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로 May 20. 2024

월요일의 병원.

아주 바쁘고, 슬프고, 예민한 공간.

나는 큰 병원의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처음엔 개인병원에서 시작했지만 폐쇄병동에 입원한 이후 큰 병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진료를 받고 있는데, 평일만 여는 대병원이라 보통 가장 빠른 월요일 아침으로 진료를 예약하곤 했다. 주일을 바삐 보내고 무거운 몸이 짜증 나고 너무 피곤해서 많은 사람을 비집고 들어가는 게 귀찮았다. ‘뭐 이리 아침부터 사람이 많은 거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곤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바삐 움직이는 발걸음. 웅성거리는 소리. 공황장애를 앓는 내게 있어서 최악의 장소이지만,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득 사람들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게 어둡고, 또 피곤함이 서려있다. 나중에 같은 병원에 다니는 어른이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된 사실은, 이 병원이 특히 월요일에 엄청나게 붐빈다는 것이었다. 주말 내내 아파하다 날이 밝자마자 달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그렇단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무튼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더 예민하고, 왁자지껄해 보이지만 밝은 분위기는 아닌. 환한 병원 인테리어와 대비되는 무기력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인간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어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 죽어가는 동안에도 이리도 치열하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생명이 태어남과 동시에 죽어가는 공간이 병원이었다. 문득 그리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또 생명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 사람들 눈엔 나도 무기력하고 표정이 어두운 사람 중 하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는 게 짜증 나지 않았다. 느린 발걸음을 뒤로하고 빠르게 앞지르지 않았고, 기다려주게 되었다. 조금은 동질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의사 파업 이후 병원은 더 느리고 더디게 흘러갔다. 환자들은 계속해서 이곳을 찾는데, 이 사람들을 봐줄 사람은 한정적이라는 게 조금 슬펐다.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은 자들이 모이는 곳. 그런 공간이 이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들 평안하길.



작가의 이전글 그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