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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비평> 또 오해영, 죽음을직시하며 실존으로살기

드라마비평-2016.06.29 지혜나무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남편은 신해철 노래가 사랑타령이 아니어서 좋다고 했다. 그의 노래가 실존주의를 이야기 하는 거라는건 인문학을 공부 하면서 알게되었다. 실존을 인정할때 사랑은 타령이 아니라 숭고가 된다.

실존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적, 문학적 흐름을 말한다. 이 사조에 따르면 각자는 유일하며, 자신의 행동과 운명의 주인으로 설명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은 큰 의미를 지닌다. 죽음은 삶의 종말로 끝나는 무위한 것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삶에 영향을 미친다. 실존주의에서 "죽음"은 운명이나 숙명과 같이 어떤 외부의 힘이 나의 삶을 주관하는 종교적인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직시하는 철학은 삶의 철학에 영향을 미친다. 실존주의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닌 "내가 존재하기때문에 내가 생각하는것"으로 뒤집는다. 그래서 "죽음의 문제"는 역설적으로 "삶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실존적 인간은 죽음에 직면해 불안해하거나 허무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통해 본래의 자기로 되돌아 가도록 자신을 일깨우고 각성시킴으로써 죽음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삶과 죽음을 배타적인 관계로 보지 않고 보완적인 관계로 보면서,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 오히려 삶의 질을 고양시키고 윤택하게 하는 긍정적 요소라고 파악한다. 따라서 실존주의는 절대로 허무주의가 될 수 없다.




드라마 "또 오해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지 않고 끊임없이 일상어로 풀어낸다. 남자에게 차였을때도 죽고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행복할때도 죽고싶다라고 말한다. 우리 죽자. 죽을래 죽어 등등의 말이 드라마 속에 가득하다


주인공인 흔녀 오해영은 같은 이름의 또다른 잘난 오해영에 의해서 많은 "오해"들로 주체의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 무난하고 그렇고 그런 안전한 일상속의 삶을 산다. 그러나 실연이후의 삶에서 이름이 같음으로 인해 생긴문제들을 직시하고 오히려 다름, 즉 자신의 고유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결국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매순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서 자기행동과 운명의 주인공이 된다.

또 한번밖에 없는 인생임에도 너무 자신의 감정을 아끼며 살아가는 감성불구 박도경에게 어느날 이상한 초능력이 생긴다. 가까운 미래가 보이고 자신이 죽는 날이 계속 보게 된다. 죽는 날이 반복해서 보게 되면서 그는 죽음을 두려워 하는게 아니라 담담하게 들여다 볼수 있게 된다. 스스로의 감정조차 들여다 볼줄 몰랐던 그가 자신의 "죽음"을 정공법으로 들여다 보면서 "깨달음"이 생긴다. 바로 자신이 죽음이 두려웠던게 아니라 죽을때 "후회"하는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것을.

삶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수 없는것을 만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고 운명앞에 굴복하고도 싶게 한다. 고전문학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어쩌면 인간은 운명앞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어서 주체적 존재로 주어진 운명을 바꿀수 있다는 지점이 생긴다. 그지점이 박도경이 보이는 미래와 현실이 달라지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이 드라마가 고전에서 실존주의로 터닝하는 지점이다. 실존으로 죽음을 직시했을때만이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의 운명에 균열을 만들어낼수 있다.



"또 오해영"은 로맨틱코메디와 환타지를 섞어서 웃으며 가볍게 볼수 있는 드라마로 보인다. 하지만 그 중심을 흐름은 죽음에 직시하며 사는 실존적 삶의 성찰을 담고 있는 드라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갑을이 없다. 돈이 많든, 권력이 있든, 지위가 높든, 그 어떤 사회적 힘들이 다 부질없어 보인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모두 평등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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