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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Apr 09. 2023

전직 간호사도 구급차는 처음입니다

방광염 방치하지 마세요


난생처음 응급실에 구급차를 타고 실려갔다.


이미지 출처 : iStock

응급실. 그곳은 내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할 당시 응급실은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부서였다. 넘쳐나는 환자들, 중증도 높은 환자들이 도떼기시장처럼 널려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파서, 위급해서 온 곳이니 다들 민감하고 예민하다. 서로 나부터 봐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런 기억으로 응급실을 멀리했다. 아이가 고열에 정신없이 울었을 때, 아이가 낮은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했을 때에도 가지 않았다. 응급실에 가봤자 기다림의 연속에 지치는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에서였다. 누군가 지인이 별일 아닌데 주말이나 휴일에 문 연 병원 없어서 응급실 간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렸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토요일 저녁. 놀이방을 조금 치우는데, 좀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후딱 끝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조금 쉬어볼까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평소에도 청소하다 말고 잘 눕는다. 그래서 일이 안 끝나지;)

이미지 출처: iStock


몇 분 뒤 갑자기 춥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몸이 오들오들에서 사시나무 떨리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온수매트가 틀어져있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남편에게 양말을 신겨 달래고 털잠바를 입었다. 평소에도 추위를 타는 편이라 남편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지가지한다.'라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털잠바도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체온을 재니 38.3도. 남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타이레놀 1개를 갖다 주었다. 그래도 고열은 가라앉지 않고 오한은 점점 더 심해졌다. 타이레놀 1개를 더 먹었다. 여전히 소용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뜨끈한 온수매트에 털잠바 입고 웅크려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약이 효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열 더 팍팍 오르라고 뜨끈한 온수매트에 몸을 더 달궜다. 신랑이 온수매트 끄고 이불 걷고 옷을 얇게 입고 있으라고 했다. (그 말에 신랑에게 하이킥을 날릴 뻔. 이불 나풀거림에도 몸서리 떨듯 추워하고 있는데 그 말은 정말 최악이었다.)


고열이 있을 때 대처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었다. 전직 대학병원 간호사. 현재는 학생들에게 고열환자 관리법에 대해서도 교육하는 간호학원 기본간호학 강사이다. 그런데 아는 거와 대처는 천지차이였다.



글 쓰다 잠깐 전하는 간호 상식


고열환자 간호관리

미열: 보통 체온 37.5'C를 미열로 본다. 미열일 때는 몸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서늘한 환경 제공한다. 얇은 옷을 입고 수분섭취를 격려한다. 미온수 마사지를 시행한다. 미지근한 물, 적신 거즈 혹은 얇은 수건을 준비한다. 미지근한 물을 적셔 얼굴, 손(말초->중심), 발(말초->중심)의 순서로 닦는다. 특히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잘 닦아준다. (서혜부, 겨드랑, 경정맥등 큰 혈관이 지나가는 곳은 열이 가장 잘 전달되기 때문) 이때 물수건은 꼭 짜지 않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열:38'C이상의 열

이때 오한. 즉 몸에 떨리는 증상이 없다면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양쪽 겨드랑이적용한다.

오한이 있을 때는 담요, 이불 적용하고 안정 취하고 오한이 사라지면 얼음주머니를 적용한다.



오한이 이렇게 오래될지 몰랐다. 1시간가량 추위에 떨며 바들바들 떨다 의식을 잠깐 잃은 듯 잠이 든 것 같았다. 갑자기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한차례 하고 열을 재 보았다. 열은 40.3도를 찍고 있었다.


남편은 곧바로 119를 불렀다.

고열이라고 하니 코로나 보호복을 입고 등장한 2명의 구급대원이 집에 들이닥쳤다. 그대로 눕는 차에 누워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간호사로 병원을 그렇게 많이 다녔는데,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간 건 처음이었다.



 

'살면서 한 번쯤은 구급차를 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삶에서 경험할 필요가 없고 경험하기에도 쉽지 않은 게 119 구급차.

(내 나이 40 되기 전인데, 그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구급차에 탈 때도 열은 그대로 40도를 웃돌았다.

그러나 오한이 좀 걷히고 평온해졌다. 그래서 구급차 안을 이것저것 살피었다. 혈압계, 모니터, 산소투여마스크, 심폐소생술기 등 각종 의료기기. 구급대원 한 명이 같이 타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혼자 둘 수 없어 남편 없이 혼자 갔다.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구급대원은 어떻게 아프게 된 건지 물어보았다. 열은 40도가 넘어 펄펄 끓고 있지만 오한이 없으니 살 것 같았다. 그래서 구급대원에게 육하원칙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말했다. 간호사시절 환자 어떻게 입원 왔는지 히스토리 했던 경험을 100% 살렸다.


" 4일 전부터 방광염 증상이 있었어요. 소변볼 때 작열감 있고 봐도 시원치 않고. 그래서 다음날 약국에 가서 소염제랑 방광염한약재를 사 먹었어요. 배뇨통은 줄었는데 혼탁뇨를 보이더라고요. 그러다 오늘 낮부터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과 허리통증이 있었어요. 저녁 7시 반부터 열나서 타이레놀 1개 먹고 효과 없어 1시간 뒤 1개 더 먹었는데 효과 없고 오한이 더 심해졌어요. "




구급대원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의식 없고 아파서 말도 못 하는 환자들만 봤을 텐데, 당황할 만 하지. 나처럼 보호자 없이 환자 본인이 또렷하게 아프게 된 경위를 얘기하는 환자를 오랜만에 봤을 거야)


얘기하는 동안 병원에 도착했다. 내가 너무 멀쩡해 보였나 보다. 구급대원은 이렇게 얘기한다.


"걸어가실 수 있더라도 누워서 가실게요."


눕는 차에 누워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 있는 침대로 옮겨가 누웠다.(이 때도 내가 옆으로 옮겨 갔다) 구급대원이 응급실직원에게 환자 오게 된 이유를 브리핑하고 인계를 했다.

피검사를 하고 수액을 꽂고 진통해열제 꼬마병도 달았다. 의사 선생님은 신우신염을 의심한다고 하며 CT를 찍자고 했다.



글 쓰다 잠깐 전하는 간호 상식


방광염은 고열이 나지 않아요. 신우신염은 고열로 증상이 시작돼요.


방광염은 갑자기 증상이 발생하는데 소변볼 때 아랫배가 아프고 소변을 자주 보고 양이 준다. 화장실 갈 때까지 못 참을 때가 있고 아랫배에 불쾌감이나 허리 통증이 있다. 소변이 탁해지고 혈뇨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는 항생제로 치료하면 금방 낫지만 저절로 증세가 호전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치료하지 않아 신우신염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신우신염은 오한, 발열, 두통, 옆구리 통증이 나타나며, 열이 조금 나는 정도도 있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그람음성균 패혈증까지 임상 양상이 다양하다. 증상만으로 신우신염과 방광염을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급성 방광염 증상이 7일 이상 지속되거나 최근에 요로 감염을 앓았던 사람은 급성 방광염 증상이 있어도 신우신염의 가능성이 있다. 방광염과 신우신염을 감별하는 데에는 발열 유무도 중요하다.



그렇게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 후 다양한 이벤트를 쓸 예정이에요. 입원은 처음인 간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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