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원에 강의하러 가면서 지금까지 대단하다고 느낀 분들이 있다. 그동안 알게 된 학생분들 중에 대단한 분들이 많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일단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 다니는 간호학원은 1년 과정이다. 1년 동안 공부도 하고 병원에서 실습도 하고 국가고시 준비도 해서 시험을 치른다. 수업을 듣는 동안은 아침 9시 반까지 학원에 와서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매일 6교시. 야간은 밤에 4시간 동안 듣는다. 이론 740시간 실습 780시간을 채워야 한다.
학원에 다니는 분들 연령대는 다양하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20대부터 70대까지. 대부분 결혼을 한 30-50대 엄마들이 많다. 그래서 수업에 오기 전 가족들 챙기고 분주하게 준비해야 수업에 올 수 있다. 끝나고 부지런히 가서 저녁밥을 챙기고 자식들도 돌본다. 주 5일 매일 같이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제2의 인생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1년 열심히 투자하는 거다. 처음에는 매일매일 하루에 6시간씩 강의 듣는 것도 쉽지 않다. 오랜만에 학창 시절로 돌아간 학생처럼 새로우면서 힘들다. 그러다 병원에 실습 가면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고단하다. 실습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국가고시 시험대비다. 기본 간호, 성인 간호, 아동 간호 등 총 10개의 과목이라 배우는 양도 상당하다.
1년 내내 바쁜 일정이다. 하나 하기도 버거운데 어떤 한 분은 방통대 사회복지학과랑 병행 중이라고 했다. 지난주에 기말고사가 끝났다며 다시 간호시험준비에 집중할 거라고. 아니 간호학원만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2개를 동시에 하냐고 했더니 하는 말. 보험도 공부 중이라고 하신다. 화재보험. 어쩌다 이렇게 3개를 병행하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묻지는 못했다. 그런데 하나도 힘든데 3개를 동시에 도전 중이라고 하시는 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50대 이신대 정말 열정적인 삶을 살고 계신다.
이 외에도 대부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분들도 많이 계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더 공부하고 싶어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는 거다. 요양보호사도 한 달간 매일 8시간 수업을 듣고 시험도 치러야 하기에 쉬운 과정이 아닌데. 이후에 안주하지 않고 간호조무사까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간호조무사에 도전하시는 분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30대~60대까지.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인 조건도 악화되고 머리 쓰고 공부하는 게 어려워 도전하기 쉽지 않은데 다들 대단하다.
어떤 분은 67세 할머니셨는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 후 간호학원에 등록하셨단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어렵게 공부해 따긴 했지만 그쪽으로 직업을 갖기에는 쉽지 않겠다 생각하셨단다. 일본에서 요양보호자 자격증을 취득해 일한 경험도 있어 간호조무사에 도전하시는 거라고 하신다. 연세도 있고 공인중개사 공부도 하신 할머니도 대단하시다.
어떤 분은 71세이신 할머니다. 지금까지 만난 학생 중에 제일 나이 많은 분이었는데 관리도 잘하고 동안이라 전혀 그렇게 안보이신다. 매일 같이 수업에 오기 전 새벽 수영을 하고 올 정도로 체력도 강하고 군살 없이 몸매도 탄탄하시다. 동안은 타고 나신 것 같다. 집이 대대로 동안이라고. 원래 산후조리원을 경영하셨는데 이제 나이가 있어 산후조리원에서 아기 돌보는 일을 하고 싶어 공부하신다고. 이 할머니는 자격증 취득 후 다시 산후조리원을 경영하신다고 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도 있으시니 직원들 관리를 더 잘하시지 않을까 싶다.
어떤 분은 68세 할아버지다. 대부분 여자분들만 계시고 남자는 드문데 최고령 남자 학생이었다. 이 분의 경력이 특이하다. 비트코인 관련 가상화폐에서 대단히 돈을 많이 벌어서 집도 사셨다고 한다. 또 여유가 돼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원을 차리고 싶어 하신다고. 요양원을 차리려면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 해서 아내와 아들도 공부 중이라고 했다. 틈틈이 나와 원장님에게 비트코인 관련 정보를 주시며 알려 주시려 했지만 결국 위험부담이 커서 하진 않았다.
어떤 분은 65세 할머니다. 이 할머니도 피부가 아주 팽팽하시다. 항상 나에게 예쁘게 간식과 차를 만들어 주셔서 너무 고마운 분인데 이 할머니의 경력도 화려하셨다. 20대 때 미국에서 살면서 연극도 하셨단다. 그러다 돈을 벌어야 해서 패션디자인 전공을 했고 그 이후 무역 사업으로 확장해서 하와이, 홍콩, 일본, 한국에 집이 있어 여러 나라를 오갔다고 하셨다. 30대 초반까지 미국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셨다.
40대에는 심리 상담 쪽 일을 하셨단다. 심리 전공 대학 공부를 해서 자격증도 여러 개 취득하고 심리상담가가 되셨다고. 50대에는 요리가 좋아 요리 관련 양식, 한식 등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땄다고 하신다. 방통대로 사회복지학도 전공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하셨단다.
더 놀라운 건 현재 간호학원을 다니면서도 사이버대학 인터넷 방송학과 공부를 병행하고 계셨다. 고향에서 연극을 기획하고 연출하고 싶은데 부족함을 느껴 공부하게 되셨다고. 너무 다채로운 삶을 살았어서 얘기하는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65세 나이가 무색하게 할머니는 앞으로의 비전도 있으셨다. 일단 간호조무사 자격증은 따고 병원에서 일하며 돈을 좀 벌다가 내 후년쯤 대학원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다. 대학원은 2가지를 고민 중이시라고. 심리 상담 전문가 슈퍼바이저가 되기 위해 세종대나 경희대 심리 전공 대학원을 갈까. 인터넷 방송 관련 원광대 신문방송학 대학원을 갈까 고민 중이시라고. 그 외에도 시니어 모델 경력도 있으시단다.
정말 대단한 할머니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공부가 제일 돈이 안 들어서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친구들은 백화점에서 500만 원어치 주방용품을 샀다고 자랑하는데 하나도 안 부럽다고. 지금 여유가 있어 이렇게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꿈이 있고 미래가 있어 당당해 보이셨다. 지금까지 딴 자격증만 30여 개 있다는 할머니가 정말 멋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율저하가 세계 1등인 나라다. 아기는 안 낳고 사람들은 나이가 드니 30년 정도 후 내가 노인이 될 시기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반이 노인이라고 한다. 노인을 부양할 젊은이가 없는 거다. 그런 세대에 살고 있는 요즘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지. 어떻게 노후 대비를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간호학원에 강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위에서 다양하게 열심히 살고 계신 분들을 보며 자극받는다. 특히 60대라는 나이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나이가 많아서 도전을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절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계속된다고. "
생각의 범위를 넓혀 우리 자신을 더 넓게 규정하면 더 큰일을 하고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우리의 생각은 행동을 결정하고, 우리의 행동은 운명을 결정한다. 이러한 것을 '자기규정효과'라고 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가?
책. 이민규 지음 [실행이 답이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