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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Dec 04. 2019

오빠가 좋아, 여보가 좋아?

#66ㅣ

여보라고  한다고 이혼을 생각하다니 부부의 호칭도 이혼의 사유가  될까?

당연히 안 되겠지..


부부의 호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기야에서부터 이름 부르기 아니면 요즘 신세대들의 오빠~~

아니면 옛날 어른들의 야! 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부의 호칭은 지극히 개인사이니 뭐라 논할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화가 나고 싸움이 시작되는 그 시점에서의 호칭이 달라지니 그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부모를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무어라 호칭했었는지 잘 모르겠고 우리가 크고부터는 여보라고 했던 거 같다. 지금은 엄마가 아프시니 아빠는 일방적으로 여보라 부르고 엄마는 아빠에게 용감하게도 당당히 ’용암이’라고 이름을 부르신다. 아빠가 연세도 엄마보다 한참 많으신데도 말이다. 그래도 그저 받아들이셔야 한다. 오직 그 말만 하시니까 감사히 이름에 응하신다.


시부모님은 글쎄...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어머님과 아버님 모두 평소에는 여보라 부르셨고 가끔 다투실 때 아버님은 야! 라며 외람됨을 서슴지 않게 행하셨고 어머님은 차마 야!(속으론 엄청 하셨으리라)라 하지 못하시고 그저 호칭을 묵인하신채 작게 말하셨기에 항상 어머님이 희생양이신 듯 보였지만 알고 보면 목소리만 크신 아버님이 어머님을 훨씬 많이 사랑하셨던 모습을 내가 자주 목격했다.


그래서 호칭이 문제이다.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어른들의 대화에 야나 너같은 호칭은 좋아 보이지 않는 하대어이고 문제는 자녀들도 엄마 아빠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가 엄마에게 하대하면 아이들도 엄마를 아빠보다 낮은 위치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 그러면 ’자기야  ‘오빠 어떤가?

자기야는 연애 때 서로 이름을 부르다 결혼을 하면서 이름이 자기야로 변해 시댁이나 친정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의 호칭에서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단계이고 아직 여보가 쑥스러운 상태라 할 수 있겠다. 언젠가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 남편에게 자기야라 부르는 모습에 난 감동을 받은 적도 있다. 솔직히 여보보다 자기야가 더 좋아 보이는데 자기야는 젊은이들 앞에서는 쑥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런 걸 보면 나도 많이 고루하다.


그러나 오빠라는 호칭은 참으로 난감한 호칭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그리 쉰세대는 아닌듯한데 여대를 나와서인지 아니면 내가 젊은 시절의 선배라는 호칭이 익숙해서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으레 선배라는 호칭으로 존대를 표했기에 오빠라는 호칭이 나에겐 꽤나 어려운 괜히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호칭이다.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오빠라는 높임을 한다는 게 좀 간지러운 게 사실이고 오빠라면 의례히 존대를 해주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요즘은 나이가 어려도 남자에게 무조건 오빠라는 호칭을 쓴다는데 영 불편하다.


특히나 연예 때의 호칭이 결혼해서도 고치지 못하고 심지어 아이를 낳고도 계속해서 남편을 오빠라 부르는 호칭은 어른들의 시선도 따갑지만 아이들도 자기들의 아빠가 엄마의 오빠라는 말에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다일 것이다. 서로의 애칭은 서로만 있을 때 하면 좋으련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나간다고 안 새랴.


한 사람의 호칭이 아닌 부부의 호칭이 돼야 하기에 오빠의 상대는 그럼 뭐라 해야 할까? 당연히 이름이나 자기야라 부르겠지만 호칭의 중요성은 좋을 때는 인식하지 못하고 언성이 높아지며 싸울 때 그에 따른 표현이 정말 다르게 표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여보라는 호칭을 사용한 부부라면 더군다나 존대를 한다면,


여보, 이런 건 당신이 잘못했잖아요?
아니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 당신이 잘못 이해한 거죠. 안 그래요?


자, 이걸 오빠나 이름을 부르는 호칭으로 바꿔보자. 부드럽게만 불렸던 오빠나 애기가 갑자기


야, 늬가 잘못했잖아?
아니,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늬가 잘못한 거지 뭔 소리야?


부부는 의견이 안 맞으면 당연히 싸움으로 번질 수 있고 싸움하며 조율하며 살아가는 게 정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다. 하지만 싸움의 횟수와 그에 따른 강도가 문제인데 일단 호칭에서 주는 억양과 존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존심이 건들여지는 자동반사가 되니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럼 허니 달링하는 달달한 호칭의 미국 부부는 어떨까? 자연스러운 키스의 모습이나 길거리의 서슴지 않은 애정행각으로 보면 절대 싸울 거 같지 않은 부부지만 허니나 달링이 우리의 여보와는 다르다. 허니든 달링이든 영어는 무조건 나이나 직급이나 상관없이 'YOU'라는 한마디에 모든 게 게임 아웃이고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평등어이다보니 굳이 화난다고 달라지는 호칭이 아니기에 제외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는 부부보다는 틀림없이 허니 달링 부부가 우리의 여보 당신처럼 부드럽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난 여보라는 말이 좋다


물론 평소에 듣는 여보라는 말은 부드러운  넘김도 좋지만 왠지 친근하면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는 여보라는 말로 뭉틍그려져 내 이름을 잃어버린 듯해 각자의 불러주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난 여보가 좋다. 우리 부부는 어떤가? 상대가 좋아하는 걸 해주면 그뿐인걸 굳이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에게 해주니 참 어불성설이다. 난 여보라 불러주기를 원하고 남편은 이름 불러 주기를 원하는데 거꾸로 난 남편에게 여보라 말하고 남편은 나에게 이름을 부른다.


또 말하지만 좋을 때는 상관없다. 평소엔 내가 부드럽게 여보라 불러도 좋고 남편이 지나야 라며 사랑스럽게 불러도 좋다. 하지만 불이 붙으면 나는 당신이라 말하니 상관없는 호칭이 남편에게는 180도 달라지는 말이 된다.  여전히 당신이 말이야 이랬잖아라고 하는데 남편은 날 부르는 호칭이 이름이다 보니 지나, 너가 이랬잖아도 아니고 곧바로 너가 그랬잖아 ??? 화가 났는데 여보가 어딨고 이름이 어디 있으랴마는 난 이 너라는 말에 꽂혀 본질은 잊은채,  아무리 화가 나도 당신이라고 그러는데 당신은  너라고 그것도 아이들 앞에서 너라 하냐며 이래서 이름 부르면 나만 억울하다며 잔잔한 대화로의 시작이 급물살을 타고 퉁퉁거리며 배가 산으로 가버린다 에효... 이러려고 시작한 대화가 아닌데 말이다.


호칭이 주는 서로의 관계 적립이 시급하다.

나 또한 매번 시정을 요구하지만 그 심각성을 아직도 간파하지 못하고 여보는 나이가 들어 보인다거나  여전히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좋다며 연애 기분으로 살고 싶다 말하지만 정말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누군가 나에게 여보라고 아주 부드럽게 말해주면 홀랑 넘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땅을 치며 후회하지 말기를... 에고, 그러고 보니 반대로 누군가 사랑스럽게 남편의 이름을 불러주면 홀랑 넘어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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