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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Oct 22. 2019

책은 역시, 종이를 넘겨야 제 맛이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다녀오다.

나는 독서광이 전혀 아니지만, 늘 책이 고픈 사람이다. 책에 관해서는 살짝 탐욕도 부린다. 그건 내가 외국에 사는 관계로 모국어로 된 책을 마음껏 접할 수 없는 결핍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래서 독서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책 자체를 사랑한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양질의 책이 가득 꽂혀있는 서재! 내가 꿈꾸는 것 중에 하나이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전자책이라는 게 있다.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기 전까지 태블릿으로 e-book을 읽는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책이든, 누워서 읽으면 나에게는 최고의 수면제다. 그러니 진도 빼는 게 영 어렵다. 그리고 전자책의 가장 아쉬운 점은 촉각이다. 종이를 넘기는 그 아날로그 느낌이란, 크으! 책갈피를 꼽는 느낌도 좋다. 매일 책갈피가 앞에서 뒤로 점점 이동하는 것도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필요하면 앞, 뒤로 휘리릭 넘겨 볼 수 있는 편리함은 또 어떻고...


그리고 좋은 책들을 책장에 모셔놓으면, 왠지 저 책 안에 든 지식이 내 것인 양, 포만감으로 충만한데, 왠지 전자책에는 그 기쁨이 없다. 희한하다. 아무튼 독서도 즐겁지만, 좋은 (종이) 책을 소유하는 것 또한 큰 기쁨이다. 그런데 여기 독일에서는 간단하지 않다. 한국 책은 귀하고, 독일어 책은 그동안 엄두도 안 났다.


프랑크푸르트는 박람회의 도시다. 온갖 박람회가 일 년 내내 열린다. 그중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uchmesse)은 책을 주제로 한 박람회 중에서 가장 크고 역사도 길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 주변에 산 게 벌써 근 10년인데, 도서전은 커녕 그 어떤 박람회도 가 본 적이 없다. 사람 붐비는 곳에 가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기에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혹시 한국 책이나, 요새 열심히 공부하는 이태리어에 도움될만한 책을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용기를 냈다. 둘 다 독일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먼저 한국 책을 사야지. 아시아 관에 들어섰는데, 입구부터 JAPAN이라는 글자가 바로 눈에 띄고 그 옆에는 중국관이 규모 있게 자리 잡고 있었다. (흥칫뿡!) 한국관은 그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규모도 아담(!)하게 웅크리고 있었다. 마지막 날 오후에 가서 그런지 진열장의 다수가 비어 있었고, 그나마 아동용 책이나 한국어 교재가 보일 뿐이었다. 설마 이렇게 콘텐츠가 빈약한가? 아니겠지... 내가 늦게 가서 그런 거겠지.... 그렇지?

한국관과 별개로 저렇게 크게 홍보한 코리아 파빌리온. 가보니 정말 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도 내가 너무 늦게 가서 그런 거죠? 그렇죠?

실망을 안고 이태리 전시장이 있는 유럽관으로 향했다. 확실히 이태리는 참여하는 출판사 부스도 더 많았고, 책의 종류도 다양했다. 그중에는 판매하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진열한 책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여러 곳이었다.

이태리 중요 도시인 베네치아, 토리노, 베로나에 관한 각종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관련한 알쓸신잡 이야기책
바티칸 박물관 출판사가 내놓은 책. 5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다. 왼쪽 위 다이어리는 공짜로 득템!
공짜로 받은 소설책. 제목이 "별이 빛나건만"이다.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그 유명한 테너 아리아와 동명의 제목이라 진짜 반가웠다. 내용은 어떻려나...?

저 책들을 짊어지고 관람객으로 미어터지는 곳을 빠져나오는 건 진을 다 빼는 일이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내년에 또 와서 득템 해야지~ 다음에는 독일어 책, 영어책도 한 번 도전해 보는 걸로!


그리고 내년에는 다양한 한국어 책도 만날 수 있길...! 정말로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또 문학적인 국력이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우리나라 말로 쓰인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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