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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Oct 13. 2020

팟캐스트를 100회로 마무리하다

하나의 챕터를 넘기며...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팟캐스트~~~"

(저 구절에 저절로 특정 음률이 떠오른다면 최소한 40대 이상일 것이다. 흐흐흐)


아무도 눈길 주는 이가 없어도 혼자서 금요일마다 꾸준히 업로드했던 팟캐스트를 100회로 마무리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의 꾸준함, 이거 하나는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토닥토닥!)


워낙 공부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서른이 넘은 후, 내 머리에 들어온 지식이 휘발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걸 느껴서 일종의 아카이브 개념으로 시작했는데, 그게 중간에 유튜브로도 확장되고 여기 브런치에도 왔다.

그간 꾸준히 업로드하는 걸 눈여겨보신 분들이 있기에 이런저런 소소한 기회도 얻기도 했다.

물론 무엇보다도 큰 소득은 100회 동안 쌓인 지식이고, 덤으로 음원 및 동영상 편집 기술도 좀 늘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의 잡초이려니..라는 마음으로 했는데, 막상 끝낸다고 하니까 '몇몇' 분들이 아쉽다고 꼭 시즌 2로 돌아와 달라고 하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정녕 아무도 찾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공부는 끝이 없기에, 에피소드로 만들고 싶은 내용은 아직도 많지만, 이렇게 일단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달 뒤에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이사는 큰 일이겠지만, 독일에서 이사는 정말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이사업체가 냉장고 청소까지 다 해준다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짐도 내가 직접 싸야 하고... 하기사  할 일로 따지자면 짐 싸는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될 것이다. 아무튼 독일에서 이사는 몇 달간 씨름해야 하는 대업(大業)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아마도 집다운 집에서 집들이를 할 수준까지 정리되려면 연말까지 넉넉히 기한을 잡아야 할 듯하다.


그리고 독일의 어메이징 하게 느린 일처리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 가구 주문할 때 약 두 달의 기다림 쯤은 애교다. 연습실 설치를 위해 방음 회사와 견적까지 다 냈건만, 예술가들을 위한 할부제도가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 그런데 벌써 몇 주가 지났음에도 아직도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다.

(후술 하자면, 할부 이자가 너무 비싸서 결국 그냥 계약했다. 그렇게 높은 이자가 무슨 예술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색을 낸 건지... 괜히 몇 주동안 시간만 낭비했다.)


아무튼 이제 슬슬 이삿짐 싸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연말까지는 이것 때문에 분주할 것 같다. 뭔가를 꾸준히 하기엔 부담되던 참에 마침 팟캐스트도 '100'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맞기도 했고, 이렇게 마무리하게 됐다 시원 홀가분한 기분이다. 그동안 쌓인 에피소드는 정리해서 언젠가 책으로 내볼 꿈을 꿔본다. 아... 이제는 목요일 저녁에 놀아도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너무 웃긴다. 아무도 나더러 금요일마다 아웃풋을 놓으라고 압박한 적 없었는데, 나 혼자서 지난 근 2년간 마감의 압박을 느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건만... 하하하하 그래서 더 재미있게 했나 보다.


팟캐스트 마지막 회는 몇 달 전에 돌아가신 엔니오 모리꼬네 옹의 음악으로 꾸며봤다. '시네마 천국',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미션'에 수록된 아름다운 음악들을 감히 우리들의 색깔로 연주해봤다. 함께 해주셔서 빛내주신 피아니스트 차승조 샘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영민 샘께 무한 감사드리며, 조만간 다시 뭉칠 날을 기대해본다.

https://youtu.be/sfmIFv6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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