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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쑝 Jun 22. 2016

키치와 똥

보고 싶은대로, 믿고 싶은 대로 보는 것-

< 쉬어가며 함께 공감했으면 합니다 >


실제와 전혀 다른 해석인 '앙가주망'과 키치, '그래야만한다'의 연결 고리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어 {책은 도끼이다}의 내용을 옮겨봅니다.


키치와 '그래야만 한다' 의 에피소드 중


스탈린의 아들, 이아코프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탈린의 아들은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김구 선생의 아들 정도 되는 사람인데, 그 아들이 파쇼와 싸웁니다. 참으로 고상한 이야기죠. 그리고 거기 뛰어들어서는 포로가 됩니다. 게다가 그는 포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아요. 역시 대단한 혁명가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의 죽음의 이유는 바로 '똥'이었습니다.

스탈린의 아들인 이아코프가 화장실을 쓰는데 영국군 포로들이 불평을 했습니다. 화장실을 너무 더럽게 쓴다고 말이죠. 그들은 이아코프에게 '네가 나온 다음에는 화장실 가기 싫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아코프는 그말에 상처를 받아서 화를 내고 싸우다가 전기가 흐르는 곳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해버립니다. 그러나 이것을 키치적으로 해석한다면, '혁명가 스탈린의 아들, 포로 수용소에서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다'가 되는 것입니다.


'파쇼와 싸운 지도자의 아들, 포로 수용소에서 사망' - 인류에게 그래야만 한다는 메세지 전달이 된 것입니다.


키치는 여러가지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만약 캄캄한 밤 11시경 차를 타고 시골 어디쯤을 지난고 있어요. 저 너머 노란 불이 켜진 작은 농가가 보입니다. 가까이 지나면서 보니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상에 앉아 있어요. 차 안에 있는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엄마와 함께 공부하고 있구나, 아! 따뜻한 가정의 모습' 하지만 차가 지나가자마자 회초리가 등장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사람들은 따뜻한 가정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것이 키치입니다.

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시선.


우리가 보고 싶고 믿고 싶은 모습-

그것이 키치의 세계라 말합니다.  


똥을 인정하지 않는 키치의 세계


보이는 거짓과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은 이 책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키치'라는 단어와 맞물려 있어요.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모든 이데올로기는 '주장'을 위해 '편집'이 필요합니다. 키치적이죠. 그래야 사람들을 모을 수 있으니 모든 투쟁, 슬로건 또한 키치적입니다. 정치 선동자들의 특징은 '그래야만한다'를 흔들림 없이 믿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사람은 선동가가 될 수 없어요. 내가 지금 이 일을 해야만 우리 민족의 장래가 밝아진다는 믿음이 흔들리면 안되는것이죠. 자기가 해석하고 싶은대로, 보고 싶은대로 잘라서 편집하는 것이 바로 키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키치적인 사람들에게는 너무 중요한 일입니다.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것처럼 말을 합니다. 자기가 옳다고 확신을 하고 내가 정신이 편협해서가 아니라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똥의 신학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게 키치를 아주 핵심적으로 풀어내는 건데요, 똥 이야기는 스탈린의 아들 이아코프를 통해 나옵니다.


-영국인들은 당시 우주에서 가장 권세 있는 남자의 똥일지라도 그들의 변소를 똥투성이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들은 스탈린의 아들을 비난했고, 스탈린의 아들은 모욕을 당했다. (...) 스탈린의 아들은 모욕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러시아말로 끔찍한 저주를 하늘에 퍼부으며 수용소를 둘러싼, 고압이 흐르는 철조망으로 달려갔다. 그는 철조망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아코프를 통해 똥 이야기를 시작한 작가는 신학으로 접근을 하는데 하느님이 당신의 모습대로 우리를 만들었다는 게 성경에 나오니 그렇다면 하느님도 창자가 있을 것이란 말을 합니다. 그 말대로라면 하느님도 똥을 눌 텐데, 신의 창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신에 대한 신성모독으로 느껴지니 둘 중 하나라고 얘기합니다. 신은 자기 모습대로 우리를 만들지 않았거나, 아니면 신도 창자를 지녔거나.

이 처럼 똥은 엄청난 신학적 문제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잘못으로 벌어지는 범죄 따위는 신학적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똥은 악의 문제보다 더욱 골치 아픈 신학적 문제이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으며 따라서 인류의 범죄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을 창조하신 오직 신에게만 돌아간다.-


-똥이 부정되고, 각자가 마치 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처신하는 세계를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이 키치라고 불린다.-


똥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키치라는 것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는 세상이죠. 공산주의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련 체제 내에서 핍박받고 있을 때 나오는 영화들은 전부 꿈 같은 그림인데, 그것 역시 똥을 인정하지 않는 키치라는 것입니다.


...키치의 세계는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봅니다. 체계가 다를 뿐 모든 세계에 키치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키치에 의해 유발된 느낌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감될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과감한 짓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많은 이미지들 속에 핵심적인 하나만 골라내야합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 사이의 유대감은 오로지 이 키치 위에 근거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책은 도끼다} 에서 옮겨 온 내용입니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 같아 너무 좋아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이 읽으셨을 것 같긴 하지만 혹시라도 아직 접해보지 못하셨다면 -


키치와 똥'의 이야기를 스쳐보면서 흥미를 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

스탈린의 아들의 죽음이 똥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저에겐 충격이었어요.

혁명가 스탈린의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웬지 그의 아들은 당연히 어디선가 장렬한 죽음을 맞이할 것만 같았거든요!

키치라는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 어려웠기도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너무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어 아주 공감이 갔습니다.

더욱 쉽게 여자나 남자 탑 연예인이 똥을 싼다거나  지저분한 개인 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언뜻 쉽게 와닿지 않는 것도 이런 키치적인 느낌이 있다고 봅니다.  기획사나 소속사에서 만들어 낸 절대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겠죠.


거의 책의 내용을 옮겼기에 재미로 봐주시면 좋을 것같아요^^  이런 키치의 예도 공유해주시면 더욱  좋을 듯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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