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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12. 2020

내 마음에 비가 내리네..

Il pleure dans mon coeur (Debussy)

강렬한 도파민의 분출을 경험한 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도파민(영어: dopamine 또는 3,4-dihydroxyphenethylamine, C8H11NO2)은 카테콜아민 계열의 유기 화합물로, 다양한 동물들의 중추 신경계에서 발견되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이다.

....

도파민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행동을 형성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동기를 유발함으로써 즐거움과 재강화의 기분을 제공하는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다. 


"당신은 마지막 짜릿함은 언제였나요?"


코로나 시기를 맞아 내 삶은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 어떤 다이내믹한 곡선도 없이, 감정의 극렬한 기복도 없이 빗물처럼 흘러간다. 

최근에 온라인 콘서트 영상을 만들면서 지독하게 후유증을 앓았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 모든 게 다 진절머리가 났다. 그리고 요즘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사는 게 참 재미가 없다."


나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하는 온라인 음악회는, 관객의 호응이 와 닿지 않는 음악회는... 

공을 들인 만큼 허무하다. 

도파민이 분비될 순간이 없는 까닭이다. 관객의 환호와 갈채가 나에게는 강렬한 도파민 분출의 시간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런 순간을 지난 2월 이후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도파민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데, 이 녀석은 꽤나 고약하다. 쾌락의 호르몬인 이 놈은 처음에는 1의 자극에 1의 쾌락을 제공하다가, 다음에도 1의 자극을 주면 1보다 적은 쾌락을 준다. 그래서 1에 해당하는 쾌락을 얻기 위해 우리는 더 강한 자극을 갖다 바쳐야 한다. 그래서 중독이 가능한 모든 자극, 즉 술, 담배, 도박, 쇼핑, 운동, 음식 등등 이런 것들이 중독을 끊기가 어려운 것이다. "처음 그 느낌처럼"이 지독하게 힘든 이유이다. 


물론 살면서 소소한 도파민의 분비는 당연히 많다. 자연을 느낄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좋아하는 친구와 대화할 때, 책을 읽을 때, 유재석 님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등등... 하지만 이것들은 짜릿함(!)을 주지는 않는다. 올해 내가 느낀 강렬한 짜릿함-이라고 쓰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은 1월에 혼자 이태리 베르가모를 여행했을 때였지 않은가 싶다. 


똑똑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도파민 단식'도 하는 가보다. 나처럼 도파민 금단증상에 허덕이지 않고, 그들은 주체적으로 도파민을 컨트롤하려는 것 같다. 모든 자극을 중단하려는 것은 결국 수도승들이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고 나면 다시 삶이 재미있어 질까? 되려 일시적 금욕 후에 느낀 첫 자극이 더 강렬해져서 다시 도파민의 뫼비우스 고리를 도는 것 아닐까?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917626.html

https://m.medigatenews.com/news/2540048829


19세기 프랑스 시인 폴 베르렌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는 랭보와의 사랑이 가끔은 너무 벅찼던 걸까?  1874년에 나온《말 없는 연가》(Romances sans paroles)에는 이런 시가 있다. 


Il pleure dans mon cœur 내 마음에 비가 내리네

Comme il pleut sur la ville ; 도시 위에 비가 내리듯이

Quelle est cette langueur 이 서글픔은 무엇일까?

Qui pénètre mon cœur? 내 마음에 젖어드네.


Ô bruit doux de la pluie 오 부드러운 빗물 소리

Par terre et sur les toits! 땅 위에도 지붕 위에도!

Pour un cœur qui s’ennuie, 권태로운 내 마음을 위한

Ô le chant de la pluie!  오 이 빗물의 노래!


Il pleure sans raison 까닭 없이 흐른다

Dans ce cœur qui s’écœure. 질려버린 이 마음에..

Quoi! nulle trahison?… 뭐야! 배신하지 않았다고?

Ce deuil est sans raison.  이 우울함에는 이유가 없다.


C’est bien la pire peine 가장 쓰라린 고통은

De ne savoir pourquoi 까닭을 알 수 없을 때지

Sans amour et sans haine 사랑도 없이 미움도 없이

Mon cœur a tant de peine! 내 마음은 이리도 아픔으로 가득 찼네!


이 시에 클로드 드뷔시가 곡을 붙였다.(맨 아래 유튜브 링크 참고) 사실 이 시 말고도 드뷔시는 베를렌의 시 5개를 더 엮어서 '잊혀진 노래들'(Ariettes oubliées)이라는 연가곡을 썼는데. 이상하게 나는 6곡 중에서 이 곡이 20살 때부터 좋았다. 


베를렌은 도파민의 노예였다. 말년에 그는 약물과 술에 중독되어 살았고, 당연히 극심한 빈곤을 겪었다. 빈민가와 공공 병원을 오가며 겨우 51세까지만 살다가 쓸쓸히 죽었다. 하지만 그의 시는 드뷔시 같은 프랑스 작곡가들이 눈부신 날개를  달아줬다. 그 노래는 지구 반대편의 소녀가 좋아할 정도였으니. 


오늘의 결론: 도파민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 '짜릿함'을 다시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https://youtu.be/4V5XqoSED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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