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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완 Jan 07. 2023

이 우우한 우주를(자작시)

우리 모두 살아남을 존재들 7

* 우우하다 - 매우 외롭다.


내가 이 우우한 우주를 부유하지 않는 까닭은

너의 사려 깊은 친절이 중력이 되어

나를 단단히 둘러싸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너의 친절을 중력 삼아

걸을 수 있으며

달릴 수 있다.


 단상: 삶은 누구에게나 맵고 쓴 것 같습니다. 어른이라고 더한 것도 아니고, 어린이라고 덜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회고할 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왜 예민하게 굴었을까’했던 일도, 사실 그 당시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어서 괴로웠던 거예요.


  제가 어릴 때 자주했던 상상이 있는데요. 실수하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 물이 제 머리끝까지 차오르거나, 지구 밖으로 떠돌아다니는 걸 상상하곤 했어요. 차라리 내가 물에 잠겨버렸으면,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 가서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으면, 그만큼 불편하고 불안했었나봐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런 순간이 올 때, 사려깊은 말을 해주는 누군가를 통해 그런 상상을 멈추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어요.


 우리의 지구가 물에 잠기지 않게 된 건, 갈피를 못잡고 지구 밖으로 부유할 뻔한 우리를 지구 위에 단단히 발 붙이고 살도록 도운 건, 당신의 친절이라는 걸 전하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덕분에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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