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흐려진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기가 약하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어쩐일인지..
저녁을 푸짐하게 먹은 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소화도 시키지 못하고 누운채,
티비를 보다 이른 시각에 잠이 들어버렸다.
중간 중간 희미하게나마 몸을 일으켜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에 대해 생각했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몇시간이 흘렀을까...
칼칼해진 목을 달래기 위해 몸을 일으켜
대략 자기 전 해두어야할 간단한 일들을 마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그 사이 사이 방해꾼들로 인해 누워만 있었다고 봐야한다..
덕분에 어둠 속에서 나의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안되겠다 싶어 작은방 침대로 자리를 옮겼다.
뭔가 폭신하고 편안한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누운것이 아주 흡족했다.
또렷해진 정신 덕분인지 쉽사리 잠에 빠져들지 못한것이 불만이었지만..
나름 얼마 안되어 잠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어 그대로 몸과 정신을 맡겼다...
그것도 잠시.
갑자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선명하게 방울 소리가 났다
'딸랑 딸랑 딸랑..'
작던 소리는 점점 더 내 귀 바로 옆에서 방울을 세차게 흔들어대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방울의 모양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소리는 흔히 무당들이 사용하는 여러개의 방울 묶음의 소음이라는것만 짐작했다.
'엇.'
그 뒤 알아들을 수 없는 각자의 언어로,
여러 목소리들이 뒤섞여 어둠속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엇.'
또 한번. 뭔가를 눈치 챘다는 것을 내 안에서 되풀이하고 있었다.
'왔구나....'
흔히 말하는 가위에 눌리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아주 빨리 눈치채는 편이라 큰 걱정은 없었다.
온몸이 조여오는 무거움을 느꼈다
보통은 조여오는 무거움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나만의 집중력을 발휘해 가위에서 쉽게 풀려난다.
그렇지만 어제는 유난히 움직일 수 없다는 답답함에 몸을 크게 이리저리 흔들어보았다.
흔들면 흔들수록 점점 더 죄여오는 단단함.
늘 그렇듯 무섭지는 않았지만 가위에 눌려 맥없이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다시 작전을 바꾸어보았다.
몸을 흔들어 움직이는 것보다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이나 입등..
최대한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풀려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그 순간만큼은 눈을 감고 있어도 뜨고 있는 듯 모든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늘 그렇듯 정체를 찾으려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저 어둠 속 나 혼자 발버둥을 칠뿐.
형체도 없다. 모습도 없다. 단지 느낌일뿐,
그럴 때마다 나는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욕을 퍼붓는다.
그러면 적어도 너보다는 내가 세다. 라는 감정을 최대한 내 머리속에 입력을 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리고나서 '주기도문'을 항상 외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그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어쩐일인지 어제는 욕도 나오지 않았고, 주기도문도 외워지질 않았다.
떠오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입주위 근육과 신경들이 마비되는것만 같았다.
순간, 두려움이 업습해왔다.
'너의 하나님을 이제야 찾고 있구나....
너의 삶에 최우선으로 함께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너는 맨 마지막에 하나님께 의지하지...'
나의 말인지, 누군가 나에게 하는 말인건지...
머리와 목을 마구 흔들어보았다.. 소용없었다.
어둠에 짙게 깔린 밤은 단지 까맣다라는 색깔보다도 더 무겁게 짓눌린 영혼과 새까만 두려움만 보였다.
그때 부스럭,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기 전 방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가까이 누군가 우리 식구 중 하나가 나오는 인기척이길 바랬다.
'물을 마시러 나오지 않았을까.
빨리 알려야해. 나 좀 깨워죠'
그렇게 반항하면 할수록 더 무거워지는 내 몸.
도저히 힘으로는 상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엇.
'아.... 어쩌지...'
온몸에 시멘트를 들이 부은것 같은 눌림에
눈알이라도 옆으로 굴려 그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최대한 시선에 집중을 했다.
'그래,,, 물 마시러 정수기 앞까지 왔어.
그럼 이제 소리를 질러봐야겠어.
제발 좀 알아채고 나를 깨워'
물론,, 내안에서의 소리침이지, 입 밖으로는 가느라단 목소리조차 새어나오지 못함을
느끼고 안타까웠다.
밖에서 나던 인기척은 곧 사라졌다.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지저귀던
괴물들과 함께.
그 인기척은 검게 모락 모락 올라오는 연기와 함께 그렇게 사라졌다.
안타까움과 발버둥의 지침으로 이내 포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죄여옴에서 풀려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인기척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맨발로 스스슥~ 마루바닥과 맞부딪히는 인기척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내가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면 착각이었을지도..
그냥 바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몽사몽 꿈인지 생시인지도 구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지쳐 피곤함에 곧 곯아떨어졌다.
이날 밤 이런 가위 눌림은 반복적으로 2번은 더 찾아왔고, 나는 알면서도 포기한 채 맥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벽이 찾아왔다.
우리 집 꼬맹이 아가씨가 엄마를 찾아 나의 품으로 왔을 때 악몽이 지나갔음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