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1. 오토바이 구매

6개월 배낭여행의 기록 세번째: 베트남

by 진보

새벽에 잠시 깨 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잠들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사랑니 발치 통증은 어느 정도 가셨다. 나와 데이빗은 앞으로 약 한 달의 계획(중국 비자, 베트남 오토바이 종주, 시베리아 횡단 열차 구매)을 세우기 위해 먼저 중국 대사관을 찾았다. 베트남에서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입국하는 절차가 생각보다 엄청 복잡했다. 일단 비자발급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구하고 신청하고, 또 발급받는데 까지 시간도 오려걸려 비자신청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아침에 마셨던 카페인이 다 떨어지는 정오 무렵, 생각대로 되지않아 답답했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호치민 거리의 오토바이 경적소리에 짜증이 더해졌다.


일단 데이빗과 함께 근처 카페로 가 비자 문제, 베트남 여행 루트, 재정 문제 등으로 둘이 머리를 맞대고 씨름을 했다. 뭐가 더 좋을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이게 최선인지? 베트남 오토바이 횡단을 하려면 2주는 필요한데 비자 연장은 어떻게 하지? 시간 맞춰서 딱 도착할 수 있을까? 오토바이를 못 구하면? 운 좋게 구했는데 오지에서 오토바이가 주저앉으면? 하노이에서 제때 못 팔면 망하나? 등에 대해 남아있는 뇌세포를 끌어모아 생각 파티를 열었다.

생각하다 지치면 체스 한판

찰나의 순간이었나, 아니 카페인이 좀 더 들어가서 두통이 마취된걸까. 나와 데이빗 둘다 마음이 편해졌다. 갑자기 머릿속에 기분 좋은 가을바람이 뇌 사이사이에 낀 먼지들을 깔끔하게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해야 되는 순간임을 강하게 느꼈다. 언제부터 이것저것 재기 시작했는지, 해보지도 않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 뭘 그렇게 고민하는지.치열하게 고민했던 것들이 가볍게 느껴졌고 환하게 웃으며 그냥 하기로 결정했다. "자 오토바이 사러 나가볼까?"


오토바이를 사러 데이빗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한 가게에서 가격과 옵션을 듣는데 뭔가 옳지 않은 냄새가 났다. 제일 저렴한 렌트 옵션이 한 달에 $250이란다. 알았다고 하고 나가려는 순간 캐나다인이 자기 오토바이를 팔러 가게에 왔다.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데 협상은 결렬된 듯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헬멧을 손에 들고 터벅터벅 가게 밖으로 나가는 이 친구를 재빨리 쫓아 나갔다. 인사를 하고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시범 운행도 한 번 해봤다. 겉보기엔 별로지만 기어 변속도 잘 되고 엔진도 튼튼한 것이 마음에 꼭 들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200에 오토바이를 샀다. 이제 한 대만 더 있으면 출발할 수 있다. 작은 오토바이에 커다란 성인 한명을 뒤에 태우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다 오토바이를 잘 모셔둔 뒤 호치민 여행자 거리로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반나절 발품을 파니 간신히 적당한 퀄리티의 오토바이를 $250 주고 샀다. 비자 연장을 위해 호스텔 직원에게 여권을 맡겼고 완료되면 호치민과 하노이의 중간 지점인 Hue라는 도시로 보내 주기로 했다. 아직 사랑니 발치한 부분이 욱신거리지만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설렜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도 사이공에서 마지막 밤이라 술 한잔하러 나왔다. 저렴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해산물 식당에 갔는데 맥주 한병이 500원이라 물 만난 고기 마냥 먹고 마시다 만취 상태로 식당에서 나왔다.

캐나다인에게 구매한 오토바이 ($200) / 발품팔아 구매한 오토바이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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