에 속하고 조금은 미숙하지만 나름의 인생관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인생을 알아가면서 세상에 나온 이유 정도는 어렴풋이 느끼는 나이다. 교육이라는 관문도 어렵게 끝을 내는 시기고 자녀를 통해 또 다른 인생관을 다른 이에게 심어 줄 수도 있는 연륜 또한 만들어지는 시기다. 그런 나이에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인생을 행복으로 느끼라고 말한다.
걱정만 하다가 지금의 행복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놓치고 과거를 후회하며 사는가? 추우면 너무 춥다고만 말하고 더우면 너무 덥다고만 말한다. 아프면 왜 아프냐고만 말하고 우울하다고 화가 난다고 그리고 슬프다고만 한다. 그녀의 괜찮다는 한마디는 우리가 말하는 백 마디 말보다 더욱 강력한 메시지다.
그녀의 노랫말이 귓가에 잔잔히 흐른다.
"It's OK, It's OK, It's OK, all right"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모두 괜찮아....
그래 난 모든 게 괜찮아...
https://www.youtube.com/watch?v=Ir8F8rr-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