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려다 언뜻 불쾌하고
불행한 내 모습이
깨진 거울을 통해 비춰진다.
부스스한 머리칼.
퀘퀘한 죽어가는 듯 빛깔없는 동태 눈알.
복어처럼 잔뜩 부풀어오른 독기.
얼굴을 뒤덮고 있는 올록볼록 작은 알맹이들은 독기를 품고 솟아낫는지, 그대로 자욱이 되어 보기싫게 남아있다.
다시금 잊고만 싶었던 암울의 먹구름이
한동안 맑을듯한 내 하늘을 가리운다.
저리가-
유쾌하고 싶었고, 사랑기 가득한 미소를 날리며 마음껏 뛰어 오르고만 싶었다.
발을 헛디뎠을까.
앙증맞은 이름모를 귀여운 꽃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줄 지은 잔디밭 어딘가 몰래 숨어있던 진흙탕을 밟아버렸다.
한참이나 작은 내 발만 했던 진흙탕은 이내 나의 몸을 삼키고도 남을 크기로 주-욱 늘어나 거무튀튀한 늪으로 변해 나의 발목을 자꾸만 잡아 끌어당겼다.
무서웠다.
끌려들어가는 순간 혼자라 더 외로웠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우리만큼.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하고도 한참을 그렇게 허우적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 끌어당김에 몸을 맡겨 나름 살아보려 얼굴만 겨우 내놓고 숨은 붙어있는 중이다.
허우적대면 댈수록 더 깊이 나를 빨아 당기는 그 힘을 대적할 수 없어 그 어떤 미동조차 없이 가만히 떠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를 맞이하는 슬픔의 구덩이는 점 점 더 불어나 고통의 늪에서, 슬픔의 구덩이 안에서 발끝부터 서서히 썩기 시작한다.
천진난만하게 꽃밭을 뛰놀던 희미한 기억만 가슴 한구석 간직한 채...
코 밑 느껴지는 찐득한 액체가 특별히 견디기 힘든 날에는 그 기억의 끈이라도 붙잡고 어떻게든 살아나갈 궁리를 한다.
그리고 약간의 기운이라도 차릴 때면 끝없이 누군가에게 외친다.
거기 누구 없냐고...
나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울며 불며 허공에 외쳐대지만 그 외침은 오히려 메아리로 울려 듣기 싫은 소음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독백이란 그런것일까.
찬란한 빛 한줄기 없는 흑백의 외침.
나의 온몸을 휩싸고 도는 암흑의 기운은 내가 어두워서가 아니라 작은 불빛이라도 뿜어내고자 소망했던 나보다 더 큰 어두움으로 내 머리 위에 영 영 눌러앉을 심보인것만 같아 억울하다.
불쾌감의 이유. 또 불행의 이유는 너였다.
지독히 벗어나려 발버둥 쳐보았지만,
실제 나는 움직일 수조차 없고-
너는 나의 운명을 희롱하듯.
거기에 비해 나는 여전히 가는 흩날림으로 삐죽거리며 아무런 영향력없이 약한 반항만 할 뿐.
병든 병아리 마냥 비실대며 조그마한 날개짓으로 헛된 비상을 꿈꾸고만 있다.
날아봐- 더 높이-
깔보듯 비아냥거림이 거슬린다.
약한 성대로 찢어질 듯 최대한 크게 삐약이며 네 앞에서 당당한 채 날아보려하지만,
결국 비굴하게 날개짓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땅을 향해 고꾸라진다.
이런 모습으로 나의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슬프다.
슬프고 너무 슬퍼서
그것으로 인해 또 다시 슬프다.
이 슬픔이 내가 아니라 너라서 목이 맨다.
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까칠한 손등으로 억지로라도 훔쳐내보지만, 눈물이 닦이기는 커녕 훔쳐내는 족족 그대로 다 때구정물로 변해 얼룩져버린다.
고인 눈물이 삭막한 시멘트 바닥 위 물구덩이를 만들고, 그 안에 또 다시 비춰지는 나의 얼룩진 모습에 울음보를 터뜨린다.
들리지 않는 외침은 아무런 이득도 없이 처량함만을 싣고 나무 바퀴 굴러가는 묵직한 소음만 낸다.
그저 허무함만을 저기 어딘가에 남겨두고.
더 이상의 목청을 낼 수 없음에 누렇게 변질 된 슬픔으로만 남아 식별이 불가능하다.
내 목소리가 정말 들리지도 않는걸까.
투명한 저 벽 건너로 소리침의 입모양을 보고도 손을 내밀 수 없다 고개를 젖고 시선을 떨군다.
너무 늦었어-
얼룩진 나를 씻겨줄 반가운 비는
쏟아질듯 말듯 오지 않고,
더러운 먼지를 털어내 줄 행복의 바람도
저 멀리 오는 듯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나만 피해가나 싶어 또 그렇게 웅크리고 니가 가만히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잔잔히 스쳐지나만 가더라도
그날만큼은 재수가 좋은 날이겠지...
슬픔을.
불행을.
외로움을.
씻겨줄 너를 기다려보지만
왜 이렇게 늦는건지....
언제여야 만날 수 있는건지.
열손가락 모두 사용해 셈을 해보아도
너의 기척이 느껴지는 듯 한데,
향기는 나는 듯한데..
바램에서 오는 나만의 착각인가보다.
니까지것이 나를 막아선 벽이라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불쾌하다.
나의 불행의 시작이 너였음에,
그 굴레안에서 끝없는 기다림만 헤아리며
아직도 흐느적거리고 있음이 싫다.
메스꺼운 속을 들키지 않으려
삼키고만 있어서 더이상 참지 못하고
곧 토해 버리고 싶어 헛 구역질만 해댄다.
이 굴레는 내가 풀 숙제가 아니라
니가 풀어내야 할 숙제라는 걸
이제야 제대로 알았다.
운수가 참으로 없는 날이다.
14 Ma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