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오취리에게 사과합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by 진보

사과합니다.


'관짝소년단' 사건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겁게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와중, 공주고등학교에서 또 다른 관짝 패러디가 나왔다. 곱지 못한 이 학생들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 부분이 바로 샘 오취리가 지적했던 부분이다.


의정부고등학교는 졸업식 사진이 창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해당 학교 학생 몇 명이 인터넷 Meme이 된 Coffin Dance를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얼굴을 검게 칠한 것에 대해 방송인 샘 오취리씨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는 큰 논란이 되었으며 그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비판하는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다.


1. 패러디를 한 의정부고 당사들의 사진을 올려 이들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


2. ‘유명인'인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해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었던 이 학생들을 조리돌림 당하게 한 점


3. 원 게시글 영어 부분에서 한국 교육에 대한 언급 및 무지를 지적한 것


4. 해시태그 #Teakpop 을 이용하여 화력지원을 의도한 것


샘 오취리의 문제제기 방식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각 해당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잠시 살펴보자.


1. 초상권 문제에 대해 각설하고 결론만 이야기하면 – 초상권 침해가 성립되려면 '제3자'가 사진에 나타난 인물이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1) 얼굴 분장을 했고, 2) 똑같은 복장의 코스프레를 하였으며, 3) 선글라스 및 모자를 착용하였다. 이는 제3자로 하여금 이 학생들이 특정인임을 식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2. '관짝소년단' 리더 벤저민 에두가 본인의 SNS에 의정부고 학생들의 패러디를 긍정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샘 오취리가 문제 삼은 부분은 지엽적인 '관짝소년단 패러디'가 아닌 얼굴을 검게 칠하는 행위, 나아가 국내 인종차별에 대한 무심한 행위의 전반을 포함한다. 몇 해 전 국내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홍모 개그맨이 흑인 추장 분장을 하며 블랙페이스 분장을 한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고, 김무성 의원이 흑인 유학생에게 "연탄색이랑 얼굴색이 똑같네"란 발언을 한적도 있었다.


모르고 그랬다. 의도는 없었다. 자랑인가? 진심인가. 인간의 행위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의도는 그 비중이 상당하다. 고의적 살인과 과실치사상이 엄연히 개념적으로 분리가 되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형벌의 경중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죄가 구성된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엄연히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고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미필적 고의는 인식은 하는데 의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의정부고등학교 측은 해명을 하였고 인터뷰에서 "흑인이 등장하는 영상을 흉내 내면서 피부색을 어둡게 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처럼 비칠까 봐 우려했다"고 한 관계자가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한 것 자체가 차별행위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고 이는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 물론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 없기에 형법상 개념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이들의 행위에 의도는 없었다 할지라도 잘못을 한 것이고, 이 부분을 문제 삼는 건 샘 오취리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3.


"You put in so much effort to educate people here in Korea and make them understand that you can appreciate a culture without making mockery of the people. This has to stop in Korea. This ignorance cannot contain us."


이 부분을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무지가 계속돼선 안 된다"로 번역하였다 (중앙일보 2020-08-07 김은빈 기자) 이는 명백한 오역이다.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가 아닌 "하고 있다"가 맞는 번역이다. 또한 "This"와 "This ignorance"는 맥락상 일반적 용법이 아닌 전 문장 "making mockery of the people"로 받는 게 맞다. 전체에 대한 무지가 아닌, 인종차별적 주제를 희화화 목적으로 사용하는 특정인의 무지에 대한 언급이다. 오히려 뉘앙스 상, 다문화를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에 힘쓰고 있는데, 아직까지 몇몇 사람들은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고 있다 – 이 정도가 맞다고 생각한다.


4. #Teakpop 솔직히 K-pop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인스타그램에 검색을 해보니 해쉬태그 #Teakpop 은 120회 활용된 것에 반해 #Kpop 은 9천160만회가 사용되었다. 정말 화력지원이 목적이었다면 전자를 썼을까 후자를 썼을까.


사과하고 싶다.


문제 제기에 진심 어린 성찰 대신 고개 숙이게 만든 것에,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우월감과 오만함에. 아직 발현되지 않은 인종차별주의가 추악하다. '못사는' 나라에서 '잘사는' 한국에 와서 사랑받고 성공한 것을 마치 '우리가' 윤허하여 기회를 부여한 것 같은 - "한국에 와서 잘 됐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어딜 감히 비판하려고 드느냐" - 이런 레토릭에 치가 떨린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샘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 한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지 그 누구도 그에게 특혜를 주어서가 아니다. 모델로서 끊임없는 자기 관리, 예능인으로서의 감각,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화 및 한국어 구사 능력까지, 이 모든 노력을 희석시키는 듯한 오만한 시선과 인식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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