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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Apr 17. 2023

CT도 처음 찍어본 간호사입니다

조영제를 아시나요?

 신우신염을 의심하니 CT를 찍자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복부 CT검사하고 기본적인 피검사와 염증 수치 보는 피검사, 가슴 X-ray와 심전도, 소변검사를 하겠구나') 질환별로 환자가 병원에 오면 어떤 검사를 하게 될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간호사였는데, 내가 그 검사를 하게 되다니. 내가 환자가 되다니.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다)



글 쓰다 잠깐 전하는 간호 상식


 CT는 신체 내부를 촬영하는 유용한 검사다. 그중에서도 복부 CT는 배 속의 장기를 X선으로 관찰하는 검사다. X선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X-ray를 찍을 때 나오는 방사선이다.  X-ray는 단 면만 찍을 수 있어 한 부분만 볼 수 있다. 반면, CT는 김밥 자르 듯 가로방향으로 우리의 몸을 연속적으로 기록한다. 그래서 일반 X-ray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X-ray가 2D로 본다면 CT는 3D로 보는 거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CT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사실 CT를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었다. 대학병원에 근무했을 때 CT, MRI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보냈다. 이런 검사들은 경험해보지 않고 책으로만 내용을 숙지해 환자에게 설명했다. 검사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고 부작용이 뭔지 다 알지만 실제로는 경험해보지 않은 간호사.  


 수많은 환자들을 검사 보내고 설명해 줬는데, 실제로 내가 검사하려니 잘 아는데도 불안했다. 간단한 설명만 듣고 불안에 떨며 검사했던 환자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는 것과 해보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보호자가 없으니 혼자 CT실로 걸어갔다. 속옷도 입지 않고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것 같았다.



글 쓰다 잠깐 전하는 간호 상식


X-ray, CT를 찍을 때 귀금속을 빼고 속옷을 벗는 이유


장신구(귀걸이, 목걸이 등)나 브래지어에 와이어가 있으면 X선에 함께 찍혔을 때 겹쳐 보여서 이상소견을 가릴 수가 있다. 그래서 모두 제거하고 검사를 해야 한다.




 불안에 떨며 벌거벗은 임금님의 기분을 느끼며 검사기계에 누웠다.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속옷 벗으셨죠? 조영제 들어가면 느낌이 조금 이상할 수 있어요. "


직원분의 설명은 짧았다. 위에서 설명 듣고 동의서도 받았을 테니, 설명이 짧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CT 찍을 거니까 서명란에 사인만 하라고 했지, 정작 설명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 곧바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들었다. 조영제가 들어간다고? 금식했는지 묻지 않네? 조영제가 들어가는데 왜 바늘이 얇지? 조영제가 들어간 검사 처음인데, 조영제 알레르기 검사 안 하나? 조영제 부작용 설명도 없네?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가득 찼다. (못 말리는 직업병)



글 쓰다 잠깐 전하는 간호 상식


복부 CT시 주의 사항


복부 CT는 6시간 정도 금식 해야 한다. (아프고 열나서 저녁을 먹지 않긴 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바늘도 18G 두꺼운 바늘을 꽂아야 한다. (내가 꽂고 있던 바늘은 22G로 얇은 바늘에 속했다)

동의서를 받아야 하며 CT설명과 조영제 사용에 대한 설명을 한다. (CT와 조영제 설명은 듣지 못했고 서명란에 사인만 했다)

모든 금속성 물질을 제거한다.


CT를 찍을 때 조영제를 사용하는 이유와 부작용


복부 CT를 찍을 때 조영제라는 약물을 쓴다. 조영제를 쓰는 이유는 조직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어서다. X선으로 찍으면 영상이 검게 나오는데, 조영제가 들어가면 영상이 하얗게 보여 윤곽을 잘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약물은 작용부작용이 있듯 조영제도 부작용이 있다.

조영제 부작용 : 울렁거림, 구토, 두통, 두드러기 등의 가벼운 증상부터 쇼크, 호흡정지, 심정지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직원에게 물었다.

"조영제 들어간 검사 처음인데, 알레르기 검사 안 하나요?"

직원은 대답했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괜찮으 실 거예요. "


조영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임상에서 봤던 다양한 조영제 부작용 사례들이 떠올라 불안했다. 조영제 주사를 맞고 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울렁거려서 구토하신분, 갑자기 의식을 잃어서 응급상황된 일들이 떠올랐다. '이럴 땐 모르는 게 약인가.'라는 생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조영제가 주사로 들어오는 느낌이 났다. 수액과 달리 농도가 짙어 조금 묵직근하고 뻑뻑하게 느껴졌다. 조영제는 정맥주사로 들어오기 때문에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난다. 다행히 부작용은 없었다. (휴. 조영제 알레르기 없는 사람이었구나.)


CT결과는 예상대로 신우신염이었다. 신우신염은 신장에 세균 감염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 당장 입원하셔야 합니다. 일주일 정도 입원치료 하셔야 해요."

" 혹시 통원치료 가능할까요?"

" 통원치료한다고 집에 가시는 분들 있는데, 결국 아파서 다시 오세요."


결국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옮겨갔다.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제목 배경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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