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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Sep 28. 2023

가장 다채로운 검정

색의 또 다른 색

어느 날 갑자기 살이 10~15킬로가량 찌게 되었다.

안 먹던 야식에, 기름진 음식들, 고기, 갑자기 많아진 식사량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이었는데...

이때 옷을 살 때, 펑퍼짐한 옷 그중에도 검은색 옷만 골라서 샀던 기억이 있다.


검은색은 축소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

실제 살이 쪘을 때 흰옷이나 밝은 색 옷을 입는 것보다는 시각적으로 덜 쪄 보이는 효과가 있다.


또 검은색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표적으로 장례식 때 입는 상복이나 조문객들의 옷이 생각나는데, 엄숙하고 슬픔을 애도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밝은 색을 보았을 때 기분이 들뜨거나, 화사하거나, 생동감이 있는 색의 역할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성들의 로망, 샤넬 하면  검은색 로고가 떠오른다.

사실, 여성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샤넬은 현대에 와서 명품 중의 여왕이 된 듯하다.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고, 여성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는 브랜드이지 않을까. 그리고 색으로 표현해 보자면 단연 블랙을 꼽을 수 있겠다.



시크하고 도시여성이 입고 있을 법한 의상은 블랙이 제일 알맞지 않을까.


대학교 시절 우리 미술대학에 출강을 나오시던 강사분이 계셨는데, 항상 올블랙의 의상을 입고 오셨던 기억이 나는데, 굉장히 세련되게 느껴졌었다.

검정 재킷에 검정 반바지, 검정 타이즈에 구두.. 어떤 컬러 매치보다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의 오드리헵번의 원피스도 가장 도시적이고 세련되며 허영심 가득한 여성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의상이 아닐까.


검은색은 인간의 힘을 압도하는 밤의 암흑, 악마, 마귀 등 무서운 존재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고대부터 어둠을 바깥이 아닌 우리 인간 내면에서도 찾고자 하는 의지 역시 강렬했다. 이것은 성서에서는 죄라고 말한다.

또 이 죄와는 별개로 인류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몸 안에서 발견된 검은 물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흑담즙'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흑담즙이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고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스 인들은 이것을 'melan choly'라고 했으며, 로마인은 'atra bilis'라고 했다. 영어에서는 그리스어를 따라 'black choler'라고도 하고, 라틴어를 따라 'black bile'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그리스어 어원을 살린 '멜랑콜리(우울감)또는 '멜랑콜리아(우울증)'가 정신과 질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토록 황홀한 블랙 p.241>


영화 <멜랑콜리아>의 포스터


이렇듯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죄성, 깊은 우울감, 한없이 꺼지는 듯한 느낌, 을 표현한 색은 아주 먼 고대 시대에도 검정으로 상징화한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그 어떤 색보다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블랙.

아마도 개개인마다의 블랙의 의미도 다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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