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노트] 67. 자유란 무엇인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by 진보

하네스버그 날씨는 오늘도 화창하다. 어제 먹다 남은 소시지와 토스트를 아침으로 먹고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호스텔 마당 정원으로 나왔다. 시원한 아침 공기와 함께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함께 여행하는 데이빗과 체스 한 판을 둔 뒤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에 다녀왔다. 입장권 뒷면엔 ‘백인’ ‘비백인’ 중 하나가 무작위로 찍혀있다. 각자 주어진 신분에 맞게 서로 다른 입구를 통해 입장한다. 짧은 순간이나마 차별을 느껴볼 수 있다. 공공장소, 교통수단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철저하게 백인과 비백인을 분리한 정책이다.

IMG_7319.JPG?type=w773 요하네스버그 중심가
IMG_7324.JPG?type=w773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입구

17세기 네덜란드 이주민이 남아공에 정착했고 줄루족, 코사족을 비롯한 흑인 부족들과 충돌이 시작되었다. 영국이 남아공을 아프리칸스(Afrikaans/네덜란드계 백인)에게 넘긴 뒤 소수파였던 이들이 다수였던 흑인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이 차별 정책이 발효되었다. 수십 개의 법률조항으로 발효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고 체계적으로 백과 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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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free is not merely to cast off one's chains, but to live in a way that respects and enhances the freedom of others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단지 개인의 사슬을 던져버리는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Nelson Mandela
IMG_7327.JPG?type=w773 입장권은 나를 "Non-White"으로 규정했다

잘 정리된 훌륭한 박물관이어서 3시간을 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타임라인에 따라 남아공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넬슨 만델라 특별 전시관은 그의 어린 시절, 인권운동 시절, 27년간 수감 생활, 그리고 석방 후 대통령으로써 국가 화합을 위해 걸었던 길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의 당선됨에 따라 아자니아(AZANIA/남아공의 다른 이름)가 마침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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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길고 길었던 여정에 마침표가 찍히는가 싶었지만, 아직 사회는 분열되어 있다.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하고 꺼린다. 요하네스버그 로즈 뱅크 구역 사람은 미드랜드 지역을 기피하고 미드랜드 사람은 소웨토 사람을 무서워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니 절대 먼저 손 내밀려 하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내가 로즈 뱅크에 있었을 때 소웨토에 가려 하니 사람들이 미쳤다고 거긴 위험한 사람 투성이라며 혀를 내둘렀고 소웨토에선 요하네스버그 도심의 그들은 위험하니까 자기네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한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서로를 지칭하는 “그들”이 누굴까. 이렇게 서로를 못 믿는데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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