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을 쓰는 민족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특히 나무젓가락을 쓰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쇠젓가락을 쓴다니 그것 또한 특이한 일이다. 쇠젓가락은 음식을 강하게 또는 작은 단위로 자를 수도 있고 내구성도 강하고 재사용이 가능하니 나무 재질보다 월등히 우월하다고 본다. 포크 사용에 비해 젓가락 사용은 30개의 관절과 5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인다고 하니 과연 아시안의 수학적인 머리 좋음이 젓가락 사용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젓가락 사용을 처음으로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때 젓가락에 비해 포크는 손을 움직이는 운동량이 반에 반도 미치지 않아 음식을 입으로 넣는 행위가 복잡해 굳이 왜 젓가락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누구나 하는 배움의 과정이고 비교될 일이 아니지만, 여기에선 우리끼리만 배워야 하고 우리끼리만 사용해야 하는 음식 예절이라 아이들이 싫다고 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 어설프게 사용하다 미국에 온 내 아이는 그때의 어설픔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 친구들에게는 젓가락 사용 전도자로 내가 보기엔 30%씩은 모자란 어설픈 모양새로 아슬아슬하게 가르치고 있다. 젓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떡볶이며 라면은 물론 고기는 역시 삼겹살에 소주를 먹어야 제격이라는 듯 엄지를 치켜세우며 저들끼리 낄낄대며 먹는 소란스러운 모습에서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며 세계 속의 문화교류가 주는 섞임의 문화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아닌 일반인들의 사교가 더 크게 작용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끼리는 아주 자랑스럽게 음식을 집고 신기해하며 젓가락질한다.
젓가락질은 팔과 손목 그리고 다섯 손가락 전체를 미세하게 작동시켜, 손가락 사이에 그것도 두 개의 동그랗고 기다란 막대기를 따로따로 움직여야 한다. 미끄러운 반찬을 집어야 하는 집중력이 필요한 고난이도에 해당하는 몸이 훈련되어야 하는 운동이자 어렵게 반복되어야 하는 공부이다.
저글링 같은 두세 개의 공을 따로 움직이는 것만도 양손의 움직임이 어려운데 손과 눈이 동시에 집중되어 두 개의 막대기를 손가락의 엄지, 중지, 그리고 검지를 움직여 위쪽으로는 벌리는 동시에 아래쪽으로는 오므리는 브이 모양을 유지하고 그 각도만을 크고 작게 조절해야 한다. 자칫하면 엑스자 모양으로 되어 반대로 집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거나 십 일자 모양으로 나란히 붙어버려 집다가 음식이 미끄러져 떨어져 버리기 십상이다.
단단히 잡기 위해 점점 아래로 짧게 잡게 되는데 아래로 잡을수록 잡는 폭이 좁아져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국수처럼 긴 음식을 먹기에도 불편하고 큰 음식을 잡기에도 폭이 좁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가시를 발라 먹는 일이 많은 일본 음식에는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본 젓가락은 한국에 비해 짧고 끝이 뾰족하다.
반대로 기름기가 많거나 커다란 쟁반에 담긴 음식이 많아 멀리 집어야 하는 대륙 기질의 중국 음식을 먹기 위한 젓가락은 길고 크며 끝이 둥그렇게 생겨야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딱 그 중간으로 음식의 문화에 따라 젓가락의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젓가락질은 아주 사소한 개인의 무의식적인 행동이지만 매일 적어도 두 차례 밥을 먹는 시간 내내 쉴 새 없이 사용하는 반복행위이다 보니 우리가 어릴 때 배운 연필 사용습관이 평생 필체로 바뀌지 않는 것처럼 평생 그 사람의 행동 양식으로 고착되어 사람의 인성이나 됨됨이까지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들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그런 행동을 보이면 메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이야 컴퓨터 시대이고 연필을 손에 잡고 종이에 써서 남들에게 보여줄 일이 없는 시대니 졸필이어도 상관없다지만 젓가락질은 우리가 주스나 물만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고는 평생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이웃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평생의 수단이니 그냥 가벼이 넘길 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바른 자세로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게 좋을 듯하다.
늘상 쓰는 행위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행여 포크가 주는 안전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도구로만의 인식으로 젓가락을 후손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고 점차 쉽게 쓸 수 있는 포크가 대체되어 머리 아프게 젓가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앞이 까마득해진다.
젓가락질은 손과 손가락을 움직여 지속적인 운동으로 두뇌의 해박함과 세밀하게 음식을 집을 수 있는 과학까지를 가미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게 만든 우리 아시안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BTS가 세계 무대를 장악하고 봉준호가 영화판을 뒤흔들 듯 그리고 그 무서운 코로나 19도 빠르게 잠재우듯 독창적인 창의성을 앞세워 세계를 이끄는 차세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