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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Jun 25. 2020

새로운 바람 - 극장장의 이동에 따른 극장의 변화

월간 <객석> 2020년 6월호 중, 기사 발췌

독일 헤센 주는 5월 11일부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는 5월 30일부터 공연 재개가 가능해졌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진행되어야 하고, 그를 위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바이러스로 고통받던 공연계에 희망의 빛줄기가 보이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극장장의 임기가 마치는 곳곳에서는 새로운 수장이 몰고 올 변화의 바람에 많은 관심을 쏠리며 그들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0/21 시즌에는 할레(Halle) 극장의 플로리안 룻츠가 카셀 극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루체른 극장의 베네딕트 폰 페터가 바젤 극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독일 각 도시의 오페라하우스나 극장은 ‘극장장(Intendant)’라는 행정적 수장이 이끈다. 보통 극장장들은 각자의 스태프를 꾸리고 있고 때문에, 극장장이 교체된다는 것은 극장 안의 많은 인력 이동을 의미한다. 이는 한 극장의 역량과도 직결되며 더 나아가 예술적인 지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다. 어느 극장장은 가는 곳마다 재정 지원 문제로 시(市)와 각을 세우면서 대립하고, 새로운 부임지의 기존 앙상블 가수진을 대폭 물갈이하기로 악명 높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인맥에 치우친 사사로운 캐스팅으로 공연의 질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이런 경우, 극장이 활력을 잃고 그저 관성으로만 굴러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단체나 수장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독일어권의 국립극장의 경우 보통 5년에서 10년의 긴 임기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지병으로 타계한 뮌헨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전 극장장 피터 조나스 같은 경우는 보수적인 극장에 새 물결을 일으키고, 재정적으로도 안정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뮌헨의 행운'이라 불렸다. 1984년에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 총감독이 되고 1993년에 뮌헨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6년까지 재임했고, 오페라 발전에 대한 공로로 1999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극장장들은 대개 연극 전공이거나, 연출가 출신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니콜라우스 바흐러, 베를린 코미세 오퍼의 배리 코스키, 비스바덴 극장의 우베 에릭 라우펜베르크 등이다.


반면 이번에 빈 슈타츠오퍼의 새로운 수장이 된 보그단 로시치(Bogdan Roščić)은 데카, 도이치 그라모폰, 소니 등 굴지의 음반사에서 쌓아온 이력이 눈에 띈다. 오페라 극장 운영은 처음이라고 전한 그는 2020/21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연출가들과 20세기 현대 작품에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밝혔다. 또한 다른 도시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아직 빈에 입성하지 않은 가수들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새로운 시즌은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앤서니 밍겔라가 연출하는 푸치니 ‘나비부인’, 루도빅 테지에(암포르타스), 게오르크 체펜펠트(구르네만츠), 요나스 카우프만(파르지팔), 엘리나 가랑차(쿤드리) 등 성악 드림팀이 출연하는 ‘파르지팔’ 등 야심만만한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반면 빈 슈타츠오퍼 전임 수장인 도미니크 마이어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코로나 19로 어려워진 극장 사정으로 인해 전 직원을 단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조와 협상하고 있다. 


많은 극장장들이 9월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플랜 B, C, D까지 여려 단계로 계획을 짜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라인가우 음악축제의 집행위원장인 미하엘 헤르만처럼 “오직 백신만이 희망이다”라고 절망을 토로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장들은 코로나 사태를 대처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내에서 현악기는 1.5미터, 관악기는 2미터 거리두기가 권장되는 시대이지만 급작스럽게 헤센과 NRW주에서 빗장이 풀린 것처럼, 2020/21 시즌에는 공연계 역사에 남을 획기적인 무언가가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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