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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Apr 23. 2021

봄날의 단상

다들 뭐든 하고 있다.

내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 중에 하나는 큰 쇼핑센터 안에 있다. 아마도 프랑크푸르트 도시 안에서는 가장 큰 쇼핑센터일 것이다. (독일에서 이런 큰 쇼핑센터는 일반적으로 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한적한 주차장 아무 곳이나 골라서 주차했다. 예전 같은 금요일이라면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나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어차피 병원에 가도 예약한 시간까지는 문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 이후로 보호자도 동행하지 못할 정도로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쇼핑센터를 산책하듯 걸었다.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듯 화단 장식이 예전보다 더 크고 풍성해졌다. 이렇게 예쁜 꽃들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참 좋을 텐데...


이번 주말부터 새로 개정된 "긴급 브레이크" 법으로 연방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이 더욱 강해지게 

됐다. 닫혀있는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빈 상점들에 걸린 '영업 종료' 안내가 쓸쓸해 보인다.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 이전에는 향신료나 고급 식재료를 취급하는 가게였다. 
철수한 매장들

최근에 한 후배에게서 그가 내 브런치 글 중에서 '세계 성악계 소식'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는 말을 들었다. 작년 이맘때쯤 시작했는데, 독일의 락다운이 강화돼서 극장이 문을 닫은 지난겨울 이후부터는 소식 전하기를 중단했다. 전하고 싶은 소식이 없어서 맥이 빠진 까닭이다. 지난 1년간 모든 분야에 불어닥친 '언택트', '디지털화'는 공연계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독일의 대표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최근에 잡지 <Cicero>에 기고한 글 중 "현재 유일한 대안은 스트리밍이며 이마저도 나는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 극장은 VR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외 몇몇 극장들이 온라인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었다. 티켓을 사서 코드를 받으면 예전에 공연이 시작하는 시간이었던 저녁 7시 반이나 8시에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뮌헨이나 라이프치히 같은 큰 도시의 극장들은 주 1회 미니 콘서트를 영상으로 제작해서 업로드한다. 프랑크푸르트도 정기적이지는 않아도 꽤 많은 영상을 제작하여 공개했다. 


다들 뭐든 시도하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봄의 새싹과 꽃들을 피워내는 자연을 보면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래, 뭐든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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