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군인이 수업을 들어 올린 날

by 다몽 박작까


연천으로 군부대 강의에 달려갔다. 오후 두 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하는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강의였다. 점심 막 먹은 뒤라 졸음이 밀려오기 쉬운 시간. 차를 주차하면서 잠깐 걱정이 앞섰다.


'오늘은 목소리를 조금 더 써야겠는데.'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그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박수를 치며 너무 활기차게 맞아주셨기 때문이다. 인사 소리가 먼저 튀어나왔고 분위기가 경쾌했다. 강의실 공기가 이미 반 톤쯤 올라가 있었다.


'아. 오늘은 되겠다 싶은 느낌. '





강의는 시작 전에 이미 절반쯤 성공한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분이 계셨다.


혼자 확성기를 든 것처럼 또렷한 목소리.

아침 점호를 연상시키는 씩씩한 말투.

그리고 말끝마다 먼저 나오는 것은 가지런한 건치가 환하게 드러난 미소를 가진 군인.


질문을 던지면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설명을 마칠 때마다 '아, 네!" 하고 받아쳤다. 고개를 끄덕이는 타이밍도 늘 정확했다. 내가 말하는 호흡보다 반 박자 빠를 때도 있었다. 두 시간 강의 내내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없었다. 강의 시작부터 끝까지 중간중간 빠지지 않고 늘 같은 에너지로 호응을 해주셨다.


그분 덕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강의 중에 웃음이 터질 때가 제일 좋다. 그건 준비된 웃음이 아니라 지금 이 공간에 살아 있는 반응이니까. 이상하게도 그런 분이 한 명만 있어도 수업 전체의 온도가 달라진다. 한 사람이 리듬을 만들면 주변의 다른 군인 분들도 조금씩 따라온다. 처음엔 고개만 들고 그다음엔 자세가 바뀌고 마지막엔 손이 올라간다. 조금씩 더 참여하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다른 군인 분들도 점점 더 고개를 들고 점점 더 몸을 앞으로 당겼다. 강의실의 온도가 눈에 보일 듯 올라갔다.


지금까지 만난 군인 분들 중 최고의 호응이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두 시간 강의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그분 덕분에 나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군부대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요즘은 그 이동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언제 도착하지?'를 먼저 계산했다면 요즘은 '오늘은 어떤 얼굴을 만나게 될까?'를 먼저 떠올린다. 운전하다 말고 혼잣말도 부쩍 늘었다. 표지판을 읽고 동네 이름을 중얼거리고. 강의를 다니며 나라 지리를 배우고 있다. 이런 배움도 나쁘지 않다. 연천에는 '구석기사거리'라는 동네도 있었다. 이름을 보고 괜히 한 번 더 읽었다. 지명은 가끔 사람을 웃게 만든다.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데 이미 장면이 떠오르니까.


즐거웠던 연천 군부대. 그날 두 시간의 강의는 유난히 가볍게 흘러갔다. 한 사람의 호응 덕분이었다. 강사는 말을 준비해 가지만 수업의 온도는 늘 준비된 대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끔은 한 사람이 정해준다. 고개를 들고 웃고 대답하는 그 한 사람이 강의 전체를 데우기도 한다. 어제는 그걸 아주 분명하게 느낀 날이었다. 모두를 흔들지 않아도 괜찮았다. 한 사람의 반응이 파동처럼 퍼져 결국 공간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군부대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이제는 그 거리만큼 기다려지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또 다음 강의가 생각보다 빨리 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