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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나 Mar 31. 2024

흰머리 있어요, 어린년 아니라고요!

심지어 꽃이 좋을 나이입니다만...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열 살 어린 친구들이랑 운동도 무리 없이 하고 어디 가면 동안 소리를 들으며 나름대로 관리까지 주기적으로 하면서 실제 나이 대비 내외관을 잘 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 주말 출산 이후 처음으로 애 없이!! 친구들과 도쿄에서 뭉쳐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흰머리를 발견했다. 내 첫 흰머리.  


원망스러운 머리카락 하나가, 나는 날 때부터 이런 년이라는 듯 새하얬다. 나에게 발견되면 치명상을 입을 것을 알고 있었던 듯, 나 스스로 거울을 봤을 땐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자리에서 훗날 동지들의 등장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었다. 이제 지나도 흰머리가 나는구나~ 하며 친구가 숙연하고 준엄한 태도로 그 년을 제거해 줬고, 나는 (모근이라도?) 일기장에 효수할 생각으로 종이에 싸서 여행가방에 고이 간직해 한국까지 가져왔다. 마침 흰 종이에 싸 오는 통에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뭐 이제 나도 흰머리 날 때가 됐지, 싶어서 그렇게 속상하진 않았는데 최근 내가 겪는 업무 관련 어려움과 노화 이슈가 겹치면서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충분히 늙었고! 사회생활도 충분히 했는데! 회사의 영상 콘텐츠에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린년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의 말을 끊는다'는 평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고, 신생 콘텐츠 입장에서 어유~ 그냥 지나치실 수도 있는데 욕 에너지를 여기 쏟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일이지만 내가 그렇게 쿨한 인간은 아니다. (그래서 주위에 진지하게 혹시 나 비호감인가?라고 묻고 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어리고 (여전히) 여자였던 사회 초년병일 때는 나의 당시 생물학적 조건이 기자로서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름 속상한 부분이었지만 주위 여성동료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었고  나이가 들면 해결될 문제니 땅을 치며 원통해할 문제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진정으로 늙은? 여자가 지금 시점에도 같은 연배의 남성 대비 많이 알고 예의 바른 모습을 가져야 안전하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저 43살이에요,라고 자막을 달아야 하나 관리를 덜해야 하나(이건 아닌 것 같음) 확 마 씨... 나 혼자 상당히 진지하다. 상대가 말을 길게 하면 중간에 껴들 수도 있지! 싶지만 그래도 말을 끊는 것은 내가 고쳐야 부분이라고 반성이라도 하는데 말투가 거슬린다, 도전적이다 이런 건 이 십ㄴㅇㄹㄴㅇㄹㅇㅀㄴㅇㄹ... 동료들이 댓글은 보지 말라고 해서 따르고 있는데, 가끔 반응이 좋아서 댓글이 많으면 기쁜 마음에 슥슥 보다가 또 기분이 나빠진다. 나 이제 흰머리까지 있는 사람이라고오오오오!!!!


ps. 심지어 칭찬? 도 이런 식이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 네? 

그 뒤에는 바로 말투가 거슬린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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