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고, 바람 불 때 연을 날려야 한다. 이런 정신에 입각해 남의 편은 무려 주 7일을 꽉 채워 일하며 악착 같이 돈을 벌고 있다. 남의 편에게 이것밖에 못하냐며 더 벌어 오라고 주마가편할 수도 있지만 입술이 검게 변하도록 피곤에 절어 스스로를 갈아 넣는 걸 보면 측은할 뿐이다. 저러다 죽진 않겠지?
문제는 나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육아 관련 업무? 가 100% 할당되고, 청소와 장보기 등 집안 관리는 자연스레 내 책임이 됐다. 주말은 당연히 독박 육아 일정이고, 주중에도 퇴근이 무섭게 육아 출근을 하다 보니 내 시간은 손에 꼽힐 뿐이다. 휴, 회사는 쉬는 시간이라도 있지, 육아는 (비참하게 말하자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지옥에서 무한한 고문을 받는 일에 가까운 면이 있다. 끝이 안나... 남의 편에 대한 측은함은 억울함과 서러움을 뒤집어쓴 분노로 이어질 때가 많다(그러고 보니 워킹맘은 있는데 워킹대디라는 말은 안 쓰네. 갑자기 더 열이 받는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 남의 편과 하소연을 나눴다. 너 때문이야, 라는 쉬운 해답에 이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우리 딸 설하 때문이다. 설하는 단단한 경제적 토대 위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갖고 교양을 갖추며 예의를 아는, 다만 어려움은 (겪지 않아) 모르는 사람으로 컸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러자면 돈도 벌고, 육아 정보도 놓치지 않고, 사랑도 주면서 교육도 시켜야 하고...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게 마을 하나가 필요한 일이라지 않나.
"탐관오리는 해서는 안 되는 데도 하고, 청백리는 할 만한 데도 안 하는구나
탐관오리가 되면 안 되는 것은 추하고 비천해서인데
그래도 하려는 까닭은 자손의 배를 불릴 수 있기 때문이지
청백리가 되려는 것은 고상하고 깨끗해서인데
그래도 하지 않으려는 것은 자손이 배를 곯기 때문이라네
그대여, 초나라 재상 손숙오를 보지 못했는가"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우맹의 시인데, 왠지 우리 부부의 곤궁한 상황에 대입할만한 글귀라는 생각이 든다. 자손 때문에 탐관오리가 되다니. 탐관오리가!!! 그런데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 않은가. 그 마음 압니다. 울컥. 더해서 초나라 재상 손숙오처럼 부와 권력을 동시에 가지려는 욕심 대신, 대대로 자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처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우맹이 전달하려던 메시지가 21세기의 속물 나에게 전해지면 이렇게나 더럽게 변질될 수도 있다.
+임금의 신임을 받던 손숙오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불러 유언을 하길, 자신이 죽은 뒤 임금이 옥토를 준다 해도 결코 받지 말라고 경고했다. 옥토를 거절하는 대신, 위치도 별로고 사람들의 평판도 좋지 않은 변경 지역을 달라고 부지를! '찍어줬다.' 아들은 다행히 아비의 유언대로 했고, 사람들은 '욕심이 없다며' 손숙오 일가를 칭송하고 후손들은 대대로 그곳에서 어려움 없이 잘 살았다고 한다. 처세왕.(관련 일화의 공식적 교훈은 물론 아니다.)
+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가내수공업을 하고... (는 아니고 독박육아맘들이 모여 애들 풀어 놓고 소일거리;;로 마스크끈, 머리핀 등등을 만드는 구슬픈 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