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다시 돌아가고픈 자리-
Le Pain Quotidien, Newport Beach)
혼자 커피숍에 앉아 책을 읽으며 혼자 긁적이다 옆 자리 어떤 여자가 무선 키보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한동안 멈칫했다.
무선 키보드가 신기한게 아니라,
무조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그걸로 집이 아닌 밖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했다.
충동적인 구매 욕구이긴 했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와닿았다고 해야할까.
그런 충동으로 품게 되었던 마음.
무선 키보드 구매와 나만의 글쓰기.
이토록 사소함에 목숨을 걸었던 기억은 참 오랜만이다.
장문의 글을 멋지게 쓰거나 특별한 감각으로 기교를 내거나, 나만의 철학, 인문학에 대한 지식도 없는 내가, 그것도 표현력을 말하자면 초딩 수준이라 하면 딱인데,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었다.
처음 글을 쓸 때 생각해보면 쓰라리고 어두웠던 나의 지난 날을 되짚으며 나처럼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와 함께 공감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였다.
하지만, 나의 글은 비만 그 자체였고 한없이 무거웠다.
너무 광범위하고 덩치가 커서 자기 몸을 주체 못하고 기둥 어딘가에 겨우 의지해 언저리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느낌.
자기 감정에 휩싸여 글을 쓰는 내내 침착하지 못하고 불같이 흥분하며 너에게 하는 말인지, 나에게 하는 말인지 구분도 가질 않았다.
화를 내는 건지, 내지 말라는 건지 모호한 태도로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말하고자하는 것들을 툭툭 털어 미숫가루에 넣고 숫가락으로 휙-휙- 젓어대며 또 투덜투덜- 어떻게 수정하지?
손을 댈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글솜씨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고, 어디까지나 과정이라 여기기에 예민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나니 한결 수월해짐을 느꼈다.
처음 썼던 글들 역시 나름 배 (가 아닌 가슴) 아파 나온 첫째라 칭하며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발전이라는 것을 기대하며..
그 때는 어지러운 내 머리와 마음으로부터 제 정신을 차리기 위해 티비나 인터넷, 컴퓨터 핸드폰등 미디어와의 단절을 위한 선언을 했던 시기였다.
대신 오랜만에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연필을 들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렇게 책을 통해 글쓰기란 아름다운 세계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사실, 브런치라는 앱을 깔아놓았던 것은 책을 두고 나온 심심한 버스나 길 위에서 누군가의 글을 읽어 볼까하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부족한 내 글을 펼쳐놓을꺼라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부끄러움에 그런 용기도 나질 않았다.
그렇게 시작은 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무선 키보드를 통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는
나의 마음 상태를 그저 뱉어낼 요량으로
시작의 선을 그었다.
이제와 다시 읽어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독기 가득한 마음으로 이해나 공감, 납득 불가한 과한 문장과 문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봐야할지 가늠조차 힘들었던 길고 긴 지루한 글.
나를 향한것인지, 타인을 향한 비뚤어진 마음인지 구분도 없는 날선 비판들이 차렷, 자세로 줄을 서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검은 펜으로 좍 좍 X표를 그어놓듯 심히 불편하게 이루어진 이기적이며 뚱뚱하고 못생긴 글들에게 화도 났다.
처음부터 아무도 찾지 않을꺼라 미리 단정짓고
마구 토해냈던것 같다.
삭제하고픈 마음 지금 역시도 굴뚝같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 때의 심경을 대변해주고 있는 나 자신 아니던가.
그때는 그런 나의 모습을 발견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발 닿는대로, 손이 가는대로, 입이 터지는대로 뱉어내야만 조금이라도 후련했을 때였으니.
불평불만 가득 보따리를
처음 풀어놓았을 때 달렸던 댓글.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10대 앳딘 소녀가 어울리지도 않는 두꺼운 화장을 하고 촌스러운 원피스를 걸쳐입고 나간 첫 미팅처럼. 매력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처리불가한 폭탄.
단 한명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어색하게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불안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
망설이다 발행 버튼을 눌렀을 때의 내 모습일것이다.
모두 즐거워하며 짝 지어 깔깔대고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민망함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혼자 망연한 실망의 눈빛으로 일어서려는 씁쓸한 순간에도 실패라는 아이는 오래도록 나를 밟고 우뚝 서있었다.
그 바람에 엉덩이를 쉽사리 떼지 못하고 한참을 의자에 앉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어울리지 않는 화장과 촌스러운 원피스 혹은 못난이라도 누군가의 취향일 것이라는 그런 마음에 조금의 기대라도 한걸까.
조금은 짓누름이 사라졌고, 모두들 떠났다.
이제 나만 나가면 된다-하는 순간,
첫 댓글을 받았을 때
나의 느낌은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니였을까
그 순간을 상상해본다.
수려한 글 솜씨만큼이나 내면의 모습이 단정하고 정갈한 느낌이 훌륭했고, 글 하나 하나에 담긴 담백함과 진솔함이 멋있기까지 했다.
힘든 이야기도, 깊은 속내도 침착함으로 덤덤하게 써내려가는 모습에 점차 빠져들었다.
늘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었다.
부끄러운 나의 글들에 대해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예의바른 모습으로 용기를 주었으니.
어찌그리 세심한 마음으로 돌아보며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겨주었을까.
새글이 올라갈 때마다 글 하나 하나 성의껏 격려의 글을 남겨주시는건지도 궁금했다.
나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고, 공유하는 모든 분들에게 베푸는 넉넉한 마음이 참으로 보기 좋아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루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 글에 희망이라는 물을 주었고, 도전이라는 강렬한 햇빛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귀찮을만도 할텐데, 그리 좋은 거름이 되지 못할텐데하고 말이다.
한번은 그렇다치더라도, 두번 세번, 지금까지도 여전히.. 늘 그렇게 그 자리에서 긍정의 기운과 응원의 말들로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온전히 그 덕에 스스로도 놀랄만큼 많은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 믿는다.
좋지 않은 기운은
주는 쪽보다 받는 쪽이 더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가끔 그 분의 긍정 기운을 오히려 뺏어 온 것은 아닐까, 참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만큼 더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도 그렇게 꾸준히 힘이 되어주고 격려와 위로를 나누어 주고 계시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제 오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 분 역시 내가 느낀 이 감정을 다른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은것은 아닐까.
그렇게 긍정이라는 기운이,
위로와 격려라는 감정이,
거미줄처럼 곳곳에
해피바이러스가 되어
퍼져나가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또 언젠가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내가 그자리에 있고픈 마음도 크다.
역시나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작가님의 말씀처럼 3.5 차원의 공간인 이곳에서- 얼굴없는 사람들과 서로의 내면을 알아가고, 부둥켜 안으며 상처를 치유받고, 끊임없는 소통과 공감을 통해 영감을 나누고, 서로 위로가 되어주고, 용기와 긍정의 기운을 주고 받고 있는것이다.
또 그 안에서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 매일 매일 박수를 치고 있다.
얼굴도 없이- 오직 진심과 내면만 봐주며
함께 웃고, 즐거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힘께 화내주고, 토닥여주고 서로를 궁금해한다.
서로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인사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뭐 어떠한가.
한없이 예쁘게만 보이고, 설레이고, 보고 싶고, 궁금해 미칠 것만 같고, 만지고 안아주고 싶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래도 좋다.
이대로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멀리 멀리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처럼
글 쓰기에 미쳐 매일을 이렇게 보고 느끼며 감수성에 젖어 살아가고만 싶고, 더 많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책을 읽고, b 표시가 새로 뜨면 보고싶어 참지 못하겠다.
쓰는 충동을 이기지 못해 밤을 새더라도
연필 혹은 키보드와 일체가 되어 그 순간 모든 열정을 쏟아내고만 싶어진다.
그 작가님의 글과
나와 연결된 또 다른 많은 작가님의 글들과
그리고, 내가 쓰는 글들과
사랑에 빠진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