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이혼하시게 되면서 나와 동생은 강제로 할머니댁에서 살게 되었다. 다니던 초등학교에 물건 하나 챙겨 오지 못한 채 어른들이 알아서 전학 절차를 진행시켜 놓으셨다.
내가 다닌 첫 초등학교에서 늘 붙어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항상 나뭇가지 꺾어 들고 뛰어다니는 정신없는 나와 유일하게 잘 맞았다. 다른 아이들은 앉아서 쉬거나 수다 떨기에 바빴는데, 나랑 친구는 쉬는 시간 10분을 야무지게 운동장에서 보내곤 했다. 흙을 파고, 그림을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니 완전히 둘만의 세상이었단 생각이 든다. 친구라는 게 이런 거구나! 어린 마음에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강제 이별하게 된 우리는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들었던 건, 갑자기 내가 사라져서 나를 제법 미워했다는 사실이었다. 억울했지만, 나였어도 당황스럽고 미운 마음이 들었을 거 같다.
심지어 전학 간 학교는 아주 작은 학교라 2학년이 나 하나뿐이었다. 3학년과 합반이었고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그냥 착한 동생으로 남아있었다. 어느 정도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그들은 자신들끼리 놀기를 원했다. 나는 항상 깍두기였다. 아무도 나를 신경 써주지 않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늘 같이 놀던 친구를 떠올렸다.
같이 그림 그리고, 뛰어다니고, 까르르 웃던 시간들이 너무 그리웠다. 어른들의 일에 왜 내가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당시 마음으론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서 화라도 내 볼 힘이 없었다. 지금이야 마음속에 소중했던 친구로 남아있지만. 아마 영영 보지 못할 거 같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 속에 좋은 친구로 남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