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랜Jina Nov 28. 2019

구하라, 대중의 미친 막말로부터 구하라!

#63ㅣ

소셜미디어의 피해를 직접 겪은 건 우리 아이가 10학년 때의 일이었다. 죽고 못 사는 친한 친구와 심하게 다투었나 보다. 혼자 끙끙 메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온통 영어로 줄줄이 나열된 그들만의 언어문자를 나에게 보라 내밀었다. 한글이야 한눈에 쓱~보면 단번에 알지만 영어로 쓰여있고 단축키를 나열한 것처럼 영 알아보지 못하는 영어도 아닌 외계어 같았다. 그래도 성의껏 한 자 한 자 읽다 보니, 내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금도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만 같은데 그 어린것의 가슴은 지금도 깨끗이 씻겨 나가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

너 같은 건 지옥에나 가라

...

넌 쓸데없는 000이다

나쁜 0

....

한마디 건너 한마디가 욕이고 지옥이고....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그 어린 나이에 누군가가 자신을 끔찍이도 싫어한다는 거 이 세상에 존재가치가 없다는 거 끔찍한 욕을 자신에게 쏟아붓는다는 거.... 언젠가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함을 가지고 다가가다 보면 존재의 가치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알게 되는 나이가 충분히 늦어도 되는데, 난 이 나이 50에 겨우 알게 되는 나의 존재를 그 어린 나이에 그렇게 모욕적인 험한 말로 자기 자신을 알아버린다는 게 마음 아팠다. 다행히 잘 아는 친구였고 친구의 엄마도 내가 아는 사람이라 어른이 개입되어 일단락되었지만 지금도 그때의 일을 편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얼굴을 직접 맞대고 감정적인 교감이 오가는 상황이 아닌 일방적인 소리 없는 악의의 막글은 반박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다. 말이야 허공에 대고 지껄이면 끝나는 망각의 동물임을 충분히 이용이나 할 수 있지, 문자로 남는 미친 댓글은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있어 웬만큼 자기 주체가 성립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을 때까지 남을 수도 있는 위험한 싸움이다. 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불가피하게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글로 쓰인 글의 말을 본 적이 있다. 누군 그런다. 화가 나면 무슨 말인들 쓰지 못하겠냐고.. 아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쓰면 안 되는 말이 있다. 죽어야 죽는 평생의 인생 속에 죽을 때까지 뇌리에 남는 말은  머리에 박혀 아무리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도 지울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하물며 대중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는 인기 연예인은 어떨까? 난 설리도 구하라도 실은 잘 모른다. 모른다는 건 그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노래도 잘하고 이쁘고 이슈를 만드는 젊은 끼 많은 연예인이라는 거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왜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모든 이가 알아야 하고 왜 모든 이에게 그토록 잘못했다 하고 부끄러워해야 하고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구하라 섹스 비디오 노출되었데?
그랬나 봐..
그럼 뭐 어때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찍었나 보지 그게 왜? 그래서 설마 죽은 건...
우리도 찍었잖아 젊었을 때
그래? 언제? 기억 안 나는데?
찍었는데 지웠었지...


처음으로 삼성에서 출시된 비디오 찍는 카메라가 나왔을 때 우리도 호기심에 찍었었나 보다. 그게 벌써 20년도 훌쩍 넘은 이야기니 지금 21세기가 넘어선 이 시점에  이 피 끓는 젊음에 뭔들 못할 게 있으랴! 사랑의 징표로 예전엔 반지를 나눠갖고 반쪽짜리 하트를 목에 걸고 일기를 같이 써 내려가며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고자 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고 기술이 발달되며 그 방법들이 달라지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사랑의 징표로 비디오를 함께 찍는 게 뭐가 그리 나쁜 일인가? 같이 찍었음이 부끄러운 일인가? 일은 헤어지고 난 다음인데 그런 비디오를 배포한 가해자가 비난받고 처벌받아야지 왜 가해를 받은 피해자를 나쁘게 욕하며 비난하는가?


사랑의 징표로 목걸이를 나눠갖고 커플티를 나눠 입는 건 괜찮고 비디오를 찍는 건 나쁘단 말인가? 사랑을 하면 손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성인들인데 섹스를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사랑이 변했다고 사랑의 과정을 세상에 밝히는 게 잘못이지 사랑의 과정을 했다 해서 비난을 왜 받아야 하며 왜 부끄러워해야 하며 왜 사죄해야 하고 숨어야 하고 이슈가 되어야 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내가 미국에 살아서? 아니면 내 딸이 아니라서? 아니다. 난 내가 미국에 살든 한국에 살든 설사 내 딸이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난 그런 비디오를 세상에 내놓은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지 내 딸을 결코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왜? 사랑의 징표로 만든 두 사람의 관계를 부모인 나라고 간섭할 수는 없는 일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관여하는 메너 없는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성생활이 문란한 사회풍조는 지양해야 마땅한 일이다. 더군다나 공인 인기에 더욱 공과사를 구분해야 하고 안되는 일들의 제약이 많을 수도 있고 대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실수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도덕적인 면에서는 모범이 되어야 마땅하고 법적인 문제에서도 일반인보다 더욱 엄격하게 가중 처벌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는 일반인보다 훨씬 다양한 각도에서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사생활 노출은 사회적 파장이 큰 거에 비해 그들이 숨을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제약되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으로 그들의 생명 또한 지켜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설리나 구하라 그리고 그전의 많은 어린 연예인들의 죽음은 우리의 지나친 관심병에서 온 우리 모두가 죽인 결과이다. 내가 어릴 땐 나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나 정신적으로 약하면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최진실이 자살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마음이 힘들었다 해도 어떻게 그렇게 어린아이를 두고 갈 수가 있나?  그리고 죽고 나면 이구동성으로 평소에 우울증이 있었다는 둥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둥 모든 게 그들 자신의 문제로 넘겨버리곤 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만 걱정하지 정작 죽을 수밖에 없었던, 그렇게 몰아만 가야 했던 사회적 문제는 크게 이슈화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번 구하라의 죽음은 반드시 남은 자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들, 전 남자 친구에서부터 그를 옹호한 법조인들을 샅샅이 조사해서 진실규명을 해야 구하라를 뒤이어 죽음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막말을 하는 많은 미친개들도 모조리 뒤져서 매장시켜야 하고  더 나아가 개인의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로 국민 모두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또한 구하라나 설리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한정 지어서는 안 된다. 여성 폄하나 여성의 잣대로만 국한 지으면 안 되고 여자 남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 미친 댓글을 남자라고 견딜 수 있겠는가? 비디오 또한 남자라고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친 댓글에 대처하는 강한 인간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고 자신의 섹스 비디오를 아무 상관없이 볼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사람도 없다고 본다. 여자 남자가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친구, 내 자식 일수도 있고 항상 인사하는 내 옆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미친 댓글에 놀아나면 그 미친개들은 더 날뜀을 우리가 알고 무시해야 하고 예전의 사랑놀이를 가지고 장난치면 더욱 당당히 나의 사랑을 무시한 그들을 조롱해 주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당당히 맞서고 사회가 맞서 줘야 그들을 둘러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개인의 일로 치부해 버리지 말고 그들의 처절한 절규를 적극적인 자세로 귀 기울여 주어야 한다. 케이팝에서부터 한류에 이르는 우리의 애국자들을 우리가 보호하자. 미친개에게 물리지 않도록 우리가 보호해주자. 제발 더 이상 이 세상의 어린 꽃들이 꺾이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야! 글이 춤춘다, 글놀이야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