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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pr 17. 2018

새로운 스타 탄생의 목격

오페라 „코지 판 투테“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공연 관람 일자 2017년 9월 29일


지휘-콘스탄틴 트링크스 (Konstantin Trinks)

연출-디터 도른 (Dieter Dorn)

무대 및 의상-위르겐 로제 (Jürgen Rose)

조명-막스 켈러 (Max Keller)

합창지휘-스텔라리오 파고네 (Stellario Fagone)


피오르딜리지 (부유한 자매 중 언니)-아넷트 프릿취 (Anett Fritsch)

도라벨라 (피오르딜리지의 동생)-안젤라 브로워 (Angela Brower)

굴리엘모 (피오르딜리지의 연인)-존 체스트 (John Chest)

페란도(도라벨라의 연인)-파올로 파날레 (Paolo Fanale)

데스피나(두 자매의 하녀)-박혜상 (Hyesang Park)

돈 알폰소(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철학자)-피에트로 스파뇰리 (Pietro Spagnoli)


독일의 3대 오페라 하우스 

이미 여름의 온기는 사라진 독일의 9월 말.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오페라 하우스로 속속 입장한다. 이제까지 다른 도시에서 봐왔던 것보다 더 고급스럽게 입은 관객들의 옷차림에서 부유한 도시 뮌헨의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독일에서 10월 초는 이제 막 새로운 시즌이 시작한 때라서 극장도, 오페라 팬들도 기대감에 들뜨게 마련이다. 사람들의 표정과 말소리에서 기대감이 묻어 난다. 오늘의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흔히 ‚여자는 다 그래‘로 번역되는 통속적인 희극이다. 1790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감할 수 있는 톡톡 튀는 대사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널리 공연되고 있다.  

바이에리쉐 슈타츠오퍼 내부 사진 (출처-위키페디아)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Bayerische Staatsoper 바이어리쉐 슈타츠오퍼)은 베를린, 함부르크와 함께 독일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힌다. 또한 2500석의 바덴바덴에 이어 독일에서 두 번째로 좌석 수가 많은 2100석의 극장이다. (하지만 바덴바덴은 축제용 극장이라서 상설 오페라 극장 중에서는 뮌헨이 제일 좌석 수가 많다. 베를린, 함부르크 극장 모두 2000석 미만이다.) 세계적인 스타 성악가들의 오페라가 줄지어서 공연되는 곳이며, 다른 3대 극장과는 달리 고전 양식으로 지어진 극장이다. 실제로 접해 본 음향은 얇은 막을 무대와 관객 사이에 둔 것 마냥 배음이 많이 들리지 않아서 ‚가수들에게 꽤나 쉽지 않은 무대 겠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특성상 오케스트라 편성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성악가의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묻히기도 했다. 후기 낭만이나 베리즈모 작품이 어떻게 들릴지, 성악가와의 조합은 어떨지 다시 한번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 측이 밝힌 바로는 발코니 1열의 1번부터 3번까지가 가장 좋은 음향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티켓 가격대는 다른 독일의 극장보다는 비싼 편인데, 일반적으로 상연되는 오페라의 티켓이 10유로부터 시작해서 가장 비싼 티켓은 160유로 내외이다. (물론 특별한 공연일 경우 300유로가 넘게 치솟는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자주 있지 않다. 한국의 오페라 티켓 가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데, 이 부분은 앞으로 따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독일 극장 치고는 드물게 입석이 있는데, 짧지 않은 오페라를 난간에 기대서 열심히 보는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의 이런 열정은 이 극장을 지탱하는 큰 원동력 중 하나일 것이다.


파격 없는 전통적인 연출

서곡이 끝나고 막이 오르면 두 자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가 유명한 두 아기천사 그림처럼 포즈를 잡고 오페라가 시작된다. 사랑스러운 두 천사처럼 이 작품은 조명도, 무대도, 의상도 모두 밝고 화사하다. 노련한 가수들의 연기와 가창에 중간중간 연출가의 재치로 극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사실 코지 판 투테처럼 자주 상연되는 작품일수록 연출가들이 온갖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파격적으로 만들어서 관객의 허를 사정없이 찌르는 것이 유럽의 오페라 트렌드이다. 거기에는 배역 선정도 마찬가지여서 흔히 가벼운 소프라노가 부르는 것으로 알려진 데스피나를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것은 이제 파격 축에 속하지도 않는다.   

위 사진은 2015년 공연 사진. 출처-www.opera-online.com

1993년 초연되어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는 이 프로덕션에서는 파격적인 연출도 설정도 전혀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극과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성악가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와 가창을 선보였다. 단지 페란도 역의 테너가 그의 아리아에서 부분적으로 살짝 불편하게 노래한 것이 기억에 남을 뿐, 그 외에는 6명의 출연진과 오케스트라가 정교한 시계 톱니바퀴처럼 훌륭한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모차르트는 듣기에 불편하지 않게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연습량과 수준을 요구하기에 무대를 위해 고생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편 25년 전에 만들어진 프로덕션이 아직까지 매진을 이끌어내며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또 부럽기도 하다.   


차세대 디바의 등장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사진출처-위키페디아

그리고 이 오페라에서 소프라노 박혜상이라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디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오페라에서 데스피나 역을 통해 유럽 무대에 데뷔한 가냘프지만 당찬 이 아가씨는 극 중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데스피나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녀는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고, 또 연기 면에서나 노래 면에서나 굉장히 영리하게 움직였다. 커튼콜 때 독일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며,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동양인의 한계를 넘는 국제적인 스타가 될 충분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평단의 반응도 매우 호의적이다. "청중을 확실히 사로잡은 박혜상의 활달하고 톡 쏘는 데스피나 역은 매력적이었다."(www.ioco.de) 유럽 데뷔 무대가 뮌헨이라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지만, 그 시작이 데스피나라는 역으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그녀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또한  대단한 행운이다. 그 행운을 자기편으로 만든 그녀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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