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청소, 정리 정돈, 요리를 못한다. 통틀어 집안일을 잘하지 못한다. 결혼한 지 10년 차인데 아직도 허덕인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나처럼 못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에 집안일을 하나도 해보지 않았다. 집안일이 너무 싫었다. 어차피 결혼하면 하게 될 텐데, 미리부터 '고생'하기 싫었다.
집안일을 '고생'이라고 생각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감내해야 하는 '고생'. 결혼하기 전 집안일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도 집안일은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한다)
결혼 전까지 대학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했다. 리듬이 깨지는 일이다 보니, 집안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 결혼과 동시에 병원을 그만두었다. 일도 그만두고 결혼도 했으니, 이제 진짜 집안일을 해야 할 차례다.
집안일에 'ㅈ'자도 모르는 체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안일이라는 것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체. 지금 생각해 보면 집안일의 범위는 정말 광범위한 것 같다. 그런데 그때는 집안일이 그저 청소와 요리라고 생각했다. 청소는 어지르는 사람이 없으니 할게 많지 않았다. (아기가 생기고는 손 쓸 수 없는 경지까지 갔다) 그저 빨래만 쌓이면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다. 남편이 남들처럼 신혼집 분위기 물씬 나게 아기자기하게 집을 꾸미자고 했다. 그런데 꾸미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꾸밀 줄 모르니 우리 집 콘셉트는 '여백의 미'였다.
이마트에서 요리를 배웠다. 밥도 안 해봤다.(당연히 쌀도 안 씻어봤다) 칼질도 안 해 봤다. 그런 상태로 요리를 배우는 게 머릿속에 들어올 리 있나. 고추를 썰어 씨를 빼라는데 도통 뭔 소리인지. 칼질도 엉성하게 했다. 요리를 배운 게 아니라, 그냥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갔다.
일주일에 한 번 듣는 요리수업을 한 두 달 정도 배웠을 때 덜컥 임신을 했다. 입덧이 정말 심한 임신이었다. 못 먹고 토하는 입덧. 정말 살면서 제일 고통의 순간이었다. 입덧 기간 10주 내내 먹을 수 있는 게 한 개도 없고 다 토하니, 몸무게가 8 kg이나 빠졌다. 그 기간 동안 당연히 요리는 올 스탑. 그 이후에도 임신 기간 동안 청소와 요리에 담을 쌓고 지냈다.
아이가 태어나서는 아이의 육아에 올인했다. 지금 생각하면 육아를 했다기보다 아이와 '일심동체'가 된 것 같다.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산후풍으로 1년 반을 고생했다.(미련하게 산후조리원에서도 아기와 한 몸이었다. 그래서 조리원에 있는 동안 13kg이 빠졌다) 1년 반 동안 체력이 없고 여기저기 아픈데, 아이와 한 몸으로 생활했다.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아기도 돌보는 게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일어나 아기 옆에 누워 있고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고 요리도 못하고 집안일은 하나도 못했다. (그러면서 모유수유는 15개월이나 했다)
요리의 시작은 '이유식 만들기'였다. 요리에 자신도 없고 요리를 못하니, 이유식을 사서 먹이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한창 이유식 제조업체에서 불량한 위생처리로 사건사고가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 요알못에게는 이유식 만들기도 버겁다. 단순히 쌀과 야채를 갈아서 만드는 거라지만 그것 조차 버거웠다. 평소 먹지도 않던 비트, 콜리 플라워 등 다양한 야채를 처음 사보았다. 이유식도 맛있게 만들면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데, 요리 못하는 엄마를 만나서인지, 입이 짧은 아이를 만나서인지 아기는 이유식을 잘 먹지 않았다. '이유식을 먹이다 우울증이 왔다.'는 사람이 TV에 나왔는데 내가 딱 그랬다.
그렇게 요리의 시작이 이유식이었고 내 요리실력도 아기의 성장속도에 맞게 변화했다. 그러니 그동안 나와 남편은 (내가 한 요리로는) 먹을 게 없었다. 남편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었고 나는 남은 이유식을 먹거나 배달음식을 이용했다.
그렇게 청소, 요리와 거리가 멀어지며 첫째를 키우고 둘째를 키웠다. 그때까지는 내가 청소와 요리가 안 되는 게 '아기 키우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며 알았다. 청소와 요리를 아기 키우느라 못한 게 아니라 할 줄 몰랐다는 것을.
애들이 있어서 일이 안 되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정리하고 청소와 요리를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 잘 안 되는 거였다. 둘째가 3살 때 깨달았는데, 7살이 된 지금도 허덕이고 있다.
청소와 요리를 잘하고 싶었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많이 물어보았다. 살림 잘하는 고수 책도 읽어보며 노력했다. 그래도 내게는 쉽지가 않았다. 노력하려고 해도 손에 익지 않으니, 자존감이 완전 바닥이었다. 청소, 요리도 못하는 아내와 엄마라는 생각에 남편한테도 아이한테도 '미안해서' 화를 내지 못했다.
의도치 않게 집안일을 못해서 화내지 않는 착한 아내와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