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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로 May 14. 2024

남들 다 가는 길만 정답일까?

다르게 살아도 안 망하던데요? 저는 잘 지내요.

나는 고등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이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경쟁하고 울면서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그냥 좋아하는 글 열심히 쓰고 그림 그리고 돈 못 벌어도 괜찮으니까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의 필요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 생산적인 것을 배우고 싶었다. '이렇게 사는 인생이 의미가 있나?' 끊임없이 삶에 대해 생각하다 자퇴 후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마음먹었고, 자신 있던 검색과 정보수집을 통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제법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퇴하고 검정고시 공부 할게요!

나의 파격적인 주장에 보육원 선생님들은 제법 놀라셨나 보다. 많이 싸웠다. 계획 없이 괜히 말만 하는 거 같아 어떻게 지내고 공부할지 A4용지 5장을 빼곡히 채워 보여드렸더니 원장님은 잠깐 쳐다보는 시늉만 하시고 볼 필요도 없다는 듯 대충 접어 돌려주시며 말했다.


"남들 다 적응하는데 왜 너만 못 해?"


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데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학교에 적응 못한 사람이 나뿐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미 자퇴한 친구들은 뭐가 되고,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자퇴 한 사람들은 다 뭐냐는 말은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네가 똑같아?” 할게 뻔해서 참았다.


뭐 이런저런 복잡한 과정을 지나 결국 난 내 고집을 꺾지 않았고, 많이 양보해서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대학엔 진학하지 않았다. 3년 참았으면 많이 참았지. 보육원을 나와 혼자 살게 되었지만 나는 내 인생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절대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망할 거라고 장담하던 선생님들의 말이 틀렸다고 증명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혼자 지내며 물론 칩거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래선 안된다고 스스로 깨닫게 된 이후엔 자격증도 따고, 좋은 기회를 얻어 회사에서 그림 일도 해보았다. 그리고 지원받을 단체를 만나 서울에서 살게 되었다. (자립한 뒤 원장님이 한참 뒤에 연락을 주셨는데, 자립준비 없이 나간 건 너뿐이니 서울로 가라고 했다. 이건 감사하다.) 올라와서도 두 번의 인턴 일을 하며 회사일을 열심히 배웠다. 또래에 비해 세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서울은 신세계였다.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했고, 무시당할 거라는 선생님들 말과 달리 많이 공부한 친구들 사이에서 딱히 비교당하지도, 꿀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대단하다고 이야기해 주는 친구들을 만났다.


이런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주변 어른들은 고등학교랑 대학교는 다르다고 가야 한다 난리였지만. 다녀보니 역시 학교는 나랑 안 맞았다. 고등학교랑 다른 점이 없었다. 공부할 때보다 나는 일할 때 더 많은 보람을 느끼고 배우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일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나름 받았다) 빠르게 휴학한 후, 다시 일을 구했다. 앞으로는 "대학 안 가봐서 네가 모르는 거야~" 소리 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무엇보다 앞으로 할 내 선택들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만족스럽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아가는 길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그게 망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남들이 살아가라는 대로 살았다면 나는 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것을 하고 경험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평생 겁쟁이로 살며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남 탓을 하며 잘 살지 못하고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잘 졸업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거? 좋다. 많은 사람이 가는 길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과정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절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내 인생은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며 망할 거라 장담한다던 목소리가 생생하지만, 나는 잘 지낸다. 아주아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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