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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May 21. 2023

봄날의 요가 II

마음을 요가합니다


요가는 몸으로 하는 수련일까, 마음으로 하는 수련일까? 


오늘도 까마귀 자세에서 헤드 스탠딩으로 바로 넘어가는 요가 선생님의 아사나(자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면 볼수록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이 동작은 내게 아직 넘사벽이다. 곡예를 하는 듯한 고난도 아사나를 보면 요가는 ‘몸으로 하는 수련’ 임이 틀림없지만, 절대 넘지 못할 것 같은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마음으로 하는 수련’이기도 하다. 


뭐든 시작하면 모든 에너지를 올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금사빠’*인 나는 이번에도 요가 책을 왕창 주문했다. 브런치 글벗이자 요가 동지, 임지원 작가님의 추천으로 신경숙 작가님의 <요가 다녀왔습니다>를 읽기 시작했고, 홀린 듯 요가 추천 도서를 검색하기 시작해 내 랩탑 앞에는 7권의 요가 책이 쌓여있다. 뭔가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오버쟁이 ㅎㅎ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요가는 몸보다 마음으로 하는 운동이 아닌가 싶다. 요가 마스터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인도 5천 년 역사의 비법인 요가는 집중하여 정신을 통일하는 수련법이다. 요가는 삶의 방법(way of life)으로 진정한 자신과 인생을 통찰하는 방식이며 개인적이고 정신적인 여정’이다.” (p.4)

<마음을 요가합니다>, 아카네 아키코 


“요가는 쌓아 가는 수련이라기보다는 ‘발굴하는 수련’이며 ‘영혼을 캐내기 위한 최고의 도구’다." (p.19)


“신체적 측면에서의 장점이나 진북정렬**의 장점 외에 요가에는 또 다른 무엇이 있다. 바로 앞서 말한 순간들이 비롯되는 '내면의 장소'를 발견하는 기회다." (p.24)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 배런 뱁티스트


나는 몸이 찌뿌둥하거나 마음이 편해지고 싶은 날 요가원을 찾는다. 그런데 막상 수업이 시작되면 멋진 아사나를 해내는데 더 집중하곤 했다. 어떻게 하면 요가로 살을 뺄 수 있을까, 얼마 만에 탄탄한 몸매를 만들 수 있을까, 고난도 동작을 금방 따라 할 수 있을까를 전전긍긍하며 ‘intensity: high’라고 표시된 수업만 골라 듣곤 했다. 배런 뱁티스트도 그의 저서에서 “초보 수련자와 초보 강사들에게서는 기초 동작을 빨리 해치우고 정교하고 어려운 자세와 테크닉을 구사하는 단계로 넘어가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라고 언급했다. 


요가만큼 내면과 외면을 조화롭게 가꿀 수 있는 운동이 있을까.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라는 요가 마스터의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넘사벽 아사나에 더 욕심을 부리는 초보 수련자지만, 이번엔 마음과 몸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요가가 되길 바란다.


일요일에는 마음을 요가합니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몸으로 하는 요가를 하루 쉬어 간다. 대신 요가원 가는 길을 따라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차로 이동하면서 놓쳤던 풍경들을 차곡차곡 눈에 담아보는 걸로. 


집에서 나와 길을 따라 10분쯤 걷다 보면  이름마저도 평화로운 에덴(Eden) 길이 나온다. 좌회전하자마자 보이던 '장미꽃 가득한 집'이 여기 있었네. 다양한 색의 장미꽃과 예쁜 벤치로 정원을 꾸며놓은 집주인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블록, 두 블록 내려가면서 롤 모델이 될 만한 정원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 기록해 둔다.


에덴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나오는 길 이름은 하나같이 그린그린하다. Bluebird, Finch, Greentree, Verdant … 누가 지은 이름일까 궁금해지게 한다. 때론 익숙하고 때론 전혀 알 수 없는 꽃과 선인장, 거대한 야자수를 구경하면서 쭉 내려가다 보니, 운전하며 계속 눈길이 가던 집이 나왔다. 


그린그린한 길 이름


앞쪽에는 'Hope', 뒤쪽에는 'Fun'이라고 적힌 예쁜 상자에 중고 책을 넣어, '길 위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놓았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미국 가정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거라고 한다. 낯선 이가 만들어 놓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중에 싱글 하우스에 살게 되면 나도 이런 도서관을 만들어 보고 싶어 사진을 남겨왔다. 


산책하면서 만난 '길 위의 작은 도서관'


좀 더 내려가 보았다. 군데군데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꽃, 캘리포니아 포피가 잔뜩 피어있었다. 밝은 살구색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참 예쁘네. 무궁화같이 생긴 꽃(미국에 무궁화?)도 있고, 이름 모를 꽃도 많았는데 하나하나 스마트 렌즈를 대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사진에 일단 담는다. 이리도 꽃 사진을 찍어 대는 걸 보면 나도 나이 들었나 보다. ㅎㅎ 이 동네 참 좋구나.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려왔던 길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1시간을 걸었다.


캘리포니아 포피, 미국 무궁화?!, 이름 모를 꽃


오늘은 거한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산책으로 마음을 요가했다. 그동안 이렇게 예쁜 길을 따라 요가원에 갔었구나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뛴다. 주중에 놓친 풍경을 눈으로 줍줍 담으며 앞으로도 종종 이곳으로 산책 와야지, 멘탈 노트를 남겼다. 이곳저곳 사진에 담느라 오늘은 2분의 1 지점까지 가봤는데, 다음엔 요가원까지 걸어가 봐야겠다.


집에 돌아오는 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를 담아보았다. 우리 동네도 아침에 까마귀 대신 작은 울새들이 찾아왔으면. ㅎㅎ 


캘리포니아 동네 산책 - 새소리 들어보세요!


“내가 앉아서 봄을 누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울새들이 움트는 새싹 주위를 무리 지어 바쁘게 날아다니는지! 울새들은 꽃이나 이파리처럼 나무의 일부 같다. 날아와서 나무의 목소리가 된다.”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p.157>




※ 각주 1.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 각주 2. **진북정렬 상태: 내 안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그 어떤 문제도 없고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을 때의 기분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진북정렬 상태다.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 배런 뱁티스트, p.23


p.s. 오늘은 저의 정기 글 발행일(미국 수요일)은 아니지만 지난 글 <봄날의 요가 I - 몸을 요가합니다>에서 이어지는 글이라 발행합니다. 동네 주변도 산책하시며 즐겁고 쉼 있는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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