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쥬르 Jan 22. 2023

한국 방문 후 근황 & 브런치 컴백

그리움을 뒤로 하고


조금은 길었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었다. 캘리포니아에 없는 계절이라 시도 때도 없이 펑펑 오는 눈이 좋았고, 쨍한 날씨로 유명한 캘리포니아는 이례적으로 비가 많이 와 홍수 경보에 동결 경보까지 떨어졌다. 눈, 비를 좋아하니 반가웠지만, 이상기후 때문이라니 너무 반가워해도 안 될 것 같다.


한국 방문은 좋았다. 앞으로 1년을 달릴 에너지바를 채운 느낌이다. 새로운 달을 맞으며 에너지바는 조금씩 짧아지겠지. 그리고 에너지바가 하나둘 남았을 때, 나는 또 한국에 갈 채비를 하겠지.




한참 글을 안 썼더니, 다시 이곳에 나타나기 위해 많은 뜸과 용기가 필요했다. 브런치는 내 공간이기도 하지만, 작가님, 독자님들과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한참 동안 연락을 안 하다 전화번호를 뒤적이며 안부 문자를 보내는 느낌이다.


연말연시, 다들 연말 정산 및 새해 인사 글을 올리던데, 나의 온라인 삶은 참으로 조용했다. (여러모로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만큼 오프라인 삶에 더 집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여행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가족과 그간의 그리움을 채우는 충만한 시간

2. 취향으로 모인 지인들과 반가운 만남, 즐거운 시간

3. 과 마음을 돌보는 힐링의 시간

4. SNS와 잠시 이별하고 오프라인 삶에 집중했던 시간

5. 일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1. 가족과 그간의 그리움을 채우는 충만한 시간


한국에 가면 바로 어제 만난 사람 같은데, 미국에 있으면 가족이 유난히 멀게 느껴진다. 이틀만 카톡 가족 방에 소식이 안 올라와도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되기 시작하고, 나는 이내 악몽을 꾸고 집에 전화를 건다. 한국에 있으니 가족들의 스케줄이 대략 파악되어 좋다. 언제 어떤 일정이 있는지, 대략 언제 들어올 것인지... 왜 엄마가 유난 떠냐고 걱정 그만하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번 겨울엔 내가 봐도 좀 기특한 일을 했다. 2주 휴가 동안 조카와 함께 등교했고, 방과 후 수업 및 학원 픽업을 했다. 가끔 서울에서 약속이 있어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많은 시간을 귀요미 조카와 함께 보냈다. 언니는 믿음직한 이모가 아이를 봐줘서 고맙다며 맛있는 요리와 선물을 하사했다.


종종 나의 글을 보며 피드백해주시는 엄마와도 얼굴 보며 자주 대화를 나누었고, 평소 좀 무뚝뚝하신 아빠와도 꽤나 긴 대화를 했다. 부모님 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오빠도, 김장하던 주말, 크리스마스, 새해 이렇게 세 번 다녀갔었다. 이모네, 사촌 동생들과 오붓한 식사도 있었고, 코로나로 못 만났던 시간을 상기하며 근황을 공유했다.


귀요미 조카와 함께, 피아노 학원 앞에서 핫도그 시식 (지송합니다;;)


2. 취향으로 만난 지인들과 소중한 만남


이제는 친구가 된 예전 회사 동료들을 비롯해, 취향이란 공통분모로 만난 블로그 이님, 인친님들을 만났다. 요즘은 취향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가 활발하다더니, 나야말로 그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책, 글쓰기, 그림, 영어, 운동 등 공통분모를 하나 이상 가진 SNS 지인들을 직접 만나면,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점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글이나 사진에서 느꼈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져 참 신기하다.


오랜 블로그 이웃님이자 브런치에서도 조우하게 된 레알 작가님과는 한 번이 아쉬워 두 번이나 만났다.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알고 지내던 에린 작가님과는 알게 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반가웠고, 정말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해서 신기했다. 평소 인친(인스타 친구)으로 지내던 분들과의 번개 만남도 참 즐거웠다. 보통 SNS 친구들은 만남은 포스팅으로 남기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언니와의 공동육아?! 로 너무 분주해서 피드는 올리지 못했다. 사진은 남겼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자. 젠가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도 직접 만나게 되는 날이 올까? :)


즐거운 만남 @서촌, 광화문


3.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


그동안 참 소홀했다. 홀대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여름이 지나는 시점부터 허리가 아파 새벽 3-4시에 잠이 깨곤 했다. 정형외과에 가니 이상근 증후군이라고 하고 한의원에 가니 디스크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정확한 건 MRI를 찍어봐야 한다고 하는데, 짧디짧은 시간에 그렇게까지 일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정확히 아는 것이 조금 두렵기도 했고, 아직 살 만하다는 증거) 한의원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환자분들을 보며, 정신이 확 들었다.


서울에 약속이 없는 날은 아침에 요가를 하고, 바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우연히 요가 수업을 들으며, 예전에 비해 안 되는 동작이 많아졌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작년에 요가 수업을 한 번이라도 했으면, 허리와 골반이 안 좋아졌다는 걸 금세 눈치챘을 텐데... 걷기와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니, 이 정도면 매우 다행.


고작 일주일에 두 번 꼭 글을 쓰겠다고 책상에 너무 오래 앉아있었던 게 문제였다. 9 to 5로 일을 하고, 필사와 글쓰기로 책상에 종일 앉아있으니 몸이 별로 좋아할 리가 없었다. 살도 많이 쪄서, 가족들도 깜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 오자마자 새해 다짐과 함께 요가 클래스에 등록했다.



4. SNS와 잠시 멀어져 오프라인 삶에 집중하는 시간


인스타는 스토리만 몇 번 올렸고, 블로그, 브런치에는 글을 한 번씩만 올렸다. 그러고 나서 결심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은 싹 다 비우고, 오프라인 삶에 집중하자. 일 년에 한 번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니까. 사실 한국에 있으면 뭔가를 써서 포스팅할 시간이 없다 (육아하며 브런치 하시는 작가님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ㅎㅎ) 낮에는 서울에 약속 갔다 와서 뭔가 포스팅하려고 하면, 엄마와 언니는 애 얼른 목욕시키고 재워야 한다고 닦달이시다. ㅋ 한 번은 이런 상황에서도 꾸사리를 먹으며, 매우 조마조마하게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이후 한국에서만큼은 마음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내가 왜 SNS를 하는지, 이게 왜 중요한지 모르시는 것 같아, 작년에는 엄마를 줌 미팅에 끌고?! 들어가 함께 브랜딩 수업을 듣기도 했다. (적어도 딸램이 왜 이것을 붙잡고 있는지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SNS와는 참 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패밀리다. ㅎㅎ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다 보니 SNS 팔로워, 구독자님들이 조금 떨어져 나갔지만 어쩔 수 없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삶을 유지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을 듯하다.



5. 일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


2주는 재택이었고, 2주 동안 휴가를 썼다. 재택근무가 허용되는 시대에 사는 것도, 그걸 허용해 주는 회사에 다니는 것도 감사하다. 작년은 여러모로 마음만 앞섰고, 별 성과가 없는 해였다. 회사에서는 빨리 승진하고 싶었고, 빨리 영어를 잘하고 싶었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글 잘 쓰는 부캐를 만들고 싶었고, 빠른 속도로 많은 책을 읽고 싶었다. 기본 실력도 없으면서, 마음만 급했고 빨리 뭔가를 이루기만 바랐다.


나는 일인가구고 미국에서의 생계가 중요하니, 일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이 (지금까지 한 일 중에서) 내 성격과 가장 잘 맞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현재 하는 일을 하면서 그 영역을 서서히 키워나가야 한다. 작년에도 이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만 3-4년 앞서 있었다. 올해는 한 살 더 먹은 만큼 조금은 더 현명하게, 조금은 더 전략적으로 움직이길. 지나야, 파이팅!




한마디로 지난해 일어났던 모든 것을 곱씹어 보며 리셋하는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그 시간이 오래 걸려 온라인 세계로의 복귀가 늦었다.


창밖으로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엄마와 함께 감탄했던 순간,

매일 아침 먹는 엄마의 건강한 집밥,

조카와 밤새 하얗게 쌓인 눈을 뽀득뽀득 밟으며 등교하던 한겨울의 아침,

언니가 찍어 둔 예쁜 카페에서 1년 만의 조우를 축하했던 순간, 

아파트 단지를 오르내리던 평범한 일상, 모두 그리울 것이다. 


광화문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다, 언 손을 호호 불며 밤 풍경 사진을 찍어대던 시간마저도 추억으로 남은 한국 여행이었다.


언니와 함께 갔던 카페, 모월모일4pm, 엄마표 건강한 김밥
광화문 루미나리에, 서울 빛초롱 축제




오랜만에 집에 왔더니 밀린 일이 잔뜩 쌓였다. 다행히 짐은 풀었고, 청소와 빨래도 마쳤다. 여행 중 부러진 짐 바퀴도 고쳐야 하고, 집 비운 사이 나간 형광등도 갈아야 하고, 가득 쌓인 우편물을 정리하며 공과금도 납부해야 한다. 올겨울 한국에서 가득 채운 에너지바로 열심히 살아갈 현재, 2023년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가장 중요 과제는 시차 적응. ㅎㅎ


한 달간 한국 방문으로 연말 인사도 새해 인사도 좀 늦었습니다. 작가님, 구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중한 가족, 친구분들과 함께 따뜻하고 의미 있는 연말 보내시고, 힘찬 새해 맞으셨길 바랍니다. 새해에도 꾸준히 글 쓰며 좋은 에너지 주고받았으면 합니다. 2023년도 하이 파이브! 찬찬히 방문드릴게요.

작가의 이전글 춤과 글쓰기의 공통분모 5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