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m p a t h y

시간을 초월하다.

by jina S Kim

이런 기분은 때가 되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모두 다른기억을 다른 때에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흘러간 같은 기억을 같은 때에 함께 하는것...

모두 각각의 기억들일 뿐인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이 느낌에는 신비로운 향기가 있다.



아마 세기도 힘든 수년전 언젠가일텐데-

나와 함께 있던 사람.

어떤 사건과 공간.

뭔가를 초월하고 있는 마법에 홀린듯.



오랜만에 떠올랐다 그사람이...




이제는 낯설기만 한 이름 석자...

오래 전 나는 그 사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풋풋했던 언젠가- 함께 했던 짧은 시간.

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던

중심부 city- 그 속에서 유독 그 사람만 느껴졌다.


어색한듯 함께 또는 따로 걷고 있다.

목적지도 없이 서로를 의식하면서-


너무 덥지 않던 따사로운 햇살과 정오의 여유로움.

제대로 된 커피 맛도 모르고 어렸던 우리는 -

첫 데이트를 위해 백인들이 줄 서 있던 유명 까페에

나란히 섰다.

라떼도 아닌, 그렇다고 시커먼 아메리카노도 아니였던 아이스커피.

양도 많고 비쌌던 그 커피가 그리워지는건,

맛 때문이 아니라 느낌 때문이겠지.

달달한 설레임을 잔뜩 머금은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들릴 듯 말듯 콩닥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그날 저녁,

드문 드문 정체모를 불빛에 비추어진 아름다운 풍경의 강가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딱히 기억나는 대화, 사랑의 속삭임도 없었다.

아마 서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이길의 끝 어디래도 걷고 또 걷고 싶었던건 아닐까.


노천까페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던 좁다란 길을 따라 은은한 연주 소리에 맞춰 우리의 발걸음도 속도를 맞추었다.

최대한 더디게............

그리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마주보지 못한 채 웬지 모르게 아쉬운 저녁이었다.


그저 떨리는 마음 하나로 함께 걸으면서 작은 동작 하나 하나 반응했던 작은 신경 세포들을 들키지 않으려 숨을 죽이고 앞만 바라보며 그렇게 어둑히 해가 넘어 가도 그 강가의 길이 끝나지 않길 바랬다.


주머니 속 동전들만 딸랑 딸랑.


처음부터 끝까지 수줍게 웃으며

마냥 걷기만 했던 우리.


큰 키, 마른 체격의 그는 베이지 색상의 폴로 니트와 코튼으로 된 브라운 반바지 차림으로 편안하면서도 웬지모를 세련미가 돋보였다.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 닥터마틴 워커 위로 살짝 올라온 폴로 흰 양말은 참 인상적이었다.


조곤 조곤 크지 않은 목소리로 간간히 말을 걸어올때면 나도 모르게 더 크게 듣고 싶어 귀를 쫑긋 세웠다.

부산 사투리가 섞인 그의 말투는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나지막히 읊조리는 듯한 그 말투와 목소리가 어찌나 새롭고 신기했던지......

부드러운 듯 보였지만 남자다움도 어우러져 마냥 그 사람의 모든 게 좋았다.




시간이 흘러 존재 자체를 부정이라도 하듯,

기억상실에 걸린 듯,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잊고 지냈다.


어느날 예기치 않게 나를 찾은 이름 석자.


"누구..더라.."


알고보니 나와 정 반대 다른 나라, 다른 도시, 다른 하늘 아래, 절대 공감 할 수 없는 생활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 사람이 내 시선 중심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멋있는 아니, 예전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행여나 같은 하늘 아래 살았다 하더라도 영원히 마주칠 일은 없을꺼라 생각했는데.


같은 시간 속 같은 공간에서 그 사람을 마주보았을 때, 또 다시 뛰고 있는 내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 사람이 그때 그 사람인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사람인지 혼란스러울만큼.


아쉬움으로 끝나버렸던 그 때 -

하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 속을 함께 들여다 보았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다른 곳을 보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그 사람과 나...



당신을 아주 잘 알아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렇게 아름다운 단편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마치 처음부터 아주 몰랐던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있었네요.


이제는 영 영 쓸모없는 옛 이야기 일뿐이지만,

기억이라는 장치를 모조리 지워버릴 수는 없군요.


비록 지금은 다른 위치, 다른 삶, 다른 모습일지 몰라도 그 순간 함께 속도를 맞추며 걷고 있었네요.


그때 그 순간, 그 공간에서 우리 서로-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라는게 있었네요.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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