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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로 May 19. 2024

그늘.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거,
네 그늘까지도 내어준다는 말이었나.


그냥 문득 든 생각들로 짧게 써 내려간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애인이 써 준 편지에 적혀있던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고민 끝에 마무리한 문장.


고개를 살짝 들면 눈에 들어오는 공간에 붙여놓은 편지 두어 장을 매일같이 읽는다. 꾹꾹 눌러쓴 글을 보고 있지만 내일은 좀 더 사랑해야지, 나도 더 솔직해야지 다짐하곤 했는데, 그날따라 읽는 행위를 넘어 항상 나와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말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은 뭐 그렇게 의미부여를 하려고 하나 싶겠지만, 나는 원체 생각이 많은 사람이니 어쩔 수 없었다.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말. 내게 있어서 자신의 그늘까지도 내어준다는 말 같다고 느껴졌다. 그늘이라는 게 참 여러 의미가 있지 않은가. 마음에 깊이 드리운 우울함도, 내려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도 똑같이 '그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무언가를 덮는 상대적으로 좀 더 어두운 부분. 나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는 말이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지 않고 내어줌과 동시에 내가 나의 우울감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 쉴 수 있는, 그런 그늘이 되어준다는 고백처럼 들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애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조금 더 들었던 것도 같다. 


나도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줄게. 오늘도 조금 더 안온한 밤이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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